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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주 난쟁이 '왜소은하'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천문학자들,​ 관측과 시뮬레이션의 간극 메우기…일반인 참여하는 왜소은하 탐색 프로젝트​ 시작

2019.11.25(Mon) 11:15:59

[비즈한국] 나는 얼룩무늬를 가진 일명 ‘젖소’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다. 고양이와 함께 살다보면 고양이는 매력적이면서도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동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살면서 느낀 것 하나는 중 고양이와 양말 한 짝에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다. 

 

고양이와 양말 한 짝, 둘 모두 항상 갑자기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분명 집 밖으로 도망가지 않고 방 안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아무리 이불을 뒤집고, 세탁기를 휘저어보아도 찾을 수 없다. 그렇게 한참을 찾다가 포기하고 나서야, 그제야 ‘지 멋대로’ 갑자기 나타나 언제 그랬냐는 듯 자연스럽게 옆에 와서 누워버린다. 

 

나와 함께, 아니 내가 모시고 살고 있는 고양이다. 프랑스에서 날려보냈던 최초의 우주 고양이를 기리며 나의 고양이에게 ‘펠리쳇’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사진 속 펠리쳇은 마치 책꽂이에 꽂힌 책인 척하고 있다. 펠리쳇은 숨바꼭질을 좋아한다. 사진=지웅배 제공

 

#고양이와 양말 한 짝, 그리고 왜소은하의 공통점 

 

마치 카멜레온처럼 고양이들은 주병 지형지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자신의 존재를 숨기곤 한다. 가끔 온라인에서는 사진 속에 숨은 고양이를 찾는 퀴즈가 돌아다니곤 한다. 그런 문제를 통해 어디든 잘 숨어드는 고양이들의 초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한 사찰을 방문했을 때 찍었던 ‘절냥이’들의 단체 사진이다. 사진에는 총 네 마리의 고양이가 숨어 있다. 네 마리의 고양이를 모두 찾을 수 있겠는가? 

 

절냥이들의 단란한 단체 사진. 절을 찾는 손님들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아주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이었다. 총 몇 마리가 보이는가? 사진=지웅배 제공


사진 속에 그 모습을 잘 드러내 보이지 않는 고양이들처럼, 우주에서도 고양이 못지않은 엄청난 부끄럼쟁이들을 만날 수 있다. 바로 큰 은하들의 밝은 헤일로 속에 파묻혀 자신들의 존재를 몰래 감추는 흐릿하고 작은 은하들, 왜소은하(Dwarf galaxy)다. 

 

우리 은하도 태양과 같은 별들이 3000억 개 이상 모여서 이루어져 있는 꽤 규모가 큰 나선은하 중 하나다.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그리고 훨씬 더 크고 육중한 일반적인 타원은하들 곁에는 그보다 훨씬 작은 꼬꼬마 은하들이 많이 맴돌고 있다. 덩치 큰 목성과 토성의 강한 중력에 의해 수십 개의 작은 위성들이 그 곁을 맴도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이렇게 큰 은하 곁을 맴도는 작은 왜소은하들을 위성은하(Satellite galaxy)라고도 한다.[1]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물고기자리 B 왜소은하의 모습. 약 수천만 개의 별들이 아주 펑퍼짐하게 모여서 어두운 왜소은하를 이루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애리조나에 있는 WIYN 망원경을 이용해 지구에서 약 3000만 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이 왜소은하를 발견했다. 사진=NASA, ESA, and E. Tollerud STScl

 

고래자리 방향에서 발견된 흐릿한 왜소은하의 모습. 칠레에 위치한 초거대 망원경(VLT, Very Large Telescope)에 설치된 오메가캠(OmegaCam) 장비를 활용해 관측한 왜소은하의 모습이 영상 마지막에 나온다. 영상=ESO/A. Fujii/Digitized Sky Survey 2. Music: Johan B. Monell(www.johanmonell.com) Acknowledgement: VST/Omegacam Local Group Survey

 

이런 작은 은하들은 다른 덩치 큰 은하들에 비해 거의 수천 배 이상 질량이 더 가볍다. 별도 더 적고 훨씬 어둡다. 게다가 그 밝기도 너무 흐릿해서, 지구에서 보면 밤하늘에 묻힐 정도로 어둡다. 그래서 어지간한 관측으로는 쉽게 그 존재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가끔 학회에서 새로운 왜소은하를 발견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천문학자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천문학자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한 까만 사진을 화면에 보여주곤 한다. 그러면서 대체 뭐가 있다는 것인지 당황하는 청중을 향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죠. 그것이 바로 왜소은하의 정의입니다”라며 너스레를 떨곤 한다. (물론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천문학자들은 아주 세밀한 수학적/기술적 분석을 통해 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한 사진 속에서 희미하게 별들이 퍼져 모여 있다는 것을 찾아낸다.)[2]

