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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재팬 '세기의 통합' 구글·바이두와 3강 체제 구축할까

미국 GAFA-중국 BATH '양강체제' 균열…네이버·손정의 모두 글로벌 진출 가능

2019.11.15(Fri) 17:47:20

[비즈한국] 한국과 일본의 정보통신(IT) 업계에 세기의 계약이 성사될 전망이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손자회사인 야후재팬의 경영 통합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웹 시장 1위 야후재팬과 모바일 플랫폼 1위 라인이 통합하게 되면 동남아시아 IT 시장 전체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손자회사인 야후재팬의 경영 통합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연합뉴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한 새 법인 설립을 둘러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신규 법인 아래에 야후재팬 운영사 Z홀딩스를 두고, 그 아래에 야후재팬과 라인을 두는 통합 모델이다. 라인 측은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당 부분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지며, 통합은 이르면 다음달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IT 플랫폼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통합은 의미가 깊다. 글로벌 플랫폼과 인공지능(AI) 동맹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체제와 중국의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체제로 양분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유럽은 이런 동맹 체제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태국 등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라인과 중동에 강한 네트워크를 가진 소프트뱅크가 자체 플랫폼·AI 네트워크를 갖추게 되면 삼강구도로 판세를 재편할 수 있다.  

 

네이버는 2017년 프랑스의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현 네이버랩스)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프랑스 현지 자회사에 2589억 원을 출자한 바 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최근 네이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AI 연구 벨트’ 구축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는 그간 구글에 대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부상을 꿈꿔왔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 갇혀 외부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카카오톡이 한국 시장을 장악했지만 해외에서는 어려움을 겪듯, 네트워크 효과가 국내에 머물면 플랫폼의 외연 확장이 어렵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와의 통합을 통해 큰 비즈니스 생태계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일본 모바일 플랫폼 1위 라인과 웹 시장 1위 야후재팬이 통합하게 되면 동남아시아 IT 시장 전체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각 사

 

손정의 회장도 이번 통합으로 글로벌 플랫폼을 만드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가 세계로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구글·페이스북 같은 소프트웨어 부문의 플랫폼이 없는 실정이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를 통해 동남아시아 그랩, 인도 올라 등 지역별 승차공유 회사들을 인수했다. 

 

이들 회사는 현지에서 페이 회사로 발전하고 있어 향후 라인-야후재팬 연합과 연계한 사업 확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소프트뱅크로서는 클라우드 서버 등 그간 외면해왔던 영역을 네이버를 통해 채울 수 있다. 클라우드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기업 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미래의 비즈니스 플랫폼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페이 분야에서 경쟁하던 두 회사는 이번 통합을 통해 업계 1위로 올라서는 한편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일본 페이 분야 1위는 라쿠텐페이, 2위는 야후재팬의 페이페이, 3위는 라인페이다. 일본은 아직 전자상거래가 자리 잡지 못해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고 야후재팬과 라인은 각각 PC·모바일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어 라쿠텐페이와 경쟁을 벌여볼 만하다. 증권사 관계자는 “두 회사의 통합으로 단기적으론 실적 등 재무적 부담을 낮추는 한편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서 전자상거래, 핀테크, 광고 분야의 시장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 생기는 회사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손정의 회장의 지난 인수·합병(M&A) 행보를 보면, 대개의 경우 본인이 협력사보다 높은 지분을 차지했다. 소프트뱅크와 도요타가 합작, 설립한 모빌리티 회사 모넷테크놀로지의 경우 소프트뱅크가 50.25%, 도요타 49.75%다. 수퍼셀도 지분의 51%를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시킨 바 있다. 전략적 투자자로서 비즈니스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새 통합 법인의 지분율을 보면 이번 건이 누구 주도였는지, 앞으로 어떤 회사의 방향대로 갈지 엿볼 수 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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