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라이프

[아빠랑] 협곡과 단풍과 억새가 어우러진 늦가을 포천여행

한탄강 옆 절벽 연결한 '한탄강벼룻길' 걸은 뒤 산정호수와 명성산 억새도 즐겨볼까

2019.11.26(Tue) 10:54:11

[비즈한국] 한반도에도 미국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을 닮은 협곡이 있다. 수십만 년 전, 지금은 북녘 땅인 강원도 평강군 오리산에서 거대한 화산이 폭발했다. 이때 솟아오른 것은 물처럼 점성이 낮은 현무암질 용암류. 오리산에서 시작한 용암은 한탄강을 따라 흐르고 흘러 철원과 포천, 연천을 지나 파주까지 이르렀다. 강물과 만난 용암은 빠르게 식으면서 육각형 연필심 모양의 주상절리가 되었는데, 다시 그 틈 사이로 강물이 흐르면서 바위를 조금씩 깎아 거대한 현무암 협곡을 만든 것이다. 

 

미국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을 닮은 한탄강 협곡.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한탄강 협곡, 살아 있는 지질학 교과서

 

화산 폭발로 생겨난 용암대지가 협곡으로 변하는데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수십만 년. 그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5년 포천시와 연천군 일대의 한탄강 협곡 지대는 국가지질공원이 되었고, 독특한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의 문화를 엮는 지질트레일이 조성 중이다. 

 

모두 4개의 코스로 이루어진 지질트레일은 현재 제1코스만 개통된 상태다. 나머지 코스는 일부 구간만 통행이 가능한데, 포천시는 2019년까지 총 30km에 이르는 지질트레일을 완성할 계획이다. 

 

부소천 협곡에서 시작해 비둘기낭 폭포까지 이어지는 제1코스의 이름은 ‘한탄강벼룻길’. ‘벼룻길’이란 강이나 바닷가로 통하는 벼랑길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길은 이름처럼 한탄강 옆 깎아지는 절벽을 따라 폭포와 협곡, 마을을 잇는다.

 

30m가 넘는 현무암 주상절리 협곡 아래 거대한 동굴을 품은 비둘기낭 폭포는 신비한 풍경 덕분에 촬영 명소가 되었다. 사진=구완회 제공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한탄강벼룻길이지만 늦가을 푸른 하늘 아래 낙엽을 밟으며 걷는 맛은 각별하다. 벼룻길의 ‘공식’ 시작점인 부소천 협곡 대신 비둘기낭 폭포에서 출발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비둘기낭 폭포가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짙푸른 비둘기낭 폭포 연못에도 낙엽이 수북했다. 안내판에는 ‘추노’에서 ‘늑대소년’까지 이곳에서 촬영된 드라마와 영화 포스터가 줄줄이 붙어 있다. 30m가 넘는 현무암 주상절리 협곡 아래 거대한 동굴을 품은 비둘기낭 폭포는 신비한 풍경 덕분에 촬영 명소가 되었다. 

 

가만, 현무암이라면 제주도를 상징하는 검고 구멍 숭숭 뚫린 돌 아닌가. 그런데 비둘기낭 폭포 주변의 주상절리는 검붉은 색에 구멍도 없다. 현무암은 땅 위로 나온 용암이 급속도로 식으면서 생기는 돌이다. 부글거리던 용암 속에 있던 기체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로 굳으면 ‘구멍 뚫린 현무암’이, 기체가 모두 빠져나온 후에 굳으면 ‘구멍 없는 현무암’이 된다. 한탄강 현무암이 제주도보다 조금 더 여유 있게 굳은 셈이다. 풍화 과정에서 돌 속의 철분이 산화되면 붉은 색이 더해진다. 용암과 물, 바람이 만들어낸 비둘기낭 폭포는 살아 있는 지질학 교과서이기도 하다. 

 

#부소천 협곡의 그림 같은 구름다리

 

비둘기낭 폭포에서 출발한 길은 멍우리 협곡으로 이어진다. 멍우리는 ‘멍’과 ‘을리’가 합쳐진 이름이다. 멍은 ‘온몸이 황금빛 털로 덮인 수달’을 뜻하고, 을리는 강물이 새 을(乙) 자처럼 흐른다는 의미라고. 따스한 늦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 협곡은 굽이치는 강물을 따라 4km 넘게 뻗어 있다. 

 

협곡 위로 난 길은 전망대를 지나 숲으로, 캠핑장으로, 한적한 마을로 이어진다. 길 중간쯤에는 커피나 음료수를 마시며 다리를 쉬어갈 수 있는 매점이 있다. 이곳을 지나 다시 숲과 절벽, 마을을 지나면 부소천 협곡에 이른다. 

 

부소천 협곡은 멍우리 협곡보다 규모는 작지만 절벽을 연결하는 멋진 구름다리가 그림 같은 풍경을 이룬다. 사진=구완회 제공

 

멍우리 협곡보다 규모는 작지만 절벽을 연결하는 멋진 구름다리가 그림 같은 풍경을 이룬다. 이어지는 다리 하나를 더 건너니 한탄강벼룻길의 공식 출발점이 나타난다. 비둘기낭 폭포에서 여기까지 총 6.2km, 도보로 1시간 30분쯤 걸렸다. 차를 가져왔다면 오던 길을 되짚어 나가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40분쯤 더 걸어서 운천터미널에 가거나 버스를 타면 된다. 

 

한탄강벼룻길이 있는 포천에는 다른 볼거리도 많다. 비둘기낭 폭포에서 차로 25분쯤 걸리는 산정호수는 연간 150만여 명이 찾는 ‘포천 관광 1번지’다. 그야말로 옛날식 오리배를 타거나 호숫가 조각공원을 둘러보고 산책로를 따라 걸어도 좋다. 깊은 가을을 느끼고 싶다면 산정호수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따라 명성산을 올라야 한다. 이제는 끝물에 들어선 단풍을 즐기며 90분쯤 산을 오르면 은빛으로 물결치는 억새가 장관이다. 19만 8000㎡에 이르는 억새밭을 가로지르며 보는 풍경은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대로 그림이다. 

 

깊은 가을을 느끼고 싶다면 산정호수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따라 명성산을 올라야 한다. 끝물에 들어선 단풍을 즐기며 90분쯤 산을 오르면 은빛으로 물결치는 억새가 장관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한탄강 벼룻길

△위치: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일대

△문의: 031-538-2114(포천시 문화관광)

△관람 시간: 24시간, 연중무휴

 

산정호수

△위치: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문의: 031-540-6350

△관람 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아빠랑] 그들은 왜 우정총국에서 '갑신정변'을 일으켰을까
· [아빠랑] '인간 서정주'의 마지막 나날, 미당 서정주의 집
· [아빠랑] 독서의 계절에 떠나는 이야기 여행, 춘천 김유정문학촌
· [아빠랑] 후후, 갓 지은 햅쌀밥 먹으러 이천 쌀문화전시관으로
· [아빠랑] 찬바람 불 때 제맛, 강원도 여행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