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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펀드 판매 신한금투 '사기 혐의' 둘러싼 설왕설래

금감원 "부실 알고도 속여" 신한금투 "부서 달라 알 수 없어" 증권가 "모르기 어려워"

2020.02.25(Tue) 11:23:58

[비즈한국] “신한금융투자(신한금투)에서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 1호) 펀드를 가입했다. 금융당국이 신한금투를 사기죄로 보는 만큼 (신한금투로부터)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금투가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 가능성에도 피해 복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신한금투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저지른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 하지만 신한금투는 규제상 해당 부서가 손실 가능성을 인지할 수 없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기 입증을 둘러싸고 논란이 격화될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으면서 펀드를 판매한 가운데 손실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사기 논란에 휘말렸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 사진=최준필 기자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5일에는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투가 펀드의 대량 부실을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숨졌다는 판단을 담은 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겼다. 검찰도 빠르게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9일 검찰은 여의도에 위치한 신한금투 본사에 수사관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금감원은 신한금투와 라임자산운용이 지난 2017년 신한금투 명의로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다고 판단한다. 투자에 필요한 상당 자금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마련했다. TRS는 운용사의 펀드를 담보로 증권사가 대출을 해주고 증권사 명의로 펀드에 투자하는 개념이다. 신한금투가 라임자산운용에 TRS 계약을 통해 공급한 유동성은 3600억 원에 달한다. 나머지는 고객들을 유치해 확보한 자금이다.

 

문제의 무역금융펀드에 몰린 투자자 자금은 2438억 원이다. 이 가운데 신한금투가 판매한 펀드는 888억 원 규모. 무역금융펀드는 5개 해외무역 금융펀드와 연동돼 있는데, 이 중 IIG펀드가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휘말리면서 전액 손실 위기에 몰렸다.

 

그럼에도 신한금투와 라임자산운용은 이 같은 이상 징후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6월 신한금투와 라임자산운용은 IIG펀드가 기준가를 미산출 하는 이상 징후를 발견했지만 이들은 인위적으로 기준가를 산출했다. 같은 해 11월 신한금투는 IIG펀드가 청산절차에 들어간다는 이메일을 받았음에도 이를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신한금투와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부실화가 가시화되자 펀드의 구조를 바꿨다. 손실이 난 펀드와 수익이 난 펀드를 합치는 방식으로 펀드를 만들어 끼워넣기도 했다. 라임자산운용은 무역금융펀드 자산 기준가격의 50% 손실을 전망하지만, 금감원은 전액 손실에 이를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한 투자자는 “신한금투의 불완전판매도 문제지만 펀드 운용과정에서 부실화 사실을 숨겼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투자자를 속인 사기인 만큼 투자금을 전액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당국이 신한금투의 무역금융펀드 판매 사기를 입증할 경우 계약 취소로 투자원금의 100%를 받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번 발표한 조사 결과 이외에 다른 내용은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조사된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한금투는 펀드 판매와 관리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신한금투와 라임자산운용의 TRS 계약을 주도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헤지펀드 지원업무) 부문과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리테일 부문은 차이니즈월(부서 간 정보교류차단)에 따라 업무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따라 펀드 판매 부서는 PBS 부서가 알게 된 무역금융펀드 이상징후를 파악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신한금투가 부실 펀드 사실을 인지하고도 고객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증권사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만약 PBS 부서에서 업무과정에서 알게 된 펀드 부실에 대한 정보를 펀드 판매 부서에 알렸다면 차이니즈월 때문에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펀드 판매 부서가 무역금융펀드의 부실 가능성을 몰랐을 리 없다는 반응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한금투와 라임자산운용의 TRS 계약 규모가 작지 않다. 투자 자산 가운데 부실 펀드가 발생하면 부서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임원진이 모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차이니즈월 때문에 부서 간 정보가 차단되더라도,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이상 징후가 수개월에 거쳐 이어지고 투자 규모도 크기 때문에 임원진 사이에서 ​공유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신한금투가 TRS와 펀드 판매에 동시에 참여한 것은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라임자산운용이 설계한 펀드에서 대규모 투자금 손실이 예상되면서 이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시위에 나섰다. 사진=최준필 기자

 

다만 현실적으로 금융당국이 신한금투의 사기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PBS 부서에서 획득한 정보를 펀드 판매 부서에 넘긴 정황을 ​금융당국과 검찰이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의사결정은 폐쇄적으로 이뤄진다”​면서 “​차이니즈월로 부서 간 정보교류가 문제가 되는 만큼 (PBS 부서가 펀드 판매 부서에) 정식절차를 거쳐 정보를 전달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감독 당국이 신한금투의 사기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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