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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노력과 실력은 '과대평가'되었다

자본도 경쟁의 한 요소…'나이키' 필 나이트조차 창업 초기엔 '투잡'으로 자금 조달

2019.12.13(Fri) 10:18:26

[비즈한국]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 듯하다. 다양한 성공 스토리에서 사업가가 들인 노력과 고생을 굉장히 강조한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이 노력이 아닌 다른 요소를 활용해 경쟁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자본에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다. 많은 자본을 앞세워 경쟁에 뛰어들면 불공정한 경쟁인 것처럼 여긴다. 그렇다면 공정한 경쟁은 대체 무엇인가? 실력과 노력을 통한 ‘순수한’ 경쟁이 공정한 경쟁일까? 개개인이 기록으로 승부를 겨루는 육상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팀 스포츠로만 범위를 확장해도 실력과 노력은 경쟁의 일부분이 되어버린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많은 자본을 앞세워 경쟁에 뛰어들면 불공정하다? 그러나 자본은 스포츠에서도 받아들여질 만큼 엄연히 경쟁의 한 요소다. 사진=임준선 기자

 

축구건 야구건 농구건 팀 단위 스포츠는 개인의 기록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닌 만큼 운의 요소가 개입하며, 팀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하려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따라서 팀 스포츠에서는, 특히나 프로 스포츠에서는 자본 또한 당당한 경쟁의 한 요소로 인정을 받는다. 재미를 위한 프로 스포츠조차 자본을 경쟁의 한 요소로 받아들이는데 이보다 훨씬 격렬한 경쟁의 장인 비즈니스에서 자본이 경쟁의 요소가 아니라 불공정 요소라 한다면 그것만큼 말이 되지 않는 것도 없을 것이다.

 

자본은 엄연히 경쟁의 한 요소다. 남보다 더 많은 자본이 경쟁에서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 많은 자본이 언제나 성공과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자본은 더 많은 손실의 가능성 또한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소자본 창업을 먼저 해보라고 하는 것은 소자본이 그만큼 리스크가 낮기 때문이다.

 

사업이 잘 안 되더라도 투입한 자본 자체가 적기 때문에 손실액도 적다. 하지만 자본이 큰 경우에 손실을 입으면 손실액은 그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그 점에서 더 많은 자본은 경쟁을 유리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더 많은 손실과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자본의 효율적 활용이 뒷받침되어야 자본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은 불공정 경쟁의 요소가 아닌 노력, 실력 등과 같은 경쟁의 한 요소가 된다.

 

우리는 그간 경쟁과 성공에서 노력과 실력이 차지하는 역할을 과대평가해왔다. 자본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운의 개입을 지워버리고 인적 네트워크나 다른 요소들을 모두 무시해버렸기에 노력과 실력은 실제로 경쟁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훨씬 과대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들은 노력이나 실력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경쟁 요소들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나이키의 공동창업자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독’을 살펴보면 나이키 같은 기업조차 노력과 실력이 전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슈독’을 보며 필 나이트의 신발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 초점을 두고 그런 열정이 필요하다 주장한다. 하지만 그가 오니츠카 타이거(아식스)로부터 미국 총판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공동창업자 빌 바우어만 코치 덕분이다. 바우어만 코치는 오리건대학의 육상 코치이자 나이트의 육상부 시절 은사이자 국가대표 육상선수를 여럿 배출한 명코치다. 바우어만 코치는 나이트에게 가장 훌륭한 사업 기반이자 대외적 담보에 해당했다. 나이트가 바우어만 코치에게 지분을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심지어 나이트는 포틀랜드대학교에서 회계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활동하면서 사업을 했다. 회사가 잘 안되더라도 언제든 다시 회계사로 돌아갈 수 있었고, 회계학을 가르치면서 버는 수입으로 생활을 하고 사업자금을 댈 수 있었다. 안정적 현금흐름이 담보가 되는 회계학 교수란 직장과 바우어만 코치라는 인적 네트워크가 기반이 되었기에 나이키는 초기 6년 동안 문제없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분명 경쟁과 성공에는 노력과 실력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해서는 곤란하다. 이것은 경쟁에서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 중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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