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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다영역 작전, 결국 필요한 것은 '아메바 같은 첨단군대'

5G, AI, AR 기술로 '병과 없는 전사', '사수 없는 장비' 미래전 준비해야

2019.10.21(Mon) 10:49:09

[비즈한국] 지난 10월 17일 서울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지상 전력의 방향성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세미나가 열렸다. 미래 지상군의 개념인 ‘다영역 작전(Multi-Domain Battle)’의 발전 방향을 주제를 잡은 세미나는 주한미군 사령관인 에이브람스의 기조연설로 시작되었다. 

 

세미나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에, 다영역 작전이 대체 무엇인지 간단히 정리해보자. 다영역 작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땅에서 싸우는 육군이 모든 곳에서 싸우는 군대로 변모하는 것이고, 두 마디로 정리하면 모든 곳에서 싸우되 지상전의 승리를 위해서 하늘과 우주와 사이버 공간에서에서 차원과 전장을 넘나들어 전쟁을 하는 작전이다.

 

이렇게 하늘과 땅, 땅과 사이버 공간을 뛰어넘어 진행되는 군사작전을 ‘크로스 도메인 시너지(Cross-Domain Synergy)’​라고 부른다. 적이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적을 때려 승리를 쟁취하는 방식이다.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에이브람스 주한미군 사령관. 사진=김민석 제공

 

그렇다면 이번 세미나에서 다영역 작전은 어떻게 다루어지고 논의되었을까? 우선 아시아 태평양 미군부대에서 다영역 작전을 주도 중인 미국 인도-태평양 육군사령부의 제프리 콜론 대령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준비 중인 다영역 작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인도-태평양 육군사령부는 다영역 작전을 위한 다영역 특임부대, 일명 MDTF를 만들었는데, MDTF는 비록 규모는 매우 작지만 독자적인 방공포병, 공병, 항공특임대, 전자전 능력, 장거리 정밀타격능력을 지원받아, 안전확보군이 적 A2/AD(해양거부) 전력에 대한 거부와 기만으로 미군의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들이 활동할 수 있는 반격의 디딤돌을 만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은 유사시 태평양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고도로 전문화된 육군 병력을 이용, 적의 항공모함, 대함탄도탄, 장거리 폭격기, 원자력 항공모함으로 미 해군의 항모전단을 적이 깜짝 놀랄 곳에서 침투작전을 수행하여, 사이버전이나 전자전, 장거리 타격능력으로 적의 A2/AD 전력을 공격하고 반격의 틈새를 찾아낼 것이다.

 

미국 육군의 멀티 도메인 배틀 개념. 사진=US army 제공

 

특히 이런 능력 확보를 위해서 미군은 자신들의 능력뿐 아니라 동맹국들의 능력 향상과 합동성 강화가 중요하며, 동맹국들의 지대함 미사일에 정보를 받아서 표적을 유도하는 등 마치 여러 나라의 군대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협조하며 전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연구자들 역시 다영역 작전에 대한 중요한 연구와 제언을 발표했다. 국방대학교의 이병구 교수는 미래 다영역 작전에서 육군의 발전방향을 제안했는데, 그 내용이 사뭇 진지하고 대담했다. 

 

이병구 교수는 우선 다영역 작전은 뜬구름 잡는 공상이 아닌 실전에서 증명된 개념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 침공,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사이버전과 지상 작전을 동시에 실시해서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사실은 다영역 작전이 미래가 아닌 현실임을 일깨웠다.

 

이렇게 이미 현실로 다가온 다영역 작전을 한국 육군에 적용하기 위해서 이병구 교수는 일명 “비대칭 다영역 적극방어”라는 개념을 제창했는데, 이것은 적이 방어하기 까다롭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공격수단을 확보하고, 도메인 교차 능력 즉 지상에서 해상을 공격하고 사이버전에서 지상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적의 공격이나 공습에 더 잘 살아남는 육군으로 변모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신인호 육군 교육사령부 전투발전부장이 다영역 작전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김민석 제공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발표는 육군에서 실제로 가장 먼저, 가장 의욕적으로 다영역 작전을 연구 중인 육군 교육사령부 전투발전부장 신인호 장군의 발표였다. 신인호 장군은 미래 다영역 전장에서 한국 육군이 합동군의 일원으로서 합동작전을 주도하고, 지상뿐만 아니라 해상, 공중, 우주, 사이버 공간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작전적, 전력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설명했다. 

