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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자영업에서 폐업이 '일상'인 이유

개인에게는 비극이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순환의 일부

2019.11.07(Thu) 10:06:52

[비즈한국] 자영업을 생각하면 많은 사람이 높은 폐업률을 떠올리곤 한다. 자영업에서 관찰되는 높은 폐업률은 보는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에서 우울을 엿보곤 한다. 그러나 다르게 보자면 이러한 자영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은 과거에 사람들 사이에서 넘쳐흘렀던 자영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보다는 낫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자영업의 본질적인 특성 때문이다. 시장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고, 성장은 하나 그 성장이 폭발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시장의 성장 이상으로 공급자가 증가하는 경우 개개의 공급자가 갖게 되는 파이는 작아지게 된다. 그리고 시장 규모 이상으로 공급자가 많으면 필연적으로 높은 폐업률로 이어진다.

 

시장 규모 이상으로 공급자가 많으면 필연적으로 높은 폐업률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커피 시장이 이 현상을 아주 잘 보여준다. 커피박람회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커피 시장은 이런 현상을 아주 잘 보여준다. KB경영연구소에서 발간한 ‘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으로 세계 평균의 2.7배 정도다. 커피 시장은 여전히 성장성이 높다. 하지만 공급 또한 늘고 있다. 매년 커피전문점 창업이 폐업보다 1.5배 이상 높기에 총 공급은 계속 증가 추세다. 특히 2014년을 정점으로 창업 증가율은 하락세인 반면 폐업률은 계속 증가세를 보인다.

 

시장의 크기가 한정되어 있다면, 아무리 성장률이 높아도 공급자의 증가가 그보다 빠른 경우 각 공급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제한적이거나 감소하게 되어 필연적으로 폐업을 늘 수밖에 없음을 국내 커피 시장이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시장이라면, 시장의 성장률보다 공급자의 증가율이 낮아야 최적이라 할 수 있다. 라이선스를 취득해야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업종들은 라이선스라는 진입장벽을 통해 공급의 증가를 어느 정도 제약한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하지만 트렌드의 변화가 빠른 시장에서는 라이선스의 존재 가치가 높지 않기에 다른 방법을 통해 진입장벽을 만드는 방법을 추구하게 된다. 기술의 숙련도가 높거나 자본의 규모가 필요하거나 등의 방법이 대표적이다.

 

성숙한 시장에서 업체들이 하나둘씩 규모를 갖추고 기업화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규모를 갖출수록 비용 절감 측면에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영의 효율 또한 더욱 높아진다. 이 점이 치열한 시장에서 생존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성숙한 시장에서 자본을 통한 규모를 갖춘 업체의 등장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가장 경쟁력이 낮은 업체부터 폐업에 이르도록 만든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둬야 할 사실은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폐업은 피할 수 없는 결과라는 것이다. 모든 공급자가 동등한 자본과 동등한 기술수준을 가지고 영업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공급자가 늘어날수록 각자가 가져갈 수 있는 시장의 파이는 감소하게 되므로 모두가 피를 말리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공급자마다 자본의 규모와 기술 수준이 다르고 경영 능력도 다르다. 따라서 종합적으로 가장 열위에 있는 공급자가 폐업해 시장에서 밀려나가게 되고 시장의 압력은 감소한다.

 

자본이 진입하고 규모화 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고도화, 효율화되는 과정이다. 영세한 개별업체가 상품을 만드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자본과 기술을 갖추고 전문화된 업체가 상품을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생산성도 높다. 이것은 시장의 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도래할 수밖에 없는 개별기업의 생존 방안이며 이로 인해 가장 경쟁력이 낮은 공급자가 시장에서 밀려나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따라서 폐업을 인위적으로 구제하는 것은 시장의 압력을 높여 전체 공급자를 힘들게 만든다. 그렇기에 폐업은 개인에게는 비극이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용인해야 하는 순환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폐업은 분명 비극이나 무조건적으로 구제해서는 곤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영업의 폐업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자영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속단해서는 곤란하다. 자영업의 폐업은 예전에도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벌어질 지극히 당연한 순환의 한 요소기 때문이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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