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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티타임' 폐지, 검찰 받아쓰기 사라질까

대기업·정치 수사 관련 비공식 브리핑 12월부터 폐지…이미 내부 분위기 달라져

2019.11.25(Mon) 16:26:42

[비즈한국] 법조 기자들만 알고 있던 ‘티타임’이 사라진다. 비공식적인 구두 언론 브리핑 ‘티타임’은 매주 1~2차례 서울중앙지검 출입기자들과 3차장검사가 해오던 것인데, 수사 중인 형사 사건 관련 현안에 대한 문의와 답변이 오고갔다. 그런 티타임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 

 

검찰에 출입하는 주요 매체들과 검찰 간 ‘네트워크’를 상징하던 티타임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수사 관련 속보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수사도 수사의 큰 변곡점, 예컨대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여부 결정과 같은 시점이 아니면 언론에 수사 진행 상황이 노출되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수사 중인 형사사건 진행상황을 구두로 브리핑하는 이른바 ‘티타임’이 12월 1일부터 금지된다. 사진=비즈한국DB

 

#검찰 개혁 일환으로 사라지는 티타임

 

검찰이 수사 중인 형사사건을 구두로 브리핑하는 이른바 ‘티타임’이 12월 1일부터 금지된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의 경우, 오보 방지 또는 알 권리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더라도 이는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2·3차장검사가 아니라, 전문공보관이 공보를 맡게 될 예정이다. 수사팀이 원하는 흐름을 흘리는 자리가 아니라, 미리 사전에 보고된 만큼만 언론에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수준으로 바뀐다는 얘기다.

 

당장 대기업이나 정치 관련 수사에 대한 속보성 기사가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검찰은 사안에 따라 매주 1~2회 정도 티타임 형식의 브리핑을 진행했다. 굵직한 사건을 주도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진행하는 티타임이 가장 많았는데, 돌아가는 현안 전반에 대해 40~50명의 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예컨대 대기업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면 “배임 혐의를 적용할 것이냐”고 기자가 묻고, 검찰 측이 “그런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다음 날 ‘배임 혐의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나오게 되는 것인데, 간혹 오보가 나왔을 때는 “사실 무근”이라고 답변해, 오보가 더 확산되는 것을 막는 순기능도 있었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해주지는 않지만,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어느 정도까지 확정적으로 써도 될지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얘기다. 

 

예민한 사건일 경우 주3회 진행하기도 했고,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일 때는 매일 브리핑이 이뤄졌다. 압수수색 여부나 소환 조사 여부, 주요 피의자 소환 일정 안내 등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해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티타임이 끝나면 곧바로 ‘A 기업 회장 내일 소환’ 같은 속보가 나왔기 때문에 피의자 측 변호인이나 관련 기업에서 티타임 내용을 입수하기 위해 혈안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일방적으로 검찰의 설명을 듣는 자리이다 보니, 검찰의 ‘시각’이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은 당연한 결과. 그리고 이번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포토라인도 폐지 “조국 계기로 검찰-언론 관계 변화” 

 

법무부는 다음 달 1일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이 포함된 규정(법무부훈령)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비공식 티타임은 물론 사건 관계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 공개 소환이 금지된다. 출석, 조사, 압수수색, 체포·구속 등 수사 과정에 대한 촬영 등이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포토라인 설치 관행도 전면 폐지된다. 

 

출석, 조사, 압수수색, 체포·구속 등 수사 과정에 대한 촬영이 일체 금지되면서 포토라인도 폐지된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제 대기업 회장이나, 공공기관의 임원들이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더라도 언론에 ‘노출’되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자연스레 굵직한 사건이 언론 보도에 나오는 일은 줄어들 전망이다.

 

검찰 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문제가 많았던 부분’이라는 지적과 함께 ‘수사가 언론 견제를 받지 않게 돼 검찰의 권한이 더 커질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티타임에 반대 의견을 내비친 한 차장검사는 “언론에 일방적으로 검찰이 원하는 내용만 흘리려고 미리 준비를 하고 알려주는 시스템이 정상적인 공보 시스템이냐”며 “티타임을 없애는 게 맞다. 재판에서 검찰이 수사에서 확보한 각종 증거 자료를 공개하는 방법으로도 충분히 이슈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검찰이 언론에 밝힌 내용들이 추후 검찰 수사를 더 공정하고 엄정하게 끌고 가는 부분이 있다”며 “언론의 수사 비판 관련, 사실 관계를 정정해 오보를 막는 순기능부터, 또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는지 언론의 감시를 받는 장점까지 감안할 때 티타임 축소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럼에도 이미 시작된 변화는 사건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등은 몇몇 언론이 수사 흐름을 쫓고 있었지만, 검찰이 공식적인 구속영장 청구 안내 문자(일명 풀문자)를 보내기 전까지 실제 보도를 한 곳은 없었다. 

 

경북 지역의 한 간부급 검사는 “다음 달부터 보도 지침이 바뀐다고 하지만, 이미 검찰 내에서는 언론 대응을 신중하게 했고 일선 경찰들도 ‘보도해도 되냐’고 미리 묻고 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계기로 검찰과 언론 관계가 많이 바뀔 것 같다”고 예상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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