 

천문학자들이 DELVE 탐사를 통해 우리 은하에서 약 50kpc 이내에 떨어져 남반구 하늘에서 보이는 흐릿한 위성 왜소은하들을 관측했다. 이미지=Bullock & Boylan-Kolchin(2017)

 

#암흑물질밖에 없는 왜소은하들

 

은하의 질량을 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은하가 얼마나 밝은지 그 광도를 측정해, 빛을 발하는 가스와 별이 은하 속에 얼마나 많은지를 추정하는 방식이 있다. 이렇게 빛을 통해 측정한 은하의 질량을 광도 질량(Luminosity mass)이라고 한다. 또 은하에 속한 성단이나 별들이 얼마나 빠르게 궤도를 돌고 있는지로 추정하는 질량이 있다. 이러한 질량을 역학적 질량(Kinematic mass)이라고 한다. 

 

동일한 은하의 질량을 쟀다면 당연히 두 가지 방법으로 잰 질량이 동일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통 빛을 통해 추정한 질량에 비해 은하에 속한 별들의 움직임으로 측정한 역학적 질량이 훨씬 무겁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대부분의 은하에 빛을 발하지 않아 빛으로 관측할 수는 없으나 분명 중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상한 물질이 추가로 들어 있다고 추정했다. 현재 천문학자들은 이 이상한 물질을 ‘암흑물질(Dark matter)’이라고 부른다.

 

어떤 은하의 역학적 질량이 광도 질량에 비해 얼마나 더 무거운지를 비교하면 그 은하에 별이나 가스에 비해 암흑물질이 얼마나 많은지를 표현할 수 있다. 역학적 질량과 광도 질량의 비율을 나타내는 이 물리량을 ‘질량 대 광도비(Mass-to-light ratio)’ 또는 ‘M/L비(M/L ratio)’라고 부른다. 

 

2018년 천문학자들은 왜소은하치곤 암흑물질이 현저히 적은 ‘말도 안 되는’ 왜소은하 NGC 1052-DF2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관측에 따르면 일반적인 왜소은하에 비해 이 은하는 거의 400배 가까이 암흑물질이 적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이후의 추가 관측을 통해 실제로는 좀 더 많은 암흑물질이 있는 것으로 재확인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일반적인 왜소은하에 비해서는 암흑물질이 적은 편에 속한다. 이미지=P. Van Dokkum et al. Nature vol.555 pp 629-632

 

그런데 질량이 아주 작고 가벼운 꼬꼬마 왜소은하들은 다른 일반적인 덩치 큰 은하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질량-대-광도비가 더 크다. 즉 왜소은하들은 그 전체 질량 중에서 빛을 발하지 않는 암흑물질이 차지하는 정도가 훨씬 많다. 우리 은하를 비롯한 일반적인 은하들은 질량-대-광도비가 10을 넘지 않지만, 크기가 더 작은 왜소은하들은 질량-대-광도비가 1000까지 육박하기도 한다.[3] 

 

즉 왜소은하들은 전체 질량은 아주 가볍지만, 그 가벼운 질량의 대부분마저 빛을 발하지 않는 암흑물질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왜소은하들은 더 어둡다. 어두운 우주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관측과 시뮬레이션이 엇박자, 왜소은하 실종 사건 

 

현대 천문학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이 왜소은하를 찾는 것이다. 천문학을 연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실제 밤하늘의 천체를 바라보며 데이터를 분석하는 관측 천문학, 그리고 컴퓨터 속 시뮬레이션으로 가상의 우주를 계산하는 이론 천문학이다.

 

두 방법 모두 결국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하나의 우주를 대상으로 연구하기 때문에 당연히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해 도출되는 결과는 동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관측과 시뮬레이션이 가장 심하게 어긋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이 왜소은하에 대한 결과다. 

