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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동물, 인간, 지구 위한 '촌'스러운 하루, 충주 스페이스 선

버려지고 죽어가던 동물 모인 농장, 다양한 친환경 시설 등 생태적 삶 체험

2019.12.10(Tue) 14:07:17

[비즈한국] 아이와 함께 자연과 하나되는 생태 여행은 어떨까. 빗물 탱크와 생태 화장실, 해원 농장 등을 둘러보고 자연이 스스로 키운 쌀과 채소로 밥을 해먹는다면? 사람[人]과 자연[山]이 함께하는 생태 공동체, 스페이스 선(仙)에서는 이런 체험이 가능하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체험 프로그램의 이름은 ‘촌(村)스러운 하루’다

 

사람[人]과 자연[山]이 함께하는 생태 공동체, 스페이스 선(仙). 사진=스페이스 선 제공

 

#말과 황소, 유기견과 돼지, 양들이 어우러진 ‘해원 동물농장’​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개들이 먼저 맞는다. 몇 해 전 유기견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 벌써 대여섯 마리가 되었단다. 그중에도 막내인 ‘막꼬(막내 똥꼬)’는 유난히 사람을 좋아한다. 마을에 사람 오는 소리만 들려도 공을 물고 나와 놀아 달라고 야단이다. 한번 제대로 놀아 주기 시작하면 한두 시간은 꼼짝없이 붙들려 놀아야 한다고. 

 

충북 충주시 소태면의 남한강 옆 작은 생태 마을, 스페이스 선에 있는 동물은 개들만이 아니다. 잘생긴 제주 말 현빈이와 마린이, 순둥이 황소 효리와 순심이, 돼지 코코와 양들까지 종류도 생김새도 다른 동물들이 가족처럼 함께 살고 있다. 개 말고 다른 동물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구제역 파동 때 ‘살처분’ 뉴스를 보고 난 뒤였다. 인간의 욕심 탓에 죄 없이 죽어가는 동물들에게 뭐라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단다. 이렇게 동물 가족을 이루어지자 ‘해원(解怨) 동물농장’이란 이름을 지었다. 억울하게 희생된 동물들의 원망을 풀어준다는 의미다.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막꼬. 사진=구완회 제공


나란히 해바라기를 하는 황소 효리와 돼지 코코. 사진=스페이스 선 제공


스페이스 선의 체험 프로그램 ‘촌스러운 하루’는 인원 체크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이렇게 해원 동물농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동물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안내하는 이는 스페이스 선을 이끄는 엄수정 대표. 생태 공동체 스페이스 선은 엄수정 대표의 부모님이 이곳으로 귀촌을 한 인연으로 시작되었다. 부모님의 뒤를 이어 엄 대표가 여기에 자리를 잡았고, 그녀와 함께 새로운 생태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마을을 이루었다. 

 

#지구의 소리를 듣는 빗물 탱크 ‘레인 스피커’

 

해원 동물농장의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스페이스 선의 친환경 시설들을 둘러볼 차례.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형 스피커를 닮은 빗물 저장 탱크, ‘레인 스피커’다. 레인 스피커는 스페이스 선에서 자체 개발해 특허까지 받은 친환경 제품이다. 스페이스 선 사람들은 ‘지구상에 있는 물 가운데 인간이 쓸 수 있는 건 1%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 빗물 활용을 고민했단다. 

 

처음에는 기존 물탱크에 빗물을 받아서 사용했다. 하지만 기존의 물탱크는 용량이 작을 뿐 아니라 빗물을 모으기 위해 새로 구멍을 여럿 뚫어야 해서 불편했다. 해외에는 빗물 저장용으로 나온 물탱크가 있었으나 수입 가격이 비싸 포기했다. 이렇게 고민을 거듭하다 빗물 탱크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기존 물탱크를 활용한 빗물 탱크는 불편한 점이 많아 새로 만들었다. 모양이 ​대형 스피커를 닮아 이름을 ‘레인 스피커’​로 지었다. 사진=스페이스 선 제공

 

빗물을 받기 좋도록 파이프 구멍을 여럿 내고, 필요에 따라 용량을 늘릴 수 있게 모듈형으로 만들어 조립하도록 했다. 덕분에 직사각형 모양이 되자 아예 대형 스피커 스타일로 디자인해 ‘레인 스피커’라는 이름을 붙였다. 빗물을 받아쓰면서 지구의 소리를 듣자는 뜻을 담았다. 이렇게 태어난 레인 스피커는 대학과 아파트 등의 빗물저장시설로 거듭나면서 또 다른 친환경 사업 아이템이 되었다. 

 

#아프리카 마사이족에게 보급된 생태 화장실

 

스페이스 선의 또 다른 자랑은 물 없이 사용하는 생태 화장실이다. 보통 가정의 화장실에서 한번 물을 내릴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은 13리터. 이 물을 만드는 데 드는 탄소발자국이나 마실 물도 부족한 지구촌 이웃들을 생각해 물을 쓰지 않는 생태 화장실을 만들었단다. 

 

물이 없다고 암모니아 냄새가 진동하는 옛날 ‘푸세식 변소’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이곳의 생태 화장실은 언뜻 깔끔한 수세식 화장실을 닮았으니까. 냄새가 없는 것도 그렇다. 비결은 소변과 대변을 분리해 배출하는 친환경 변기에 있다. 푸세식 변소의 냄새는 대부분 소변과 대변이 섞이기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오랜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 자체 개발했다. 

 

물 대신 왕겨를 이용해 냄새를 없앤 생태 화장실. 소변과 대변을 분리 배출해 냄새가 나지 않는다. 사진=스페이스 선 제공

 

스페이스 선의 생태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3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모든 볼일은 앉아서 볼 것. 둘째, 사용한 휴지는 변기 안에 버릴 것. 셋째, 소변을 보면 발효액을 뿌리고, 대변을 보면 왕겨를 다섯 바가지 뿌릴 것. 이렇게 쌓인 배설물은 냄새를 뿜는 대신 기름진 퇴비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작년에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 펀드’를 통해 투자 받아 생태 화장실을 아프리카 마사이족에게 보급했다. 레인 스피커에 이어 스페이스 선의 친환경 기술력을 또 한 번 인정받은 셈이다. 

 

자체 개발한 친환경 변기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아프리카 마사이족에게 보급되었다. 사진=구완회 제공

 

이곳에서 ‘촌스러운 하루’를 보냈다고 해서 당장 생태적인 삶으로 거듭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스페이스 선에서의 하루 체험은 삶의 쉼표이자 친환경 생활로 향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정보>


충주 스페이스 선

△위치: 충북 충주시 소태면 솔무정길 35-1 

△문의: 070-8835-4253 

△체험 프로그램 신청: 스페이스 선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통해 사전 공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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