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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겨울비와 함께하는 우자앤쉐인 그리고 부쉬 드 노엘

악기로 겹겹이 쌓아올린 일렉트로 팝의 바삭함…1월 12일 망원동에서 올해 첫 라이브

2020.01.08(Wed) 09:38:50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사진=UZA&SHANE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프로필


지구의 날씨가 수상하다. 1월인데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린다. 

 

도시의 겨울비는 유난히 스산하다. 겨울비가 내려 축축하게 젖은 아스팔트 위로 네온사인 불빛이 흔들린다. 아스팔트는 땅속에서 인간이 뽑아 올린 석유로 만들고 석유를 태워 만든 전기로 네온사인을 밝힌다. 

 

친구와 마주 앉아 뜨끈하고 구수한 플랫화이트를 마시며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스산함을 잊으면 좋겠다. 하지만 집에서 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성인 둘이서 겨울비가 내리는 저녁에 갑자기 만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음악이, 음악 중에서도 석유를 태워 만드는 전기가 있어야만 만들 수 있는 일렉트로 팝과 함께하기에 좋은 겨울비다. 

 

UZA&SHANE – Kisscuse me

 

시간이 나서 놀러 간 댄스플로어에서 빛이 나는 사람을 발견하고, 혼자 왔냐고 질문하고, 넌 뭔가 달라보여 Kisscuse me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이제 막춤을 추기 시작하던 내 머릿속 한구석에 숨겨뒀던 망상과도 닮았다. 망상은 했지만 기대하지 않았고 역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춤을 너무 열심히 추는 바람에 보석 같은 디제이, 타이거디스코와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UZA&SHANE(우자앤쉐인)의 음악은 매끈하고 세련됐다. 세상 모든 세련된 창작물은 막대한 양의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담보로 한다. 목소리와 여러 악기와 이펙터와 필터들을 겹겹이 쌓고 덧대고 잘라 붙이고 다듬는 행위를 수없이 반복한다. 그리고 우리 앞에 우아하게 선다. 

 

UZA&SHANE – 아른

 

르 페셰 미뇽(le péché Mignon)의 부쉬 드 노엘(Bûche de Noël·통나무 모양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또한 분명 파티쉐의 노고가 잔뜩 담겨있을 각각의 층이 겹겹이 쌓여있지만 매끈하게 다듬어져 식탁 위에 오른다. 힘들게 했으면 어떻게든 티를 내고 싶은 나는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우아함이다.

 

르 페셰 미뇽의 부쉬 드 노엘. 사진=이덕 제공

 

우자앤쉐인은 직접 곡을 만들고, 녹음하고, 연주하는 팀이다. 덕분에 이들의 공연에선 평소에 보기 힘든 각종 악기와 장비들을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노래를 부르는 동시에 기타를 치고, 패드를 두들기고, 신시사이저를 연주한다. 로큰롤 밴드의 음원과 라이브가 아주 다르듯 일렉트로 팝 뮤지션의 라이브셋 또한 음원과는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UZA&SHANE – 어쩌면

 

크리스마스 만찬은 분명 기름질 것이기에 가벼운 부쉬 드 노엘로 주문했다. 화이트초콜릿 바닐라 무스와 눈처럼 솔솔 뿌려진 코코넛 가루가 부드럽고 향긋하다. 한껏 들뜬 기분으로 단면을 잘 확인하며 정교하게 포크를 놀리면 코코넛 향이 나는 화이트초콜릿 바닐라 무스와 상큼한 레몬, 망고, 패션프룻, 고소한 아몬드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크림과 젤리, 크루스티엉 등의 다양한 식감과 함께. 

 

부쉬 드 노엘의 단면. 사진=이덕 제공

 

지금 듣기에 가장 상큼한 소리와 스타일, 박자를 정교하게 매만져 들려주는 것이 일렉트로 팝의 미덕이라면 우자앤쉐인은 그 미덕을 듬뿍 담고 있는 음악가다. 음원시장에 판치는 각종 음모와 권모술수 때문에 우리에겐 인공지능과 고속 무선통신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에 쏙 드는 음악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UZA&SHANE – Used to

 

여기 우자앤쉐인이 있다. 놓치지 않기를. 그리고 좀 더 부지런하다면 이번 주 일요일(2020년 1월 12일) 망원동에 위치한 아이다호에서 이들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있다.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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