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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OO조합, XX협회' 사업자단체 담합의 최신 기준

공정위 제재 법원서 잇달아 취소 판례…결의 강요나 가격 결정수단 인식이 관건

2019.08.29(Thu) 18:27:47

[비즈한국] 산업 분야별로 ○○조합, △△협회, □□​협의회, ☆☆​진흥회 등 다양한 명칭과 형태의 단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단체는 일반적으로 ‘둘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한 결합체 또는 그 연합체’로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

 

사업자단체의 활동이 담합으로 변질하기 쉽다는 인식은 과거부터 있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동업자들은 오락이나 기분전환을 위해 만날 때도 그들의 대화는 공중에 반대되는 음모나 가격 인상을 위한 모종의 책략으로 끝나고는 한다. 이러한 모임을 실제로 집행할 수 있거나 자유와 정의에 모순되지 않는 법률로 저지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촉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사업자단체를 그다지 좋게 취급하지 않는다. 동업자들 간의 모임이 주로 업계의 정보교환을 위한 목적이라는 데 착안하기 때문이다.

 

사업자단체의 결의 그 자체만으로 공정거래법상 금지하는 담합이 성립했다고 보는 것은 다소 불합리하다. 지난 6월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당정협의에 참석한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은숙 기자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사업자단체의 활동을 모두 경쟁법 위반으로 몰아가는 것은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 정부 주도의 압축 성장을 경험한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 사업자단체 중 상당수는 정부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는 목적으로 정부 주도로 설립됐고, 정부와 사업자 간 정보전달기구의 역할을 했다. 이런 배경에서 사업자단체는 회원들 간에 합의를 도출해 정부 정책에 반영되도록 했다. 또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사업자단체를 통한 정보교환과 공유를 도모함으로써 대기업과 경쟁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반적인 담합행위는 당사자들 간의 묵시적 합의만으로도 성립한다. 당사자들이 서로 다른 마음을 품었더라도, 또 그 합의를 실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합의만 했다면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담합이 성립되는 것. 그러나 사업자단체의 경우는 일반적인 사업자들 간의 담합행위와 구별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 모든 회원이 아닌 대표성을 가진 일부 회원만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자단체의 결의 그 자체만으로 담합이 성립했다고 보는 것은 다소 불합리하다.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첫 번째로, 정부가 영리병원 허용정책을 발표하자 대한의사협회는 이에 반발해 소속 회원들의 투표를 거쳐 2014년 3월 10일 당일 휴업을 결의했다. 그러자 공정위는 휴업 결의는 의사들에게 휴업을 강제함으로써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했다. ​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 처분을 취소했다. 의사협회가 제재조치 부과 등의 방법으로 회원들에게 휴업을 강요한 바가 없고, 의사협회의 찬반 투표는 휴업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 것일 뿐 집단 휴업에 대한 회원들 간의 공동 인식과는 무관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2016. 3. 17. 선고 2014누58824 판결, 대법원 상고기각 판결로 확정). 즉 △휴업 결의로 인한 집단 휴업이 발생하지 않았고 △구성사업자들에게 휴업 참여를 강제하지도 않았으며 △구성사업자들도 집단 휴업에 강제성이 있다고 보지 않았으므로 사업자단체 금지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정부의 영리병원 허용정책을 두고 의사협회가 당일 휴업을 결의한 것에 대해 공정위는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의 처분을 취소했다. 병원 이미지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두 번째 사례다. 공정위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아파트 외부회계감사에서 시간당 임금률과 시간을 곱하는 타임차지 방식을 기준으로 적정 감사시간을 100시간으로 결정한 것은 가격결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제재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아파트 외부회계감사 분야에서 타임차지 방식으로 감사보수를 산정하는 관행을 찾을 수 없고, 평균임금률에 대한 통지가 없는 이상 적정 감사시간만으로는 회원들이 어느 수준으로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봤다. 따라서 적정 감사시간을 결정한 것만으로는 가격 결정 기준을 제시했다거나, 회원들이 적정 감사시간 준수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형성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2019. 8. 22. 선고 2018누63855 판결).

 

사업자단체가 회원들의 영업을 제한하거나 가격 등 거래조건을 정하는 경우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판결에 따르면 사업자단체가 회원들에게 결의 준수를 강요했는지, 회원들이 사업자단체 결의를 가격 결정의 수단으로 인식했는지에 따라 법 위반 여부가 달리 판단되고 있다. 이러한 몇 가지 사례만으로는 법 위반 여부를 명확하게 준별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 사업자단체의 활동에 대해 다양한 처분과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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