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카카오-택시회사 '핑퐁게임'에 카카오T벤티 운전기사만 발 동동

요금 신고 두고 "네 탓"…출시일 계속 미뤄지자 운전자들 다른 일 찾아나서

2019.11.20(Wed) 13:48:22

[비즈한국] 10월 중순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 모빌리티의 대형택시 서비스 ‘카카오T벤티’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소속 택시법인들의 요금 신고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속이 타는 건 일찌감치 8월부터 카카오T벤티 운전기사에 지원해 합격한 이들이다. ‘카카오T 크루’로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카카오T벤티를 주업으로 삼고자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일을 포기하고 3개월간 영업 개시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카카오T벤티 출시가 계속 늦어지면서 몇몇 운전자들은 합격을 포기하는 등 또 다른 차질이 예상된다.

 

카카오T벤티는 서울·경기·인천 지역을 시작으로 스타렉스, 카니발 차량을 이용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카카오 모빌리티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T벤티는 11인승 대형 승합차 호출 서비스다. 택시 면허를 이용하는 서비스로 편법 논란이 불거진 ‘타다’와 달리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 운전자에겐 사납금 없이 고정으로 월급을 지급하고, 탑승객에겐 승차 거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와 협력 중인 택시법인들은 8월부터 카카오T벤티 운전자 모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택시법인들은 10월 중순경 카카오T벤티가 출범할 것이라고 지원자들에게 안내했다. 사납금이 없다는 것 자체만으로 지원자들이 꽤 몰렸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카카오T벤티 서비스 시기는 정해진 게 없다. 카카오T벤티를 운영할 택시법인들이 지자체에 요금 신고를 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조(운임·요금의 신고 등)에 따르면 요금을 책정해 국토교통부장관 혹은 시·도지사에게 신고할 수 있는 권한이 택시운송사업자에게만 있다. 이외에도 몇 가지 작은 문제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택시법인이 요금을 신고하지 않는다면 카카오T벤티 서비스를 시작할 수 없다.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 법인들이 요금 신고 권한을 카카오 모빌리티에 위임한다면, 대신 요금 신고를 할 수 있다. 신속하고 원활한 요금 신고를 위해 택시법인에 이미 공지한 사항이다. 하지만 아직 위임을 요청한 법인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카오 모빌리티가 인수한 법인 중 한 곳인 진화택시 관계자는 “이는 카카오 모빌리티에서 전적으로 진행하는 일”이라며 “카카오 모빌리티에 물어보시라”라고 말했다. 그 밖에 KM1(중일산업)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 KM2(신영산업운수)는 “답변드릴 관계자가 없다.”, 동고택시 역시 “우리 회사 바쁘다. 다른 회사에 알아봐라”라며 답변을 피했다. KM3(경서운수), KM4(재우교통), KM5(명덕운수)는 카카오T벤티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인수한 택시법인들은 티제이파트너스 소속이다. 이 법인들에 한해서는 티제이파트너스가 권한을 위임받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카카오T벤티 서비스를 협상 중인 택시법인들은 이외에도 많다. 그 업체들이 카카오 모빌리티에 부탁하는 게 아니라면, 자체적으로 요금 신고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운영 중인 카카오 택시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박찬웅 기자


이러한 이유로 카카오T벤티 합격자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요금 신고조차 되지 않은 상황인데 11월 출시가 어려운 건 당연한 것 아니냐. 이대로 가면 12월 출시도 불투명하다”라는 주장부터 “카카오T벤티 출시가 2월로 미뤄졌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합격자들의 대기가 길어지자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법인들은 현재 운영 중인 ‘가맹 택시’나 ‘카카오T블루’에서 임시로 근무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가맹 택시는 법인에 사납금을 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운전자들이 꺼리는 분위기. 카카오T블루 서비스는 사납금이 없고 월급제인 장점이 있지만, 운행 중인 택시법인이 많지 않다. 예비 운전기사들이 카카오T벤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천에서 택시를 운행 중인 운전자 A 씨는 8월 한 택시법인에서 진행한 카카오T벤티 운전자 모집 전형에 합격했다. 합격자 8명 가운데 A 씨를 포함한 4명은 출시를 기다리는 동안 법인이 운영하는 가맹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납금 부담에도 경력에 도움이 될까 싶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4명은 사납금에 대한 부담 때문에 카카오T벤티 출시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A 씨는 “인천 지역 택시법인과 카카오 모빌리티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카카오T벤티 출시도 잠정 중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카카오T벤티 출시를 기다렸던 4명은 운전대도 잡지 못한 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알아보러 갔다”며 “지원자 대부분이 해당 서비스를 주업으로 삼을 생각이라 인내심이 강하지 않다. 출시가 늦춰질수록 합격을 포기하는 운전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 모빌리티 측에서 공식적으로 카카오T벤티 출시일을 언급한 적은 없다. 차량 선정, 요금 신고, 면허 전환 등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게다가 카카오 모빌리티 혼자서 진행하는 사업이 아니라 많은 택시법인과 함께 진행해야 하기에 출시일을 감히 확정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8월부터 택시법인에서 카카오T벤티 운전자를 모집한 건 사실이다. 이를 두고 카카오T벤티 출시가 미뤄진다고 하면 드릴 말씀은 없다. 다만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카카오T벤티 출시일을 앞당기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만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핫클릭]

· 우버가 택시회사를 사면? 한국 재진출 가능성 팩트체크
· 부킹닷컴, 카카오택시가 '동남아 우버' 그랩과 손잡은 까닭
· 타다 주춤한 사이 카카오·SKT 연합, 모빌리티 합종연횡 시작됐나
· "모두가 당황" 타다 '1만 양차설' 발표 후 거센 후폭풍
· 카카오도 타다도 '택시'에 갇힌 모빌리티 산업 현주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