 

Illustris TNG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한 우주 초기의 물질이 모여 은하를 만들어가는 과정. 가스의 금속함량, 가스의 속도 분포, 수소-알파 방출선의 광도의 분포를 비교한 결과가 순서대로 표현되어 있다. 아주 가벼웠던 왜소은하에서 시작해 서서히 작은 은하들이 모이면서 덩치 큰 은하가 빚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영상=TNG Simulations (http://www.tng-project.org/media/)

 

빅뱅 직후 서서히 중력에 의해 물질이 모여 들면서 우주의 거대구조가 골격을 다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을 다양한 물리 법칙을 적용한 시뮬레이션을 재현하면, 현재 우주와 같은 모습을 꽤 그럴싸하게 잘 재현한다. 초기 우주에 만들어진 크기가 작은 왜소은하들은 계속 자기들끼리 모이고 반죽하면서 더 큰 은하들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왜소은하를 더 큰 은하를 만드는 데 쓰이는 벽돌, 빌딩블록(Building block)이라고 한다. 

 

그런데 기존의 많은 시뮬레이션은 우리 은하와 같은 덩치 큰 은하들 주변에 지금까지 아주 많은 왜소은하들이 남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갓 공사가 끝난 건설 현장에 미처 쓰이지 않고 남은 건축 자재들이 나뒹굴고 있는 것처럼, 아직 중심의 큰 은하에 다 병합되어 뒤섞이지 않고 살아남아 있는 왜소은하들이 아주 많이 만들어진다. 

 

많은 은하 진화를 다루는 시뮬레이션에서 큰 은하 주변에 왜소은하들이 만들어진다. 영상은 덩치 큰 M60 은하 곁에서 왜소은하 M60-UCD1이 돌면서 중력에 의해 파괴되어 크기가 더 작아지고 별들의 흐름을 남기는 과정을 재현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여준다. 영상=NASA, ESA, H. Baumgardt(University of Queensland)

 

하지만 실제 우주를 보면 시뮬레이션에서 주장하는 것만큼 많은 수의 왜소은하는 발견되지 않는다. 우리 은하와 이웃한 안드로메다은하, 그리고 더 멀리 있는 다른 외부은하들을 보아도 시뮬레이션에서 주장하는 것만큼 수십 개 이상의 많은 왜소은하, 위성은하는 관측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랫동안 은하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에게 이 문제는 ‘실종된 위성은하 문제(Missing satellite problem)’라고 불리고 있다. 

 

#그 많은 왜소은하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관측과 시뮬레이션의 이 간극은 여전히 완벽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관측 천문학자들과 이론 천문학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측 천문학자들은 왜소은하가 워낙 어둡고 흐릿해서 쉽게 관측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어두운 천체까지 볼 수 있는 더 좋은 장비와 관측 기술로 우주를 바라본다면, 지금까지 확인하지 못했던 더 흐릿한 왜소은하들까지 찾아낼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렇게 더 어두운 왜소은하, 위성은하까지 새롭게 발견한다면 시뮬레이션이 주장하는 더 많은 수의 왜소은하의 개수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4] 

 

실제로 최근 성능이 더 좋은 망원경을 이용해 새롭게 진행되는 대대적인 하늘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이전까지 알려지지 못했던 더 흐릿한 왜소은하들이 보고되고 있다.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 곁에서도 지금도 새로운 왜소은하, 위성은하, 또는 과거 위성은하가 존재했다가 파괴되면서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위치한 파라날 천문대(Paranal observatory)에 설치된 암흑 에너지 서베이(Dark Energy Survey)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우리 은하 주변의 흐릿한 왜소은하들의 모습. 각 왜소은하의 모습들이 13 X 13 각분(arcminutes)의 크기에 해당하는 사각형 안에 나타나있다. 이미지=V. Belokurov, S. Koposov(Institute of Astrophysics, Cambridge), 사진=Beletsky(Carnegie Observatories)

 

반면 이론 천문학자들은 지금까지 완성된 기존의 시뮬레이션이 실제 우주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기존의 시뮬레이션에서 충분히 재현하지 못했던 실제 우주에서 벌어지는 메커니즘을 추가로 도입해서, 더 사실에 가깝게 시뮬레이션을 개선한다. 시뮬레이션에 다양한 수정을 거쳐 어떻게 하면 실제 관측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나오는 왜소은하의 개수를 줄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항성 피드백을 반영하지 않았을 때(위)와 반영했을 때(아래)의 결과를 비교한 모습. 두 시뮬레이션에서 모두 만들어진 왜소은하는 빨간 원으로, 항성 피드백을 반영하지 않은 시뮬레이션에서만 추가로 만들어진 왜소은하는 까만 원으로 표시되어 있다. 항성 피드백을 추가로 반영해야 만들어지는 왜소은하의 수를 줄일 수 있다.

