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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플랫폼 노동자'도 근로자라는데 한국은 언제쯤?

스페인·이탈리아 이어 미국도 법안 상원 통과...한국은 중개업체 끼어 더 복잡

2019.09.19(Thu) 17:10:02

[비즈한국] 9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원에서 모든 노동자를 ‘근로자(employee)’로 추정하되, 개인사업자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기업이 증명 책임을 부담토록 하는 ‘AB5(Assembly Bill 5)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우리나라도 관련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B5​ 법안에 따르면 기업은 모든 ‘노무제공자’를 노동자성을 가진 노동자로 간주하게 되며, 기업이 개인사업자를 고용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개인사업자는 (A)계약상으로나 실제적으로 업무 수행에 관해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통제나 지시를 받지 않고 (B)그를 사용하는 기업의 통상적 사업 수행 범위를 넘어서는 일을 수행하며 (C)독립 자영업으로 형성된 직종, 직업, 사업에서 그동안 일해온 방식과 동일하게 일해야 한다. 

 

9월 18일 저녁 7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어플 뒤의 노동’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보현 기자

 

9월 18일 저녁 7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어플 뒤의 노동’ 토론회가 열렸다. 꿀잠이 주최·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와 노동조합, 학계 전문가 등이 참석해 ‘플랫폼 노동의 현실, 연대 및 법제도 개선 방안’ 을 논의했다.


#국내 플랫폼 노동자 늘어나는 속도 비해 안전망 더뎌

 

3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국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규모는 총 221만 명이다. 2011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의 130만 명과 비교하면 7년 새 100만 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그 중 자영업자도 근로자도 아닌 제3의 범주에 속하는 ‘신(新)특고’, ‘디지털특고’는 50만 명 안팎인 것으로 파악됐다. 플랫폼 노동 유형은 크게 대리운전, 배달 서비스가 포함되는 ‘주문형 노동’과 번역, 앱 개발, 디자인 등 웹을 기반으로 노동을 거래하는 ‘군중형 노동’으로 나뉜다.

 

빠르게 늘어나는 수와 달리 제도적 시스템 구축은 더디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와 같은 전통적 의미의 특고 노동자는 산재보험을 적용받지만 방과 후 강사, 플랫폼 노동자가 속하는 신특고는 최저임금, 휴일휴가, 산업재해, 실업보험 등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성종 ​플랫폼 노동연대 대표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일하는 통상의 노동자와 비교하면 플랫폼 노동자는 업무특성상 조직화가 힘들다. 현재 추진 중인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 따라 사업주의 법적 책임 명시, 표준계약서 작성 등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은 필요할 때만 사람을 고용하는 비정규직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명시된 연차,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근로계약서 작성, 해고절차도 지킬 필요가 없다. 결국 시간 단위, 초 단위로 사람을 쓰고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 플랫폼 노동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박 위원장은 “기업에게 중요한 건 빅데이터다.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어디에서 얼마나 많은 치킨이 소비될까?’를 데이터로 예측한다. 또한 초기 투자비용과 무료 서비스 운영을 위해 플랫폼 기업에는 국제적인 자본이 유입된다. 금융자본이 투자하는 건 데이터를 소유하되, 생산수단은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을, 배달의민족은 오토바이를 소유하지 않는다. 전통적 의미의 자본가들이 졌던 리스크를 단 하나도 지지 않고 보험료, 오토바이 수리비 등을 배달 라이더가 직접 지는 게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논쟁, 중간업자 낀 국내 상황은 더 안 좋아

 

토론회에서는 최근 이슈가 된 캘리포니아주의 ‘AB5 법안’을 비롯해 여러 해외 사례가 소개됐다. 2017년 스페인 고용부 산하 사회보장노동 감독당국은 배달서비스 딜리버루(Deliveroo)에게 배달인력을 프리랜서가 아닌 피고용인으로 규정하고 고용주는 이들의 사회안전보장제도 가입 및 보장세 납부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볼로냐시에서도 2018년 5월 ‘플랫폼 노동 사회협약’을 체결해 디지털 플랫폼의 모든 근로자와 협력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거나 가입할 권리를 인정했다.

 

​윤애림 ​서울대학교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나라별 대응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근로자 인정 범위를 최대한 넓히는 것과 제3의 범주를 두고 노동법이나 사회보장법 일부를 적용하는 것이다. 한국은 ‘특고’라는 제3의 범주를 도입했지만 실패했다고 본다. 이들을 보호하는 법률조차 노동조합이 있는, 일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연구위원은 “미국에서 AB5 법안이 통과된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우버, 리프트 같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조직돼 목소리를 내고 오랫동안 싸웠다. 한국은 노동조합법으로 보호받지 않는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해서 단체교섭을 시도하기만 해도 형법으로 처벌하는 특수성을 가진 나라다. 중요한 건 불안정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플랫폼과 노동자가 직접 연결되는 해외 사례와 달리 한국 상황은 플랫폼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중간업체가 존재하는 게 대부분이다. 해외에서 논의되는 게 ‘플랫폼의 사용자성 여부’라면 우리는 ‘사용자가 누구인지’ 규명하는 데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혁신’이라는 이름은 근로기준법에 묶여 있던 노동자를 풀어 디지털 노동자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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