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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 위 건물주] ① 신세계가 접수한 '청담동명품거리'

이명희·정용진·정유경 외 이건희, 현대 이행자, 고려해운 이동혁, 배우 고소영 등…만 10세 이전 건물주된 사례도

2020.01.10(Fri) 13:34:23

[비즈한국] 청소년들이 장래희망 1위로 꼽는 ‘건물주’. 최근에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님’, ‘하늘에는 주님, 땅에는 건물주님’, ‘갓(GOD)물주’ 등의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건물주’는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 중에서도 청담동명품거리, 테헤란로, 명동패션거리 같은 서울 주요 상권에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월세를 받는 건물주들은 어떤 사람일까.

 

‘조물주 위 건물주’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로 대한민국 대표 상권인 ‘청담동명품거리’의 건물주들을 찾아나섰다. 

 

#신세계 총수 일가, 건물 5채 보유

 

청담동명품거리의 밤풍경. 사진=유시혁 기자


프라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버버리, 토리버치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매장이 한 곳에 모인 청담동명품거리. 이곳에 신세계그룹 총수 일가인 이명희 회장,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보유한 건물만 5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이들이 소유한 건물의 ‘​세입자’​ 대다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다. 총수 일가가 그룹 계열사​에 개인 소유 건물을 빌려주고 한 해 수십억 원으로 추정되는 임대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명희 회장은 자신이 소유하던 대지(청담동 99-19)에 1995년 11월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의 건물(1722.85㎡, 521.16평)을 지어 사진관, 의원, 학원 등을 운영하는 세입자에게 임대를 줬다가 2006년 3월 외관 대수선 공사를 거쳐 건물명을 ‘돌체빌딩’으로 변경했다. 이즈음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전 층을 임대했다. 기존 임차인은 다른 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 건물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 매장으로 운영하다가 최근 ‘​클로에’​ 매장으로 변경했다. 

 

이명희 회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임대를 준 돌체빌딩.  사진=고성준 기자

 

이명희 회장은 토리버치 매장 바로 뒤편 건물(청담동 79-12)도 2008년 6월 104억 원에 매입했는데, 이 건물 역시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전 층(연면적 350.53㎡, 106.04평)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임대를 줬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 건물에 이탈리아 명품 패딩 브랜드 ‘에르노’ 매장을 12년째 운영 중이다. 

 

이명희 회장이 2010년 11월 200억 원에 매입한 스타빌딩(청담동 89-4) 지상 1~2층(541.42㎡, 163.78평)​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임차했다. 이곳에는 스타벅스 1000호점으로 화제를 모은 ‘스타벅스청담스타R점’​이 입점해 있다. 건물의 나머지 층은 스튜디오, 헤어숍 등을 운영하는 세입자가 임차한 것으로 확인된다.

스타빌딩 바로 옆 건물(청담동 89-20) 소유주는 이 회장의 아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의 이 건물과 부지를 ​2014년 9월에 210억 원에 매입했다. 지상 1층에는 이마트 직영 편의점 ‘이마트24 청담본점’이 있는데, 임대료가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마트가 정 부회장과 전세계약을 체결하면서 법원에 관련 등기를 접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도 ‘에르노’ 매장 바로 옆 건물(청담동 79-13)을 2004년 4월 매입해 16년째 소유하고 있다. 최근까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명품 편집샵 ‘분더샵’ 매장이 있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이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하지 않아 임대료는 확인할 수 없다. ​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건물(왼쪽)과 딸 정유경 총괄사장이 보유한 건물(오른쪽).  사진=고성준 기자

 

청담동 일대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청담동명품거리의 대로변에는 돌체빌딩과 비슷한 규모의 빌딩이 모여 있는데, 대부분 명품 브랜드 매장이 전 층을 임대하는 게 특징이다. 월 임대료가 5000만~1억 원에 달한다”면서 “그동안 이명희 회장 일가가 신세계그룹으로부터 받은 임대료만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신세계주식회사가 신세계건설에 시공을 맡겨 2015년 3월 완공한 분더샵청담A(청담동 89), 분더샵청담B(청담동 89-3)의 부지도 이명희 회장 일가가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1996년 12월에 매입한 대지(336㎡, 101.64평)와 이명희 회장이 1997년 3월, 2008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매입한 대지 2필지(683.4㎡, 206.73평)에 분더샵청담A를,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1997년 7월 공동 명의로 매입한 대지 2필지(985.8㎡, 298.2평)에 분더샵청담B를 2015년 3월 신축했고, 얼마 후 분더샵 매장을 정 총괄사장 소유 건물에서 이 건물로 이전했다. 건물주와 토지주가 다른 점으로 미뤄 신세계가 신세계인터내셔날, 이 회장, 정 부회장, 정 총괄사장에게 연간 수억 원의 토지사용료를 납부하고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외에도 신세계그룹이 청담동명품거리에 보유한 건물이 11채에 달한다. 신세계가 분더샵청담A(청담동 89), 분더샵청담 B(청담동 89-3) 등 건물 2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아크네스튜디오’, ‘폰타나 밀라노’, ‘엠프리오 아르마니’, ‘브루넬로 쿠치넬리’, ‘셀린느’, ‘사카이’, ‘크리스찬 루부탱’ 등의 매장을 운영하는 건물 8채, 신세계백화점이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임대를 줘 ‘조르지오 아르마니’ 매장이 있는 건물 1채 등이다.

