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백종원·펭수·선넘규가 입을 모은 유튜브 성공비결

[비즈한국] 2019년 유튜브를 뜨겁게 달군 라이징 스타가 한자리에 모였다. ‘백종원의 요리비책 Paik’s Cuisine’ 채널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워크맨-Workman’ 채널의 고동완 PD, ‘자이언트 펭TV’ 채널의 이슬예나 PD가 참석했다. 이들 셋이 한목소리로 외친 유튜브에서의 성공 비결은 ‘진정성’과 ‘소통’이었다.

유튜브는 31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18번째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다양한 분야의 유튜브 크리에이터들과 만나 성공 비결과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패널 토크 행사다. 이번 18번째 행사 주제는 ‘유튜브 라이징스타’로 2019년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가장 많이 성장한 국내 채널 세 곳을 선정해 패널로 초대했다.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글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 ‘백종원의 요리비책’의 백종원, ‘워크맨’의 고동완 PD, ‘자이언트 펭TV’의 이슬예나 PD가 참석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백종원 대표가 유튜브에서 꾸는 꿈은 ‘한식의 세계화’

먼저 백종원의 요리비책은 유튜브 내에서 ‘생태 교란자’로 불리는 대표적인 채널이다. 채널 개설 4일 만에 구독자 수 100만 명을 달성한 까닭이다. 이 때문에 백종원 대표는 구독자 10만 명과 100만 명 달성 시 받을 수 있는 ‘실버 버튼’과 ‘골드 버튼’을 한 번에 받는 기염을 토했다. 백종원 대표는 이날 가장 재밌었던 자신의 콘텐츠 중 하나로 두 버튼을 동시에 개봉한 방송을 꼽았다. 백 대표는 “웃기는 놈들이 골목식당 촬영장에 (실버·골드 버튼을) 가져오더라. 깜짝쇼였다”라며 웃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 참석한 백종원 대표는 자신을 ‘유튜브 광’이라고 소개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백 대표는 자신을 ‘유튜브 광’으로 소개했다. 백 대표는 “제가 게임을 좋아하는 건 많은 분이 아실 거다. 결혼 후 아내와 약속을 지키고자 게임을 줄이고 새로운 취미를 찾던 중 접하게 된 것이 유튜브”라고 말했다.

백 대표가 유튜브 채널 운영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자신의 레시피가 무엇이다’라는 것을 시청자에게 명확히 하고 싶었다는 것. 백 대표는 “장모님께서 ‘백 서방의 갈비찜은 도대체 무엇이냐’라고 말씀하길래, 유튜브를 찾아보니 제가 방송했던 갈비찜과는 다른 갈비찜이 ‘백종원 갈비찜’이라는 이름으로 방송되고 있더라. 그때 유튜브 채널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백종원은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솔직 담백하게 자신을 나타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백종원의 요리비책 영상 캡처

백 대표는 유튜브 성공비결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유튜브에서는 방송에서 할 수 없는 얘기를 다 할 수 있다. 제품, 광고 등 막말해도 된다. 욕도 많이 하고 찐한 얘기도 많이 한다. 아쉽게도 (편집팀이) 잘라내더라. 왜 편집했냐고 물으니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방송만큼은 목숨 걸고 막겠다고 했다. 그만큼 제 모습 있는 그대로를 보일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여려서 댓글을 챙겨보진 않지만, 유튜브 시청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주는 한마디가 힘이 된다. ‘유튜브를 보고 따라서 요리했더니 맛있더라.’, ‘가족끼리 만나서 밥 먹는 일이 많아졌다’라는 얘기들이 내가 (시청자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더 좋은 영향력을 전달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것 같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백 대표가 앞으로 유튜브에서 꾸는 목표는 ‘한식의 세계화’다. 그는 “그동안 국내 시청자엔 한식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드렸고, 해외에 사는 한국 시청자에게는 식자재가 부족하더라도 한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송을 많이 했다. 앞으로는 해외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식, 생각보다 만들기 쉽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더 나아가 제 채널을 통해 한국에 방문해서 한식을 맛보고 한국을 사랑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드리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고동완 PD, JTBC 최종 면접 때 아이디어 떠올려 “장성규에 진정성 느껴 섭외”

‘런닝맨’ 제작진으로 알려진 워크맨의 고동완 PD는 워크맨 탄생 비결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1년 전 이맘때를 회상했다. 고 PD는 “JTBC로 회사를 옮긴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다. 최종 면접 전 문득 ‘여기 와서 뭐 할 거예요?’라는 질문을 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KBS에서 인기를 끌었던 ‘체험 삶의 현장’을 유튜브 형식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라는 답변을 준비했는데 물어보진 않더라”라고 말했다.

방송과 유튜브에서 틈틈히 얼굴을 내비치며 재치있고 유머있는 모습을 보였던 고동완 PD는 이날 어느때보다 진지하게 행사에 임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고 PD는 이를 곧장 실천에 옮겼고 4월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장성규 아나운서를 섭외한 이유에 대해서 고 PD는 “원래 장성규 씨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버하는 게 보기 싫었다. 입사 3일 만에 장성규 씨를 만났는데 사석에선 전혀 다른 사람이더라. 진솔한 한 살 차이 형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연예인이 알바 하면 ‘진정성 없다’란 소릴 듣겠지만, 장성규 씨에게는 성공 가능성이 보였다. 다행히 장성규 씨에게 출연을 부탁했는데 흔쾌히 수락하더라. 고마웠다”고 말했다. 현재 워크맨은 구독자 385만 명을 보유한 대형 채널로 성장했다.

