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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사우디 원유시설 피폭이 전기차 보급에 미치는 영향

국제유가 급등 땐 연비 좋은 차 선호…5년 내 보조금 없이 전기차 판매 전망

2019.09.17(Tue) 15:36:05

[비즈한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과 석유 공장이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4.7%(8.05달러) 오른 62.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CNN에 따르면 “하루 상승폭으로는 10여 년 만에 최대”이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14.6% 급등했다.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의 원유 생산 감소량은 하루 570만 배럴로, 이는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사우디가 한 달간은 기존 수출물량을 유지할 재고를 확보했고 미국도 비축유를 푼다는 소식도 있어 당장 공급량이 줄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드론 공격을 감행한 예멘 후티 반군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미국이 군사 행동을 나설 조짐도 보이고 있어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국제유가가 요동치는데, 일시적 현상일지, 장기적인 상승세를 보일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이는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원유 가격 상승이 일시적이라면 가격 부담을 감당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오름세라면 석유 소비 패턴을 바꿀 수도 있다.

 

2008년 5월 2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가격판에 리터당 2000원을 넘긴 가격이 적혀있다. 사진=연합뉴스


11년 전 전 세계는 국제유가 배럴당 147.27달러 시대를 경험한 바 있다. 2008년 7월 11일의 일이다. 당시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평균가로 최고 1976원을 찍었고, 일부 주유소에서는 리터당 2300원에 달하기도 했다. 그해 9월 15일 ‘리먼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유가는 연말엔 최고가 대비 70%가량 하락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에게는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이슈가 전기차(EV) 보급 확대 가속화란 예상과 연결된다. 2014년 이후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매년 2배씩 늘었다. 2014년 2946대, 2015년 5853대, 2016년 1만 1767대, 2017년 2만 5593대, 2018년 5만 5756대다. 정부가 딱 그 수치만큼 예산을 편성하고 보조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1000만 원 넘는 정부·지자체 보조금 없이는 현실적으로 구매가 불가능하다.

 

2018년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연 110만 대 수준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 1100만 대를 돌파하고 2040년에는 신차 등록의 약 55%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BNEF는 판매량 증가에 따른 비용 절감을 통해 2024년부터 보조금 없이 전기차가 내연기관과 경쟁할 것으로 보았다. 예상대로라면 불과 5년 내에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 자동차 가격과 비슷해진다.

 

전기차의 부품 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50~70% 사이다. 장기적으로 전기차의 가격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저렴해지면,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를 퇴출시킨 것처럼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시장에서 내몰지도 모른다. 전기차 판매를 공언한 다이슨처럼 기존 자동차 회사가 아닌 가전 회사가 전기차를 생산 판매할 수도 있다. 테슬라처럼 IT 분야 스타트업이 색다른 전기차를 내놓을 수도 있다.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EV)인 닛산 리프(Leaf) 1세대. 사진=한국 닛산


자동차 판매는 유가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10여 년 전 고유가 시절엔 대형 세단의 판매가 줄고 경차, 소형차가 인기를 끌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태동한 것도 이 시기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닛산 리프의 판매가 시작된 게 2010년이다.

 

이후 유럽 재정 위기, 미국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저유가가 10년 넘게 유지됐다. 저유가가 이어지자 무게가 많이 나가는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이어졌다. 향후 사우디 사태로 촉발된 국제유가 변동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면 전기차 보급을 앞당기는 촉매가 될지도 모른다. 11년 전엔 구매 가능한 전기차가 없었으므로 소형차 같은 연비 좋은 차에 수요가 몰렸지만, 지금은 하이브리드카(HEV)·전기차 등 선택의 폭이 넓다.

 

몇 년 전만 해도 전기차는 충전시설 부족과 짧은 주행거리로 불편함이 있었지만, 충전시설과 법규는 개선되는 중이고, 지금은 실생활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인 주행거리 400km에 가까운 차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자동차 유튜버들이 전기차 시승기를 많이 올리는데, 월 30만 원 유류비를 쓰던 드라이버가 전기차로 바꾼 뒤 연료비가 월 5만 원 이내로 줄었다는 체험기도 올라온다.

 

5월 31일 폐쇄 1년을 맞은 옛 한국GM 군산공장. 사진=연합뉴스


산업적인 흐름도 전기차 시대로 가고 있다. 한국GM이 폐쇄한 군산공장을 국내 자동차부품사 명신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6월 말 2550억 원에 인수했다. 8월 명신 컨소시엄은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바이톤(BYTON)을 생산하는 퓨처모빌리티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전기차 생산·공급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명신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으며 최종 생산 모델 등은 11월쯤 결정될 예정이다. 명신 측은 전기차 위탁생산 시점을 2021년, 자체 브랜드 제조 목표를 2025년, 연간 15만 대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BNEF가 예상한 보조금 없이 전기차가 판매되는 시점은 2024년으로, 명신 컨소시엄의 생산 본격화 시점과 겹친다. 앞으로 5년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 세계적으로 자동차 신차 판매가 감소 추세다. 자동차 품질이 상향되면서 차량 교체 수요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돼도 기존 버전 제품과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럴 땐 시장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것이 사업자에게 도움이 된다. 현대자동차는 2018년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개발 업체 리막의 지분 10%를 인수했고, 올 9월 9일 유럽 최대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전문업체인 아이오니티 투자를 통해 BMW·다임러·폭스바겐·포드와 동일하게 20%의 지분을 갖게 됐다. 2018년 9월 14일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총괄수석부회장에 오른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의 정체성을 전통적인 제조업체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 바꿔 나가는 중이다.

 

국제유가 움직임, 기술 발달 속도, 기업들의 움직임을 볼 때 소비자들로서는 지금 사는 신차가 생애 마지막 내연기관 차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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