 

특히 기존의 고전적인 시뮬레이션에서는 단순히 중력만 고려해 계산된 결과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 우주에서는 단순히 질량 덩어리들끼리의 상호작용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은하와 별은 더 복잡한 유체역학적 현상이 벌어지는 가스 덩어리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최근 더 복잡한 유체역학적 계산을 도입해, 은하의 중심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토해내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에 의한 활동성은하핵 피드백(AGN feedback)이나, 초신성 폭발 또는 덩치 큰 별들이 나이를 먹어가는 진화 과정에서 물질을 분출하는 항성 피드백(Stellar feedback)의 효과를 반영한 새로운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고 있다. 최근 이런 다양한 피드백을 함께 반영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기존의 시뮬레이션에 비해서는 확실히 만들어지는 왜소은하의 개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5]

 

재미있게도 관측 천문학자들은 실제 관측된 왜소은하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이론 천문학자들은 시뮬레이션이 요구하는 관측되어야 할 왜소은하의 개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관측 천문학자와 이론 천문학자들은 관측과 시뮬레이션의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출발해 서로를 향해 접근해가고 있다. 

 

#새로운 왜소은하 탐색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점점 더 넓은 면적의 하늘을 관측하게 되면서, 왜소은하의 흐릿한 흔적을 찾기 위해 천문학자들이 탐색해야 하는 면적이 더 넓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런 흐릿하고 어렴풋한 왜소은하들은 다른 뚜렷하고 밝은 은하들에 비해 그 흔적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찾기가 더 까다롭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천문학자들은 실제 관측된 은하들의 사진을 직접 눈으로 비교하면서, 그 주변에 왜소은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후보 천체들을 먼저 선별한다. 그 후 더 정밀한 후속 관측을 통해 실제 왜소은하가 있는지 없는지를 검증한다. 

 

그리고 이제 당신도 직접 우주에서 처음으로 또 다른 흐릿한 꼬꼬마 왜소은하를 새롭게 발견하는 멋진 과학적 경험을 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내가 속한 연구팀에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천문학 분야의 시민과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왜소은하를 시민들이 직접 찾아보는 왜소은하 프로젝트다.

 

천문학자들과 함께 당신도 직접 우주에 숨어있는 거대 고양이, 왜소은하들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다! 암흑 물질로만 이루어진 이상한 왜소은하들, 초기 우주에서 거대한 은하를 빚기 위해 쓰였던 우주 진화의 벽돌, 왜소은하를 직접 찾아보자. 이미지=Chicago with Ana Kova

 

이번에 새롭게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서는 가장 넓은 밤하늘을 관측한 대대적인 탐사 프로젝트, 슬로안 디지털 전천 탐사(SDSS, Sloan digital sky survey)에서 관측한 실제 은하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시민들이 직접 은하의 사진을 보고 그 주변에 왜소은하 또는 뚜렷한 중력적 상호작용을 하는 작은 은하들의 흔적을 탐색해 연구자들에게 제공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의 데이터가 어느 정도 축적되면, 이제 연구자들은 가장 높은 확률로 왜소은하로 의심받는 천체들의 후보를 선별하고, 선별된 은하들 중에서 더 세밀한 관측을 진행해 실제 새로운 왜소은하를 발견할 수 있다. 

 

새롭게 시작된 왜소은하 시민과학 프로젝트(http://star.dongascience.com/project/info/1)의 화면. 직접 왜소은하 후보 천체를 찾고 분류해보자.

 

고양이의 꼬리, 발바닥, 고양이 털의 흔적을 쫓아 방 안 어딘가 숨어 있을지 모르는 고양이를 찾는 것처럼, 이제 왜소은하라는 더 거대한 암흑 고양이와의 숨바꼭질을 즐길 수 있다. 

 

만약 내가 처음으로 투표한 천체가 실제로 지금껏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왜소은하로 확인된다면, 또 천문학적으로도 가치가 큰 흥미로운 천체로 확인된다면, 내 이름이 붙은 왜소은하가 새롭게 밤하늘 명예의 전당에 걸리게 될지도 모른다! 별자리가 되어 하늘로 올라간 과거 신화 속에나 나오는 영웅들이나 할 수 있었던, 밤하늘에 이름을 남기는 그 멋진 경험을 함께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결국 한참 시간이 지나면 이불 속에서 천천히 나와 나에게 몸을 부비는 고양이처럼, 우주의 암흑 속에 숨어있던 왜소은하들의 흐릿한 미소가 당신을 향해 비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1]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0004-637X/827/2/89

[2] https://www.annualreviews.org/doi/10.1146/annurev-astro-091916-055313

[3]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25767

[4]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a688e

[5]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abstract/489/4/5181/5572470?redirectedFrom=fulltext

[6] http://star.dongascience.com/project/info/1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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