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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도 타다도 '택시'에 갇힌 모빌리티 산업 현주소

택시법인 인수, 개인택시 협력 등 '우회'…전문가들 "산업 정체 우려"

2019.09.24(Tue) 16:58:43

[비즈한국] 국내 모빌리티 산업이 획일화되고 있다. 카풀과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라이드 셰어링, Ride Sharing)는 7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따라 사실상 사장됐다. 렌터카를 활용한 차량공유 서비스(카 셰어링, Car Sharing) 역시 택시업계 반발로 기업들이 사업 확장에 애를 먹고 있다. 기업들에 남은 선택지는 택시뿐이다. 전문가들이 모빌리티 산업이 정체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택시에 힘을 실어줬다. 국토교통부가 7월 17일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한 것. 이 때문에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던 기업들은 향후 서비스 시행을 고려할 때 택시를 우선 염두에 둬야 한다.

 

모빌리티 업계 큰손인 카카오 모빌리티는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카카오는 8월 택시법인 ‘진화택시’와 ‘중일산업’을 인수했다. 이어 9월 11일 카카오 가맹 택시 서비스 ‘웨이고 블루’ 운영을 맡았던 ‘타고솔루션즈’ 지분 100%를 사들였다. 타고솔루션즈는 50여 법인택시 회사가 모여 만든 사업자로, 4500여 대의 법인택시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대형 택시 ‘라이언 택시’(가칭)를 내놓을 계획이다.

 

렌터카를 활용해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업들도 속속 택시와의 협력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타다’를 운영 중인 VCNC는 6월 서울시로부터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인가받은 후, 8월 ‘덕왕운수’와 협력을 발표했다. 타다 관계자는 “법인·개인택시 운전자들과 상생해 나갈 방안을 꾸준히 찾고 있다”며 “추가로 택시법인과 협상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법인과 협상 중인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한 17일 서울 도심에서 ‘​타다’​ 차량과 택시가 운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택시법인을 노리는 카카오와 VCNC와는 달리 ‘차차 크리에이션’은 개인택시 기사들과의 협업을 준비 중이다. 개인택시 기사들이 차차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들을 태우는 형태가 유력하다. 차차 크리에이션 관계자는 “개인택시 기사님들도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만나고 싶어한다. 개인택시조합 관계자와 지속해서 관계를 맺으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코나투스의 경우 자발적 택시 동승 플랫폼인 ‘반반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통부가 7월 반반택시 기반인 ‘앱 기반 자발적 택시 동승 중개 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 특례 대상으로 지정했고 서울시도 승인했다. 반반택시는 심야시간 이동 경로가 70% 이상 같은 승객 2명의 택시 동승을 중개하는 서비스로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까지만 운영된다. 승객들은 택시 요금 절반과 호출료 3000원을 더한 값을 낸다.

 

기업들이 택시업계와 상생 모델을 속속 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일각에서는 “택시와 플랫폼 업계의 갈등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 규제로 다른 모델이 경쟁력을 잃어 모빌리티 산업 발전이 정체될까 걱정된다”고 지적한다.

 

지난 3월 7일 국회 정론관에서 택시·카풀 TF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왼쪽 세 번째)과 정주환 카카오 모빌리티 대표, 택시 업계 대표자들이 택시-카플 사회적 대타협기구 합의문을 발표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실제 카풀 서비스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 기업들은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카풀 서비스가 국내에선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가장 먼저 손을 뗀 건 카카오다. 카카오는 252억 원에 카풀 서비스 기업인 ‘럭시’를 인수했지만 택시업계 반발로 1월 사업을 중단했다.

 

여기다 7월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카풀 서비스는 동력을 잃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카풀은 오전 7~9시, 오후 6~8시에만 영업이 허용된다. 출퇴근 시간대를 정부가 규정 지은 것이다. 게다가 카풀 서비스를 시행하려면 기업들은 사납금 제도를 없애고 월급제식 ‘전액 관리제’를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해야 한다. 

 

문제는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스타트업이라는 점. 자본력이 떨어지는 스타트업들은 개정안 통과 후 새로운 대안을 쉽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존 카풀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무료로 운영하는 방법을 선택할 뿐이다. 

 

무료 카풀 서비스인 ‘풀러스 제로’는 라이더가 선택적으로 지급하는 팁 외에 드라이버에게 돌아가는 금전적 보상이 없다. 사진=풀러스 홈페이지 캡처

 

유료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던 ‘​풀러스’​는 3월 초부터 ​‘풀러스 제로’를 통해 무료 카풀 서비스만 운영 중이다.​ 풀러스 관계자는 “카풀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에 현 서비스를 유지하고, 새로운 사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라며 “그렇다고 택시와 가맹 사업을 하자니 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카풀 서비스 ‘어디고’의 위츠 모빌리티는 8월 시범 서비스를 종료했다. 위츠 모빌리티는 2019년 8월 운전자 3만 명 이상을 모집해 수요를 확인했지만, 법 개정으로 정식 서비스 출시를 유보한 것이다. 위츠 모빌리티는 법 테두리 안에서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방침이다. 현재 장거리 출근자 여러 명을 한 차에 연결해주는 ‘광역카풀’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예약기반 카풀 서비스 ‘위풀’을 출시하려던 위 모빌리티도 서비스 출시가 불투명한 상태다.

 

카풀 시장이 문을 닫고 정부가 택시의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모빌리티 산업에서 새로운 모델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모빌리티 산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택시뿐만 아니라 개인 차량을 이용한 카풀이든, 렌터카를 활용한 사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경쟁을 하다 보니 새로이 등장한 경쟁 상대가 제대로 된 싸움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 모빌리티 산업이 7월 17일 국토부가 내놓은 택시제도 개편방안에 갇혔다. 다른 차량에 대한 규제 완화가 실무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는다면 택시란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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