 

육군은 미래 다영역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작전 개념을 바닥부터 새로 바꾼다. 지역을 나눠서 전투지경선 중심으로 부대 운용을 하는 대신, 적의 위험성과 전략적 의미를 중심으로 작전적 기동지역과 전략적 타격지역을 구분, 적진 깊숙한 핵심과 적의 전면을 동시 타격하여 적을 안팎에서 무너뜨린다.

 

이를 위해서 필요에 따라 아메바처럼 변신하는 모듈형 부대구조, 병력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유-무인 복합부대 편성, 그리고 인공지능, 레이저, 양자 컴퓨터, 초장사정 타격무기와 차세대 워리어 플랫폼으로 무장하여 작전 개념을 실전에서 그대로 성공시키는 군대로 만들고, 앞으로 어떤 기술이 어떻게 지상전에 공헌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민-관-군 합동으로 육군 과학기술위원회를 조직하고 실제 액션 플랜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평소 다영역 작전에 대한 관심과 개인적인 연구를 많이 하는 입장에서 이번 세미나는 그야말로 다영역 작전 분야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향후 30년간의 육군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뜻깊은 행사였다. 특히 교육사령부의 철저한 준비와 연구가 이제 동맹국 미국을 따라가는 한국 육군이 아닌, 미국과 같이 최신 작전개념에 대해서 연구하고 발전하는 “동맹과 함께 발전해가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육군이 다영역 작전에 대해서 준비하고 연구해야 할 부분이 산적한 것도 사실이다. 어떤 목표를 정할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연구자와 발표자가 강조한 다영역 작전의 개념 중 ‘복원력(Resiliency)’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은 지금보다 좀 더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복원력은 적 역시 첨단기술로 우리 군을 무너뜨리고자 할 때, 이를 이겨내고 전투력을 유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원격의료장비로 동료를 치료하는 미 해병대 특수부대원. 사진=Jane's

 

가령 우리 군이 민간용 드론기술을 활용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아군의 정보, 정찰, 타격능력을 크게 높이는 것처럼, 북한은 부족한 정찰능력을 높이기 위해 농업용 드론에 민수용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여 우리 국토에 대한 종심 정찰에 성공한 적이 있다. 또 로봇과 인간이 결합하여 전투하는 우리 지상군에 대해서, 적이 사람만을 정밀 타격하여 일거에 로봇 전투부대를 무력화하는 전술을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4차 산업의 정보통신 기술이 단순히 지휘통제능력뿐만 아니라, 일선 장비와 운용의 복원력을 늘릴 수 있다는 데 주목하자. 특히 5G와 AR(증강현실)기술, AI 기술이 결합할 경우 수십 년간 익숙한 지상군의 작전 모습이 변화된 ‘아메바형 군대’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미래 보병부대에서 병과와 사수의 개념을 뛰어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 군은 모든 병사가 각자의 병과를 가지고, 자기가 운용할 장비와 같이 운용 할 인원이 정해져 있다. 그 대신 5G 기술로 연결된 병사들이 AI로 순간마다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AR로 지시를 받거나 배워가면서 유연하게 임무를 맡는 것이다. 

 

드론 운용병이 적의 저격으로 쓰러지면 유탄발사기 사수가 5G로 연결된 AR 헤드셋으로 드론을 운용하는 조작법을 건네받고, AI의 판단으로 저격수를 가장 잘 공격할 수 있는 병사가 경험 많은 전문 저격수의 조언을 받으면서, 부상당한 드론 운용병 근처의 동료가 AR헤드셋으로 본부의 전문의와 연결되어, 마치 의사처럼 응급처치를 하고 능숙하게 대처하는 식이다.

 

이런 전술개념이 도입된다면, 첨단기술로 무장한 군대가 사람 한 명의 전투력 손실로 고철이 되거나 지휘부의 타격으로 조직이 와해되는 것을 막아 강인한 생존성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21세기 지상군은 안전한 하늘과 안전한 바다를 건너 싸우는 것이 아니라, 바다의 안전과 하늘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건 희생과 창조적인 발상으로 가장 먼저 승리를 쟁취하는 군대가 되어야 한다. 미래의 우리 육군이 첨단과학기술군으로 진화하여 다영역 전투의 승자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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