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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비결] 동네 채소가게에 직장인들이 줄 서는 이유

도쿄 슌파치 청과점, '못난이 채소'로 도시락·음료·반찬 가공…카페·전단지로 '구매 체험' 유도

2020.02.04(Tue) 11:47:24

[비즈한국] 도쿄 고탄다에 있는 청과물 가게 ‘슌파치(旬八)’. 정오가 되자 속속 가게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런데 줄지어 선 건 주부가 아니라 직장인들이다. 대체 왜 이렇게 행렬이 이어지는 걸까. 

 

도쿄에 있는 청과물 가게 ‘슌파치(旬八)’. ‘사양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청과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진=슌파치 페이스북

 

이들이 사려고 하는 것은 도시락이다. 슌파치에서는 전국 각지의 신선한 채소가 듬뿍 들어간 도시락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처 회사에서 일하는 30대 여성은 “편의점이나 다른 매장에서 파는 도시락보다 채소를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단골고객 가운데는 샐러리맨도 많다. 한 남성은 “주 2~3회 정도 구입한다”며 “벨트 구멍을 하나 줄일 수 있게 됐고, 가격도 저렴해 주머니 사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경제산업성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 채소과일 소매상은 1976년 전국에 6만 6000여 개의 점포가 있을 정도로 호황이었다. 그러던 것이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 등에 밀려 2014년 1만 5000개까지 감소했다. 이른바 ‘사양산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슌파치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과연 비결이 뭘까.

 

슌파치는 2013년 문을 열었다. 당시 서른 살이던 청년 사콘 요시노리가 한 평짜리 작은 가게를 낸 것이 시작이다. 처음 청과물 가게를 준비했을 때부터 그의 철칙은 ‘신선함과 맛, 그리고 적정 가격’이었다. 가게에 진열하는 상품의 60퍼센트는 산지 직송으로 꾸렸고 독자적으로 개척한 생산자와의 루트를 통해 갓 수확한 신선한 채소, 과일을 매일 들였다. 될 수 있는 한 그날 완판하기 위해 시간이 지난 것들은 가게 내에서 샐러드나 절임 등으로 가공해 팔기 시작했다.

 

슌파치는 2013년 당시 서른 살이던 청년 사콘 요시노리(사진)가 한 평짜리 작은 가게를 낸 것이 시작이다. 사진=슌파치 홈페이지


젊은 사장의 수완은 손님들을 끌어모았고, 인기에 힘입어 체인점도 생겼다. 현재는 도쿄 도내에 15개 점포를 운영하며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특히 사무실 거리에 위치한 고탄다 점의 경우 5년 새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효자품목은 단연 도시락이다. 하루 필요 채소량 350g을 섭취할 수 있는 데다 가격도 5000~7000원대로 비교적 저렴하다. 최근 배달 서비스도 시작해 도시락 매출은 올해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매체 ‘닛칸겐다이’는 “슌파치가 생산에서 유통, 소매까지 직접 운영하는 SPA 모델을 적용해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내릴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못난이 채소’를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마트에서는 예쁘고 반듯한 농산물을 판매한다. 다소 못생기고 크기가 들쭉날쭉하면 상품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맛과 향은 동일하다. 사콘 씨는 이점에 주목했다. 농가와 직거래로 ‘상품성 없는 채소’를 매입해 비용을 인하하는 방법을 택했다. 덕분에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채소 듬뿍’ 도시락이 탄생하게 됐다. 경영효율은 높아지고, 농가에는 소득향상, 고객 만족으로도 이어지니 1석 3조다.​

 

못난이 채소로 만든 도시락과 스무디. 못난이 채소를 활용함으로써 경영효율은 높아지고, 농가 소득향상, 고객 만족으로도 이어지니 1석 3조다. 사진=슌파치 페이스북

 

신바시역에 새로 생긴 주상 복합시설 1층에는 ‘슌파치 키친&테이블’이 입점해 있다. 신선한 제철채소를 구입할 수 있고 한쪽에서는 식사도 가능하다. 사진=슌파치 페이스북

 

동네 이미지에 맞는 업태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신바시역에 새로 생긴 주상 복합시설 1층에는 ‘슌파치 키친&테이블’이 입점해 있다. 일명 도시형 청과물 가게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된 것이 특징이다. 신선한 제철채소를 소량 구입할 수 있고 한쪽에서는 식사도 가능하다. 이곳에서도 역시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해 생과일주스와 스무디, 반찬 등을 팔고 있다. ​

 

저녁에는 푸짐한 채소가 메인인 뷔페와 과실주도 판매한다. 과일을 아낌없이 넣은 칵테일(사와), 농가에서 직접 만든 딸기잼도 인기다. 음료는 다른 카페처럼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사콘 씨는 가게가 번성한 이유에 대해 “청과를 정말 맛있는 시기에 매입하는 것과 금액 가치에 맞는 청과를 제공하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무리 싸더라도 질이 떨어지는 물건은 절대 들이지 않는다. 또 가게 내 추천 상품은 채소 8종류, 과일 8종류로 폭을 좁혔다. 진심으로, 자신 있게 ‘제철상품’이라고 내세울 청과물을 그 이상 매일 매입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상품 수를 줄이는 대신, 손님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채소를 엄선하고 누구나 맛있는 농산물을 고르기 쉬운 매장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사콘 씨는 “소비자가 알고 싶어하는 것은 생산자의 얼굴 사진만이 아니라 청과를 맛있게 먹는 법”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귀여운 전단지도 매달 배포한다. 가령 지난해 5월에는 전단지에 각 시기별 수박 유명산지를 소개하고, 맛있는 수박의 특징을 실어 큰 호응을 얻었다. 

 

슌파치는 매달 청과 맛있게 먹는 법을 전단지로 배포한다. 지난해 5월에는 시기별 수박 유명산지를 소개하고, 맛있는 수박의 특징을 실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슌파치 페이스북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의 폭격 속에서도 살아남은 슌파치. 향후 목표도 궁금해진다. 사콘 씨는 “구매 이상의 가치를 주는 채소가게를 꿈꾼다”고 말했다. 슌파치 역시 온라인숍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구매는 확실히 편리하다. 하지만 점포에서만 얻는 정보도 분명히 있다. 고객들의 구매 행위에 기쁨을 더함으로써 ‘구매 체험’으로 바뀌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는 포부다. 

 

끝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청과는 아주 매력적이다. 단순히 매장에 진열해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다 전해지지 않는다. 도시락이나 가공품 등을 만든 것도 청과의 매력을 알리고자 나온 아이디어다. 전달 방법을 궁리하면 청과는 더 큰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윤화 외신프리랜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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