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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여행사 '비상경영'에도 탈출구 안 보이는 속사정

호텔·면세점 등 사업다각화로 되레 적자 늘어…OTA 맞설 새 시스템도 미지수

2019.10.18(Fri) 18:34:19

[비즈한국] 패키지 여행시장의 위기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1989년에 설립되어 2005년 코스닥에 상장한 국내 최초 패키지 여행사인 모두투어가 최근 희망퇴직과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은 통상임금의 12개월분을 지급하는 조건이며 간부가 아닌 40세 이상 직원이 대상이다. 무급휴가는 1~6개월 동안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모두투어는 이미 올 상반기에도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은 바 있다. ​

 

증권가는 모두투어의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20억 원 안팎으로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 크루즈인터내셔널, 모두스테이, 자유투어 등 일반 여행업을 비롯해 호텔업과 부동산업 등 9개의 자회사와 계열사를 둔 모두투어는 본업인 여행업 적자에 자회사들의 적자까지 보태지는 실정이다. 

 

모두투어의 매출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일본 여행 불매와 홍콩 시위 여파, 개별 여행객 증가와 OTA의 선전 등으로 호텔과 단품을 포함한 여행상품 판매가 30% 이상 줄었다. 사진=모두투어 제공


#모두투어·자유투어 조직개편으로 비용 줄이기

 

모두투어는 최근 조직구조 단순화를 골자로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에 들어갔다. 지역별로 운영하던 팀을 사업부 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영업본부는 대리점영업을 전체 12개에서 7개로, 온라인 부문과 제휴 영업부를 채널영업부로 통합했다. 마케팅 부문은 빠른 시장 대응을 위해 본부별 지원 부문으로 편입했고 대신 이커머스 사업부를 강화했다. 임직원 121명을 전환 배치하거나 신규 보임한 것. 

 

모두투어 관계자는 “조직을 통폐합 하고 슬림화 한 것은 조직을 효율적으로 정리해 트렌드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결제 라인을 줄여 빠른 판단과 결정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며 “이미 97년 IMF나 2009년 금융위기 등 힘든 시기를 겪어봤고, 그때마다 어떻게든 헤쳐 나온 경험이 있다. 위기를 부인할 순 없지만 여력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모두투어의 매출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력사업인 해외 패키지 상품의 판매가 전체적으로 줄고 있고, 일본 여행 불매가 지속됨에 따라 전체 판매상품에서 30% 비중을 차지했던 일본상품이 10% 내 판매로 그쳐 주춤하는 데다 홍콩 사태의 여파도 있다. 호텔과 단품을 포함한 여행 상품 판매가 30% 이상 줄었다. 

 

개별 여행객이 늘어남에 따라 가격비교 플랫폼을 통한 항공권 판매율은 올라가고 있지만 일반 상품에 비해 마진율이 현저히 낮다. 모두투어 자회사인 자유투어의 조직개편 양상은 더 심각하다. 200여 직원 중 80여 명이 인사이동을 했다는 후문이다. 직책을 아예 없애거나 전 방위적으로 발령이 났다.

 

다른 패키지 여행사 관계자는 “전략적인 움직임이라기보다는 비용 절감 차원의 조직 개편으로 보인다”며 “더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문제 해결 과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모두투어 내부 관계자는 “이익잉여금이 1300억 원에 이르지만 시장 축소의 충격이 크고 미래가 불확실해서, 더 까먹기 전에 단속을 시작하자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모두투어의 직원은 1600여 명,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억 원 가까이 감소한 1624억 원 규모다.  

 

#하나투어는 면세점 사업이 썩은 동아줄

 

모두투어와 함께 국내 여행시장의 양대 패키지사인 하나투어 역시 비슷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1993년에 설립돼 2000년에 상장한 하나투어는 현재 비상경영체제로 운영 중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면세점과 일본 자회사의 적자 등을 포함해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약 13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0억 원가량 줄었고 시가총액도 8000억 원대에서 5000억 원대로 급감했다. 

 

하나투어 역시 여행업 외에 호텔, 면세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하지만 면세점 사업의 경우 2018년 순손실이 194억 원에 이​르고, 올 2분기 순손실도 약 23억 원을 기록했다. 사업다각화로 시장 축소의 충격에 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욱 몰락을 가속한 꼴이 됐다. 

 

하나투어는 여행업 외에도 호텔, 면세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하지만 면세점 사업의 경우 2018년 순손실이 194억 원에 이​르고, 올 2분기 순손실도 약 23억 원을 기록했다. 사진=이송이 기자


하나투어 자회사 관계자는 “패키지 여행사는 스스로 고객 수요를 창출할 힘이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자신들의 고객만으로도 호텔, 면세점 사업 등에서 적자를 보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고 투자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투자 대비 수익이 안 나와서 적자규모만 커졌다”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나 사업 다각화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여행업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이미 10여 년째 패키지 여행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유여행과 OTA의 성장이 예상된 상황에서 패키지 여행사들이 너무 안일한 상태로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나투어는 올 상반기에 OTA에 대적할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자금투입을 계획하고 펀딩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실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모두투어 역시 내부에서 1년 가까이 나름의 새로운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패키지사들이 준비하고 있는 시스템들이 과연 글로벌 OTA에 비해 경쟁력이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패키지사 내부 직원은 “암울하다. 장사가 안 되니 바로 인건비부터 줄이려 들지만 이를 타개할 전략도 내놓지 못하는 부분에서 실망감이 높다”며 “좀 더 근원적인 문제에 접근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도 늦은 시점인데, 사내에서는 막연히 일본 이슈가 해결되면 나아지리라 기대하는 듯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직원은 “회사는 현재의 위기도 예전처럼 시간이 흐르면 지나가리라고 보는 것 같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형태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최근 파산한 세계 최초의 여행사 토마스쿡은 우리 여행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872년 최초의 세계일주 패키지 상품을 만든 토마스쿡은 1841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됐다. 하지만 178년의 역사에도 달라지는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약 2조 5000억 원의 부채를 안고 파산했다. 토마스쿡의 파산 요인은 항공사, 호텔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비용 대비 수익 창출이 어려워졌던 데다 개별 여행객의 증가와 온라인 시장의 확대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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