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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물류 공룡' 대한통운 삼킨 기업들의 묘한 징크스 앞과 뒤

동아, 금호아시아나 이어 CJ까지…그룹 해체, 외형 축소, 혹독한 구조조정 등 '승자의 저주' 반복

2020.01.09(Thu) 17:38:14

[비즈한국] 동아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이어 최근 CJ그룹까지 국내 최대 종합물류 공룡인 대한통운을 삼킨 재벌그룹들에게 묘한 징크스가 반복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한통운의 직·간접적인 원인 여부를 떠나 1968년 대한통운을 인수했던 동아그룹은 2001년 해체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중견기업집단으로 축소되는 부침에 시달렸다. 2011년 대한통운의 새주인이 된 CJ그룹은 지난해부터 강도높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중구 대한통운 본사. 사진=이상민 기자


1930년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미곡창고로 출범한 대한통운은 해방 이후 공기업으로 운영됐었다. 대한통운은 압도적인 물류사업뿐만 아니라 수조 원 규모 가치로 추정되는 전국 곳곳에 보유한 부동산으로 인해 매물로 나올 때마다 많은 재벌그룹들이 탐을 내는 기업이었다. 

 

재계에선 대한통운의 사례를 통해 급격한 인수합병 이후 내실을 다지지 못할 경우 ‘승자의 저주’에 직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민영화 된 대한통운의 첫 주인이었던 동아그룹은 부도상태에 들어가기 전까지 국내 10대 재벌그룹 중 하나로 승승장구했었다. 동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동아건설은 1974년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했고, 1983년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통해 이름을 떨쳤던 대표적인 건설명가였다. 

 

잘나가던 동아그룹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직격탄과 김포매립지 대규모 놀이공원 조성 사업이 김대중 정부 인수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막대한 채무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당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최원석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 전문경영인을 앉혔고,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매각되거나 파산했다. 2000년 동아건설마저 부도를 맞았고 결국 2001년 파산하면서 동아그룹은 없어졌다. 

 

대한통운 역시 법정관리상태에 들어갔지만 동아건설이 담당하던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떠맡았다. 대한통운은 2006년 6월 최종준공증명서(FAC)를 받으며 동아건설 때부터 20년 넘게 진행된 리비아 대수로공사를 완료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법정관리를 졸업하며 2008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대한통운을 4조 1000억여 원에 인수했다. 그런데 앞서 2006년 금호아시아나는 무려 6조 4000억여 원을 투입해 대우건설을 인수한 바 있어 대한통운 인수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는 두 회사를 인수하면서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는 1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전인 인수가격을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 차입에 나섰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자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6조 4000억 원의 인수대금 중 나머지 3조 5000억 원을 연기금과 사모 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조달했다. 그런데 금호아시아나는 3년 뒤인 2009년 FI의 보유 주식을 주당 3만 4000원에 되산다는 ‘풋백옵션’을 체결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증시 추락으로 금호아시아나는 풋백옵션 이행 시점에서 대우건설의 주가가 1만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금호아시아나는 FI들에 대한 옵션 조건을 감당할 수 없자 대우건설을 매각했고 현금이 잘 들어오던 대한통운 역시 매각해야 했다.

 

200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박삼구 전 회장은 이듬해 복귀해 그룹 재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았지만 금호타이어는 중국의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금호생명은 산업은행이 인수해 KDB생명이 됐다. 그리고 금호아시아나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마저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고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넘어가면서 그룹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재계 관계자들은 “금호아시아나는 모태인 금호고속과 각종 터미널, 아시아나항공 등 물류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었다. 대우건설을 포기하고 대한통운 인수에만 주력해 안정화시켰다면 아시아나항공을 매물로 내놓는 최악의 상황은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1년 시장에 나온 대한통운을 2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CJ그룹은 지난해 10월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고 사업과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규모를 키운 대표적인 재계 총수 중 한 명이다. 대한통운을 인수한 CJ그룹은 2013년 기존 물류 계열사인 CJ GLS와 통합시켰다. 이후 CJ대한통운은 2017년 CJ건설을 흡수합병했다.

 

CJ제일제당은 2017년 브라질 사료업체 셀렉타를 3600억 원에, 2018년 미국의 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를 2조 원에 각각 인수했다. 이러한 공격적 행보는 독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은 9조 5000억 원에 육박해 2018년 말 기준 7조 원에 비해 9개월 만에 20% 이상 급증했다. 

 

CJ대한통운도 최근 2년간 3300억 원대 M&A를 단행하는 등 그룹 전체 채무는 13조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축소로 소비재 그룹인 CJ그룹은 계열사 실적 악화까지 겹쳤다. CJ는 지난해 CJ헬로와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투썸플레이스를 잇따라 매각해 1조 18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으나 재무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는 2016년 인수한 터키 극장 체인 마르스시네마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베트남·중국·인도네시아 등에서 지분 일부를 팔았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CJ타운을 건설하려던 가양동 부지 중 8500억 원에 달하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92-1번지 외 토지와 건물을 KYH에 처분하기로 했다. 서울 구로구 공장부지와 건물은 2300억 원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중구에 있는 CJ인재원 한 동은 CJ ENM에 매각해 528억 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강도높은 체질개선에 나선 CJ그룹이 대한통운 징크스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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