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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재인 대통령이 탔던 '고요한택시' 개발자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

청각장애인 택시, SK텔레콤·현대자동차 통해 알려지며 주목…현재 26대 운행 중 "올해 100대가 목표"

2020.02.12(Wed) 17:09:32

[비즈한국] 처음 ‘고요한택시’ 스티커가 붙은 택시를 타면 누구나 당황할 수 있다. “어디로 갈까요?”라는 기사님 목소리 대신 “안녕하십니까, 청각장애인 기사님이 운행하는 택시입니다”라는 태블릿PC 음성이 들리기 때문이다. 

 

고요한택시 기사용 기기. 뒷좌석 승객용 태블릿PC에 입력된 내용이 기사용 태블릿PC에 전달된다. 사진=코액터스 제공


우왕좌왕하다가 평소처럼 “강남역으로 가주세요” 소리 내 말 할 수도 있다. 그럴 땐 조금만 차분히 태블릿PC 안내를 따라 음성·키보드·손으로 쓰기 중 편한 방법으로 목적지를 입력하면 운전석 앞에 설치된 기사용 태블릿PC에 전달된다. ‘라디오를 켜 주세요’, ‘빨리 가 주세요’ 같은 요구사항도 태블릿PC에 대고 말하면 된다. 터치스크린으로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 결제 방법도 확인할 수 있다. 내릴 때쯤이면 의사소통에 있어서 일반 택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그 마음을 아는 듯 태블릿PC는 “감사합니다”라는 수화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청각장애인 일자리 창출 효과…대기업·정부 관심 높아

2018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고요한택시’는 청각장애인도 택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택시회사에 판매한다. 7일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송민표(27) 고요한택시 운영사 코액터스 대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이라며 서비스를 소개했다.

2월 7일 역삼동에 위치한 코액터스 사무실에서 만난 송민표 대표는 “고요한택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사진=김보현 기자


“해외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대학생 때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풀어내는 방법을 고민하는 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우연히 우버 택시에 탑승한 승객이 청각장애가 있는 기사와 필담을 나누는 영상을 보고 ‘이걸 IT 기반 서비스로 만들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택시회사, 장애인 관련 기관에 자문을 구해 앱을 개발한 뒤 일일이 택시회사를 찾아가 이 기기를 사용하도록 설득했죠.”

송 대표는 ‘청각장애인이 운전을 할 수 있는지’, ‘승객의 안전까지 보장해야 하는 택시 운전도 할 수 있는지’ 묻는 말에 자주 부딪혔다. 미국에서는 2016년에 약 6000명의 청각장애인 우버 드라이버가 활동하고 있었으며, 캐나다·호주·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에서도 청각장애인 택시가 운행 중이다. 청각장애인의 시야는 비장애인보다 1.5배 정도 넓으며, 교통사고 발생율도 비장애인에 비해 낮다. 국내에서도 도로교통법에 따라 1종 보통 및 2종 보통 운전면허는 청력과 무관하게 취득이 가능하지만, 보수적인 업계 분위기에 따라 청각장애인이 택시 운전을 하긴 쉽지 않았다. 

“1호 기사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경주에서 택시 운전을 하던 분이었는데 인터넷에서 고요한택시 서비스를 보고 연락을 주셨어요. 바로 경주로 가서 안내해드렸어요. 전보다 영업이 편해졌다고 말씀하세요. 첫 시작을 경주에서 한 셈이죠. 이런 순간들이 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고요한택시 뒷 좌석. 사진 왼쪽에 태블릿PC가 보이고 창문에는 고요한택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코액터스 제공


지난해 고요한택시에 상징적인 순간이 여럿 있었다. 3월 SK텔레콤·SK에너지와 MOU(양해각서)를 맺었으며, 7월에는 ‘사회적경제 박람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차량에 탑승한 일도 있었다. 송 대표는 “‘장애인 고용’이라는 사업의 가치가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MOU 이후 SK텔레콤은 기존 비장애인용 위주로 설계된 택시호출앱을 개선해 따로 전용 앱을 만들었으며, SK에너지는 전국의 충전소 네트워크를 통해 고요한택시를 홍보하고 청각장애인과 법인택시회사와의 연결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요한택시가 등장한 현대자동차그룹 광고는 유튜브 조회 수 710만 회를 돌파했다.

“우리 서비스가 장애인 고용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다 보니 주목을 받는 것 같아요. 많은 기업이 봉사활동을 하거나 기부를 하는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실제 행동하는데, 차이가 있다면 ‘얼마나 드러나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했지만,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판단도 들었어요. 유니콘·데카콘 기업이 될 정도로 큰 시장을 가진 아이템은 아니지만 이 안에서 성공시켜야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아직은 기사 수 26명이지만…업계 지각변동 겪어내는 중

고요한택시가 당면한 과제는 기사의 수를 늘리는 일이다. 수익이 기기 판매에서 나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보조공학기기 지원사업’을 통해 장애인을 고용하고자 하는 업체는 필요한 기기를 신청할 수 있다. 업체가 서류를 제출하면 공단에서 기기를 사서 업체에 납품한다. 고요한택시 기기도 여기에 해당한다. 택시회사로부터 받는 월정액 이용료도 있다. 코액터스가 청각장애인 운전기사의 교육도 맡기 때문에 기사를 양성해 택시회사에 취업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지혜 씨가 고요한택시를 탑승한 뒤 남긴 후기. 이 씨는 흔쾌히 기사에 사용해도 된다고 전했다. 사진=SNS 캡처


 

“실제 활동하고 계신 기사님 수는 26명이지만 교육을 받고 일을 하다가 그만두시거나 이직한 분들까지 더하면 더 많습니다. 직업 특성상 업무강도가 높아 이직이 많아요. 전액관리제 개편 등 지각변동 중인 업계 여파가 있기도 해요. 아직은 지켜보는 단계입니다. 올해는 기사님 수를 100명으로 늘리기가 목표에요.”


서울·경기·경주 등 전국에서 26대의 고요한택시가 오늘도 달리고 있다. 특이하게 택시를 탄 경험을 SNS에 올리면 화제가 된다. ‘고요한택시를 탈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 일반 택시와 다른 점은 없었다. 수화를 배워놓을 걸 하고 후회하던 중에 안내 영상이 나왔다. 내릴 때 용기 내서 감사인사를 드려야겠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넘어 인식개선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고요한택시 운영사 코액터스의 직원은 송 대표 포함 총 5명. 이 중 두 명은 송대표와 함께 사업을 시작한 공동창업자다. 송 대표는 “수익이 안정적이진 않지만 계속해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업을 해 나갈 생각이다. 다른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오픈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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