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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무죄' 판결문, 판사들이 열독하는 이유

"유죄도 무죄도 나올 수 있는 재판, 판사 고민 느껴져"…"정부·국회가 해결할 문제" 지적

2020.02.24(Mon) 15:57:30

[비즈한국] 15장. 최근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웅 쏘카 대표와 자회사 브이씨앤씨(VCNC) 박재욱 대표의 판결문 분량이다. 단독재판부의 사건 치고 적지 않은 분량이다. 지난주 수요일(19일) 선고가 내려진 직후, 판결문이 법원 내부 시스템에 등록되자마자 적지 않은 판사들이 판결문을 찾아 읽어볼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많은 판사들이 “재판부가 많이 고민한 것이 느껴진다”고 평가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사건이 사법부까지 넘어와서 판단을 받았어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와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오른쪽)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판결문 속 재판부의 고민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타다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타다는 택시가 아니라 ‘초단기 렌트카’이며, 이에 탑승한 손님들 역시 ‘승객’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2018년 10월 서비스 출범 이후 1년 5개월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기소를 결정한 검찰의 판단은 타다가 ‘불법 택시’라는 것이었다. 불특정 다수의 승객이 타다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면 해당 승객과 가까운 곳에 있는 운전자에게 승객의 위치정보를 발송해 승객과 운전자를 연결시켜주는 ‘택시 사업’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정작 국토교통부장관 면허는 받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를 부정했다. 박상구 부장판사는 “타다 서비스는 이용자의 직접 운전 없이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한 분(分) 단위 예약 호출”이라며 “피고인 쏘카가 알선해 타다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타다 승합차를 타다 이용자가 필요한 시간에 주문형(on-demand)으로, ‘임차(렌트)’ 하는 계약관계”라고 평가했다. ‘모바일 앱 기반 렌터카 서비스’라고 아예 판결문에 적시했다. 그러면서 “형벌법규를 지나치게 확장 또는 유추 해석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문의해 ‘답변’을 받은 점도 무죄의 근거로 상세하게 제시했다. 정부와 서울시에 적극적으로 문의해 ‘문제될 게 없다’는 답변을 받아냈다는 설명을 판결문 중 한 페이지에 걸쳐 언급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토교통부 신교통서비스과 국·과장, 사무관, 주무관 등 담당 공무원들과 수시로 회의, 전화, 이메일,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타다 서비스 출시, 운영, 현황 등에 관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타다 서비스의 위법성에 대하여는 부정적인 논의나 행정지도 등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또 “국토교통부는 타다 서비스 전 유사한 서비스 구조를 가진 렌터카 공동이용 중개서비스 ‘벅시’에 대한 질의회신에는 ‘차량 대여 서비스임을 명확히 하여 공동임차인에 대한 대여와 운전자 알선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타다 서비스 후 제3자의 타다 서비스 합법성 관련 민원회신에서는 ‘렌터카 계약상 운전자를 알선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된 계약이라면 적법한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답변한 점도 고려했다”며 정부가 ‘이미 허가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1심 판결문을 본 판사들은 “법률적 관점뿐만 아니라 사회와 정치, 산업 등을 모두 고려한 재판부의 고민이 많이 느껴졌다”는 의견을 내놨다. 택시와 나란히 선 타다 차량. 사진=임준선 기자

 

판결문을 본 판사들이 ‘고심’이 느껴진다고 풀이하는 대목이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판결문을 읽어보니 단순히 법률적 관점뿐만 아니라 사회와 정치, 산업 등을 모두 고려해서 판단하려 했고 그런 측면에서 재판부의 고민이 많이 느껴졌다”며 “이런 사건은 유죄를 선고할 수도 있고 무죄를 선고할 수도 있는데, 판사는 판결로 얘기한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사회 논란이 될 사건의 중간 지점에서 훌륭하게 나아가야 할 기준을 제시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풀이했다. 

 

#“정부와 국회가 해결했어야” 비판도

 

자연스레 법조계 일부에서는 정부와 검찰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오히려 이 사건은 검찰과 국토교통부가 청와대의 관리하에 기소 여부와 불법성 판단 여부를 이미 결정했어야 하는데, 선거를 의식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정부와 이를 그대로 기소해버린 검찰이 만든 불필요한 재판”이라며 “2심, 3심이 이어질 수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법의 영역까지 넘어오지 않고, 행정(정부)과 입법(국회)의 영역에서 혁신의 가이드라인을 잡아서 제시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실제 박상구 부장판사 역시 선고 공판을 마치며 “모빌리티 산업의 주체인 플레이어들과 규제 당국이 함께 고민해서 건설적인 해결책과 솔루션을 찾아가는 것이 계속될 재판의 학습효과이자 출구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통상 재판부는 판결문을 간략하게 읽는 게 선고 재판의 통상적 관례인데, 이 발언은 판결문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박 부장판사가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라는 분석이 함께 나오는 이유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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