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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경영시대] 경영승계냐 사회적투자냐, 현대해상 3세 정경선

대학 때부터 사회적기업 투자 매진…매형 경영참여 이후 승계 가능성 다시 거론

2020.02.25(Tue) 17:11:04

[비즈한국] 명실상부 3·4세 경영시대다. 건재한 2세대를 뒷배로 두고 이재용, 정의선 등 오너 3·4세가 경영 전면에 섰다. 대부분 계열사로 입사해 경영에 참여하며 승계 수업을 받는 형태다. 경영 전면에 나선 후계자부터 베일에 싸여 있는 후계자까지 구석구석 조명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와 현대해상화재보험(현대해상) 정몽윤 회장의 아들, 정경선 에이치지아이(HGI) 대표가 손을 잡았다. 이들이 결의한 ‘임팩트 투자조합’은 오는 3월부터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을 모두 추구하는 소셜벤처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게 된다.

 

현대가 3세인 정경선 HGI 대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아들이다. 사회적기업 분야에 매진해온 정 대표이지만 현대해상 경영승계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사진=루트임팩트 홈페이지

 

임팩트 펀드를 조성한 투자사는 소셜임팩트 전문투자사 ‘소풍벤처스(소풍)’다. 한상엽 소풍 대표는 “지난 10년간 자기자본 투자를 해온 소풍이 앞으로는 투자조합을 통해 사회적 벤처 투자와 액셀러레이팅(신생기업 지원)을 이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이 투자조합의 개인 출자자는 정경선 HGI 대표와 이재웅 쏘카 대표,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 등이다. 이외에도 아산나눔재단, 연세대학교, 카카오임팩트 등이 함께한다. 

 

#현대해상 아닌 비영리법인과 임팩트 투자의 길로

 

현대가(家) 3세, 정경선 HGI 대표의 색다른 행보는 재계에서도 화제다. 정 대표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손자이자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아들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대표이사 등 대부분의 현대가 3세가 부모 뒤를 이어 회사 경영에 뛰어든 것과 달리 정 대표에게서 승계 관련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직접 비영리재단을 만들며 이름을 알렸다. 

 

1986년생인 정경선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재학 시절인 2008년에는 동아리 활동으로 문화·예술 공연을 열어 수익금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현대가에서 공동으로 출연한 공익재단 ‘아산나눔재단’에서 NPO(Non-Profit Organization, 민간 비영리 단체) 파트 팀장으로 일하다가 2012년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했다. 루트임팩트에서는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최고기술책임자) 직책을 맡고 있다.

 

‘루트임팩트’는 재벌 3세가 만든 비영리법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설립 과정에서 현대가 사람들이 발 벗고 돕기도 했다. 정몽윤 회장은 루트임팩트에 1억 원의 후원금을 냈으며,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이 후원했다. 정 대표는 루트임팩트에 대해 “체인지 메이커가 많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재단, 소셜벤처 등을 돕는다”고 정의했다. 

 

루트임팩트는 과거 제조업과 생산 공장 단지가 자리 잡았던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일대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공익 활동가를 위한 회의 장소와 주거 공간, 도서관 등이 조성됐고 그 주변으로 단체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각종 재단과 기업, 정부기관과의 네트워크도 형성됐다. 하지만 인근 임대료가 상승하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부작용을 낳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7년 7월 13일 루트임팩트 5주년 기념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에 참석한 정경선 대표. 정 대표는 “조직의 미래에 대한 상상을 책임감 있게 한다는 의미로 CIO(최고상상책임자, Chief Imagination Officer) 직함을 골랐다”​고 밝혔다. 사진=루트임팩트 페이스북

  

루트임팩트 홈페이지 프로필을 보면 정 대표의 가치관을 잘 알 수 있다. 정경선 CIO 프로필에는 ‘루트임팩트와 HGI를 설립해 큰 그림을 그려놓고, 새로운 사업들을 제안하고 외부 파트너들과 협업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라는 소개말이 쓰여 있다. 

 

정경선 대표는 비영리법인만으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2014년 임팩트 투자사 ‘HGI’를 만들었다. ‘임팩트 투자’란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하는 투자를 뜻한다. HGI는 부동산 개발과 소셜벤처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한 기업으로는 위안부 할머니를 지원하는 디자인 제품 제작사 ‘마리몬드’, 청송의 농산물 중개·유통사 ‘생생농업유통’ 등이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회사 MGRV(맹그로브)의 법인 등기를 마치고 공유주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형 김현강 변호사 경영 참여에 정경선 승계 가능성도 제기

 

사회적기업 분야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려 나가는 정경선 대표지만, 아버지 회사인 현대해상에서 경영승계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현재 정 대표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컬럼비아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으며 비영리단체와 사회적기업에 관한 강의를 듣는 걸로 알려진다. 

 

정 대표는 2019년 9월 30일 기준 현대해상 지분 0.31%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 4월 2만 3000주를 장내 매수한 데 이어 2018년 4월에도 3만 9900주를 매입하는 등 꾸준히 지분을 늘리고 있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은 21.90%, 정 대표의 누나 정정이 씨는 0.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 대표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대가의 사업에 대해 “대표적인 인프라 사업이다. 가령 아마존은 삶의 편리를 도모하는 기술 기업이지만, 한편으론 소규모 도·소매상을 먹어치우고 고용을 잠식한다. 인프라 산업은 금융보다 실물 경제와 고용에 역할이 크기 때문에 더 민감한 마음으로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대표는 같은 인터뷰에서 재벌가 3세로서의 고민도 털어놨다. 정 대표는 “(재벌) 2세들은 창업 과정에 동참하고 테스트 과정을 겪지만 3세는 완벽한 상속자 그룹이다. 그동안 기업은 개인을 넘어 사회 공동의 재산이 되어왔고, 3세는 ‘내가 이걸 맡을 깜냥이 되나’란 질문에 맞닥뜨린다. 대처하는 길은 선민의식을 갖거나, 후계자 수업을 받거나, 아니면 번민하는 인간이 되는 것, 세 가지다. 나는 세 번째다. 부모님은 가업을 이어야 하는 상황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너는 너다’라는 여지를 주셨다”고 말했다. 

 

한편 정 대표의 누나이자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딸인 정정이 씨도 HGI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정정이 씨의 배우자인 김현강 변호사는 2월 11일 현대해상의 자회사인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상무로 선임됐다. 김인규 전 KBS 사장이자 현 경기대 총장의 장남이기도 한 김 변호사는 2009년 정정이 씨와 결혼했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사내이사들의 연령대가 50~60대인 만큼 1979년생인 김 변호사의 상무 인사는 낙하산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변호사의 임기는 올해 2월 11일부터 2021년 2월 11일까지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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