 

#또 다른 재벌 총수 일가는 누구?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토리버치 매장 건물.  사진=유시혁 기자


7년째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청담동명품거리에 건물 2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오빠인 이건희 회장은 ‘토리버치’ 매장이 입점한 건물(청담동 79-15)을 2008년 12월 350억 원에, 이듬해 9월 ‘비이커’ 매장이 입점한 건물(청담동 78-6)을 640억 원에 매입한 후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임대를 줬다. 이 건물에도 전세권설정 등기가 접수되지 않아 임대료는 파악되지 않는다. 

 

비이커 매장이 입점해 있는 이건희 회장 소유 건물.  사진=유시혁 기자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부인이자 노현정 전 아나운서의 시어머니인 이행자 고려산업개발 고문도 청담동명품거리에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고문은 둘째아들 정문선 현대비엔지스틸 부사장이 2001년 5월 매입한 토지 2필지(352.5㎡, 106.63평)에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의 건물(연면적 989㎡, 299.17평)을 지어 ‘청담불탑빌딩(청담동 80-7)’​이라 이름 붙였고, 강남구청으로부터 사용승인을 얻은 2002년 10월 이후 임대사업을 해왔다. 

 

노현정 전 아나운서의 시어머니인 이행자 고려산업개발 고문이 보유한 건물.  사진=고성준 기자

 

현재 이 건물 지하 1층~지상 3층에는 고려디자인의 이탈리아 주방가구 브랜드 ‘보피’ 매장이 있다. 고려디자인은 이 고문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로부터 임대료를 받아온 셈이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청담불탑빌딩’의 지상 4층과 지상 5층은 ‘단독주택’ 용도라서 전월세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정문선 부사장은 2018년 3월 이 건물과 부지를 담보로 내세워 하나은행에서 채권최고액 96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바로 옆에는 일본 유명 패션 디자이너 니고가 1993년에 론칭한 ‘베이프’ 매장이 있는데, 이 건물(청담동 80-14)의 소유주는 이동혁 고려회장 일가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이 회장의 부인과 아들이 2012년 7월 이 건물을 공동 명의로 47억 원에 매입했다. 2016년 7월에는 아들이 10분의 9, 부인이 10분의 1 지분을 투자해 그 옆 부지(448.57㎡, 135.69평)에 건물을 지었고, 삼성물산에 임대를 줬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 건물에 네덜란드 남성 패션 브랜드 ‘수트서플라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배우 고소영 씨가 보유한 건물.  사진=고성준 기자

 

프라다 매장 바로 옆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건물(청담동 100-15)은 배우 고소영 씨가 자신이 건축주로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200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아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고 씨가 12년째 소유한 이 건물은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연면적 1472.19㎡, 445.34평)로, 프리미엄 아울렛 ‘스페이스 에이치’ 매장이 입점해 있다.

 

#‘미성년 건물주’​도 여럿

 

1997년생과 2000년생이 지분을 보유한 까르띠에 매장 건물.  사진=고성준 기자

 

청담동명품거리에는 미성년자 ​건물주도 있다. 우선 청담동명품거리 대로변에 위치한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까르띠에’ 매장 건물(청담동 141-14)은 1997년생과 2000년생이 지분을 보유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이 건물을 단독 명의로 소유하던 조 아무개 씨는 2007년 4월, 당시 만 10세인 이 아무개 씨와 당시 만 7세인 또 다른 이 아무개 씨에게 100분의 15 지분씩 증여했다. 당시 세 사람은 주소지가 달랐으나, 2014년 7월 두 이 씨가 조 씨의 주소지로 주소를 옮겼다. 

 

이들보다 나이가 더 어린 건물주도 있다. ‘베이프’ 매장 바로 뒤편 건물(청담동 80-12)의 지분을 보유한 2008년생 유 아무개 씨와 2012년생 또 다른 유 아무개 씨다. 두 사람은 2018년 5월 정 아무개 씨(69세)로부터 6분의 1 지분씩 증여받았다. 당시 이들은 ​만 9세, 만 5세였다. 이보다 1년 전인 2017년 5월에는 유 씨의 모친으로 추정되는 조 아무개 씨가 정 씨로부터 3분의 2 지분을 증여받았다. 네 사람의 주소지가 동일한 점으로 미뤄 친인척 관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 매장 바로 뒤편 건물(청담동 100-27)의 소유주는 2010년생 김 아무개 씨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1981년생인 또 다른 김 아무개 씨가 2017년 6월 사망하면서 2010년생 김 씨에게 건물의 전 지분이 협의분할에 의해 상속됐다. 2018년 6월 서대문세무서는 만 9세인 김 씨가 5억 426만여 원의 세금을 체납하자 납세담보제공계약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국정농단의 주역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의 여동생 최순천 씨 부부가 운영하는 에스플러스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건물.  사진=고성준 기자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청담동명품거리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물이 있었다. 버버리 매장 맞은편에 위치한 지하 4층~지상 9층 규모(연면적 7045.29㎡, 2131.2평)의 건물(청담동 119-3)인데, 건물주가 국정농단의 주역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의 여동생인 최순천 씨 부부가 운영하는 회사 에스플러스인터내셔널이기 때문이다. 에스플러스인터내셔널은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등에서 이탈리안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외식업체로 2019년 매출은 57억 원이었다. 이 건물은 2017년 8월 강남구청이 건축법 위반건축물로 지정했지만, 최순천 씨 부부는 2년 5개월째 시정조치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채 과태료만 납부하고 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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