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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점에 2000원, 뽑기방 '은밀한 거래' 실태

인형마다 점수 매겨 현금처럼 사용, 화투·주사위 이용하기도…게임위 "명백한 위법 행위"

2019.12.18(Wed) 15:15:52

[비즈한국] 16일 오후 8시경 동대문구의 한 뽑기방. 10여 대의 뽑기 기계가 놓여 있고 한 사람이 피규어 열 개 이상을 바닥에 쌓아놓으며 뽑기에 열중하고 있다. 뽑은 경품은 사진만 찍은 후 기계 위 상자에 고스란히 집어넣는다. 기계 내부를 살펴보니 ‘○○ 밴드를 검색해보세요’라는 검색을 유도하는 문구가 있었다.

 

밴드(커뮤니티 서비스의 일종)에 가입해 공지사항을 보니 ‘피규어 5점’, ‘인형 각 5점’, ‘열쇠 10점’, ‘통 털이 30점’이라는 문구들이 올라와 있었다. 16일 오후 10시경 인근의 또 다른 뽑기방 기계 내부를 살펴보니 ‘인형, 피규어 5점’, ‘잡화 1점’, ‘통 털이 20점’이라고 문구들이 새겨져 있다.

 

뽑은 상품에 따라 점수가 부여된다. 점수는 이후 현금처럼 사용된다. 사진=정동민 인턴기자


점수는 이 뽑기방 점주가 운영하는 밴드에서 적립돼 현금처럼 사용된다. 밴드에서는 10점부터 6000점까지 개개인이 점수를 적립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이 뽑기방은 점수를 1점당 2000원으로 환산했다. 6000점에 가까운 점수를 보유한 사람도 있었다. 현금으로 1200만 원의 가치다. 한 뽑기방 점주는 “점수제 운영 뽑기방은 대부분 1점당 2000원 상당의 가치를 적용한다”며 “대부분의 단골손님이 적립을 요구한다”고 했다. 

 

#기계에 붙은 ‘밴드’ 주소 가입하면 업주가 수시로 적립

 

밴드 가입은 여러 방식으로 가능했다. 4개의 뽑기방 밴드에 가입해본 결과, 직접 뽑기방으로 찾아가 면대면으로 만나야 가입할 수 있는 곳도 있었고, 해당 가게에서 뽑기를 해서 점수가 쌓여야 가입 가능한 곳도 있었다. 한 곳에선 명품 시계와 가방, 피규어 등을 점수로 구매한 흔적이 보였다.

 

점수제 밴드에서는 현금 거래를 들키지 않기 위해 적립점수와 현금의 연관성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대부분 밴드에서는 점수가 차감된 모습만 볼 수 있었다. 뽑기방 관계자는 “적립한 점수로 원하는 피규어를 제게 구해달라고 하거나 매장 내에 있는 상품으로 교환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규어뿐 아니라 사고 싶은 옷 등이 있는 사이트 링크를 보내주면 그것도 주문 가능하다”고 했다. 이처럼 뽑기를 통해 적립한 점수를 사고 싶은 재화로 교환할 수 있다. 실제 밴드에서는 1500점으로 300만 원가량의 시계를 구매 후 점수를 차감한 내용도 볼 수 있었다.

 

점수가 적립된 가입자가 뽑기방 점주에게 구매할 제품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정동민 인턴기자


직접 점수를 적립한 후 사용해본 결과 의류, 외식 상품권 등을 구매할 수 있었다. 과정은 간단했다. 밴드 관리자에게 4만 원가량의 외식 상품권을 구매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내니 개인 번호로 외식상품권을 보내줬다. 택배를 통해 집으로 신발을 배송받기도 했다. 주문 이후 점수가 차감된다. 본인이 원하는 상품의 온라인몰 링크를 보내면 어떤 상품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점수보관금지’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게임진흥산업법 제36조(과징금 부과)에 의거해 2000만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법률에 따라 등급분류 받은 내용과 다르게 별도의 경품 지급 장치를 이용해 소비자 판매 가격이 5000원 이상 고가의 경품을 제공하는 경우,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위법임을 강조했다. 

 

뽑기 기계 안 제품마다 화투장이 붙어 있다. 사진=정동민 인턴기자


경품 가격 기준을 위반하면 1차로 영업정지 1개월, 2차로 적발되면 3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되며, 3차의 경우 영업소를 폐쇄해야 하는 처분을 받게 된다.

 

현장에서 만난 한 뽑기방 점주는 1개월 영업정지를 당한 적 있다고 했다. 이 점주는 “사실상 5000원 상당의 경품을 내걸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짝퉁 인형 하나 들여오는 데도 최소 5500원이 든다”며 법의 실효성에 불만을 제기했다.

 

#인형 대신 아예 화투장·주사위를 뽑기도

 

뽑기 기계를 이용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행성은 온전히 운에 따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기계 안에 15~20개 정도의 피규어와 함께 앞면이 보이지 않게 화투패를 여러 개 넣는 경우도 있었다. 설명서에는 ‘오광을 모아라! 다 찾을 시 아래 상품 증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카드를 넣고 운영하는 사례도 있었다. ‘색깔 조커를 뽑을 시 35점’, ‘검은색 조커 -5점’, ‘풀하우스 8점’, ‘포카드 12점’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뽑기 기계를 이용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진=정동민 인턴기자


뽑기 기계에 인형이 들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12면 주사위 3개를 두고 ‘동일숫자 3개 40점’, ‘동일숫자 2·2·2 20점’, ‘동일숫자 7·7·7 100점’으로 원래 용도와 다르게 인형 뽑기 기계를 사용했다. 경품 통로 위치를 바꾼다거나 좁게 만들기도 했다. 유튜브 등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기계가 개조·변조되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런 행위에 관해 “게임법에 근거해 등급분류 받은 내용과 다른 사항(게임 내용 변경, 별도의 경품 제공 등)을 게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불법 게임물을 유통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정동민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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