고동완 PD도 백종원 대표처럼 성공 비결을 묻는 물음에 ‘진정성’이라고 답했다. 그는 “직업은 흔한 아이템이다. 그렇다고 기획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풀어가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 중 하나가 받는 시급은 무조건 공개하자는 것이었다. 연예인이라 더 후하게 챙겨주는 게 싫었다. 알바생이 얼마나 받는지 낱낱이 파헤치는 게 진정성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방송을 하는 데에 시청자 공부는 필수다. 스튜디오 룰루랄라 채널 시청자들의 주 관심사는 ‘취업’과 ‘아르바이트’였다. 직업이라는 공감 덕분에 관심을 주신 것 같다. 연출적 재미는 부가 요소일 뿐이다. 기존 방송에서 보인 편집 정책과 다르게 시도한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성규 씨 캐릭터에서 나오는 사이다 발언이 주는 희열감과 짜릿함이 인기 비결이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고동완 PD는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로 야구장 아르바이트 영상을 꼽았다. 사진=워크맨 영상 캡처

고동완 PD가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야구장 아르바이트’였다. 고동완 PD는 “당시 하루에 두 개를 찍는 게 원칙이었다. 제작비 때문이었다. 세 시간 찍으면 영상 하나씩 나오겠다 싶었다. 막상 찍다 보니 내용이 안 나오더라. 성규 형도 무거운 맥주 통을 들고 다니다 보니 힘들어 보였다. 결국 그 방송은 조회수 최저를 기록했다. 그 뒤론 일주일에 한 직업만 촬영한다. 제작진이 힘들더라도 출연진도 챙겨주고 내용도 담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고동완 PD는 앞으로 시청자들에게 더 다양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워크맨이 그동안 아르바이트생들의 입장을 대변해서 방송을 해왔다면, 이제는 점주들의 입장을 들어보는 콘텐츠도 생각하고 있다. 워크맨 외적으로는 직업만큼 공감성 있는 콘텐츠를 예전의 장성규 씨처럼 새롭고 덜 유명한 사람과 함께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슬예나 PD “펭수는 EBS 위기의식에서 탄생한 캐릭터”

전국적으로 펭수 열풍이 불고 있다. 우주 대스타를 꿈꾸며 먼 남극에서 한국을 찾은 열한 살 펭귄, 펭수는 EBS 연습생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1년 만에 스타가 됐다. 펭수의 이야기를 담은 ‘자이언트 펭TV’ 채널은 구독자 201만 명을 넘어섰으며 방송, 광고뿐만 아니라 각종 컬래버레이션 행사까지 섭렵하고 있다.

이슬예나 PD는 자신이 기획, 제작한 영상을 시청자들과 교감할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자이언트 펭TV 기획·제작을 맡은 이슬예나 PD는 펭수는 EBS가 위기감을 느끼면서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 PD는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EBS를 보여주지만 그들이 부모님 손을 떠나면서 선택하는 방송사는 EBS가 아니다. 초등학생만 해도 EBS를 유치하다고 생각하더라. 이들도 성인 예능을 추구하고, 웃음 코드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EBS가 추구하는 선한 영향력은 유지하되 전달하는 화법을 달리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어른들까지도 포섭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누군가를 가르치기보다는 동등하게 성장하는 콘텐츠를 원했다”며 자이언트 펭TV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이 PD는 “그동안 EBS 캐릭터는 스튜디오나 애니메이션에 국한해 활동했다. 현장에서 소통하는 캐릭터를 원했다. 많은 캐릭터가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대의를 가지고 탄생했지만, 펭수는 스타가 되고 싶은 자기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친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캐릭터를 설정하게 됐다. 선한 캐릭터보다는 자기 개성이 강하고 돌발적이고 솔직한 콘셉트로 가게 된 이유”라며 펭수 탄생 비화를 풀어놨다.

자이언트 펭TV 인기 비결을 묻는 말에 이슬예나 PD는 “‘EBS에서 이런 걸 해?’라는 의외성이 첫 번째다. 타 방송사의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를 모티브로 만든 ‘EBS 아이돌 육상대회’에서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 게 화제가 된 것 같다”며 “펭수가 기존 캐릭터와 달라서 사랑을 받는 것 같다. 권력이나 위계질서에 굴하지 않고 수평적인 구조를 지향하는 펭수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공감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높아진 펭수의 인기 덕에 제작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역시 펭수다. 이슬예나 PD는 “아이템을 선정할 때 어떻게 하면 최대한 재밌고 편하게 펭수가 움직일 수 있는지를 제작진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고려한다. 펭수가 무리 없는 스케줄을 진행하기 위해서 촬영을 가급적이면 떨어뜨려 잡는다. 또 구독자분들이 보는 피드백을 많이 반영한다. ‘펭수가 이랬으면 저랬으면 좋겠다’란 반응이 주를 이룬다. 밀당하듯이 보일 건 보이고 숨길 건 숨기는 중”이라며 웃었다.

자이언트 펭TV는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달려가려 한다. 이슬예나 PD는 “최근 ‘펭수가 아직도 연습생인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제작진은 펭수가 스타가 되지 않길 바랐다. 연습생이라고 우기면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사랑하는 펭수가 매력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생각을 유지하고 펭수가 거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탄탄하게 다져나갈 것이다. 진정성과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잃지 않고 롱런하는 게 목표”라며 포부를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