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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네이버 검색어 점령한 퀴즈 이벤트, 정체는 '4천만원짜리 광고'

토스·캐시슬라이드·OK캐시백 등 참여자 유도해 급상승 검색어 등극…네이버 "상황 예의주시"

2019.08.27(Tue) 15:15:17

[비즈한국] 최근 몇 달간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순위를 각종 광고 키워드가 도배하고 있다. 토스, OK캐시백, 캐시슬라이드 등 각종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서 실시하는 퀴즈 이벤트로 인해서다. 정해진 시각에 수만 명이 이벤트에 동시에 참여하다 보니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게 되는 것.  

 

이들 광고 키워드는 최근 일본 무역 보복 및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 등 각종 대형 이슈에도 불구하고 급상승 검색어 1위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이 기사를 작성하는 27일에도 토스와 캐시슬라이드가 각각 진행한 이벤트 정답인 ‘볼보 V60’과 ‘안다르 t데이’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각각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검색어 순위를 조작하는 ‘어뷰징’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네이버 역시 이러한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 2월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 행운 퀴즈 이벤트가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광고 프로모션 상품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순위를 이들 광고 프로모션 키워드가 점령하고 있다. 사진=각 사

 

# 퀴즈 이벤트는 어떻게 네이버 검색어 1위가 되나

 

대표적인 퀴즈 이벤트로는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행운퀴즈’, SK플래닛 OK캐시백 ‘O퀴즈’, 엔비티의 캐시슬라이드 ‘실시간 초성퀴즈’ 등이 있다. 명칭은 다르지만 진행되는 과정은 비슷하다.

 

우선 광고주와 업체가 프로모션 가능한 시간대를 협의하는 이른바 ‘구좌’를 계약한다. 그 다음 정해진 기업이 원하는 마케팅 키워드가 정답인 퀴즈를 출제한다. 일반적인 상식을 묻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정답을 알기 위해서는 검색이 필수다. 퀴즈 하단에는 친절하게 네이버 검색창으로 링크가 돼 있다. 정답을 맞힐 경우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포인트가 제공된다. 가령 토스의 경우에는 현금성 리워드인 토스머니가, OK캐시백은 캐시백 포인트 등이 주어진다. 이벤트에 따라 간혹 기프티콘과 같은 현물이 제공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장치가 있다. 이벤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정답을 맞힌 모든 회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선착순으로 제공한다는 것. 따라서 정해진 시각이 되면 정답을 알기 위해 수만 명의 참가자가 동시에 검색을 하게 된다. 이때 검색해야 하는 키워드는 퀴즈 이벤트에 안내되어 있다.

 

광고를 의뢰한 기업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네이버에도 광고계약을 맺는다. 바로 브랜드 검색이다. 브랜드 검색은 특정 키워드로 검색할 경우 광고주가 미리 입력해놓은 광고 정보를 최상단에 노출하는 광고상품이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검색이 이뤄지기 때문에 쉽게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한다. 여기에 수많은 온라인 미디어들이 이른바 ‘실검 기사’를 쏟아내기 때문에 부수적인 효과도 누린다는 것이 광고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7일 오전 캐시슬라이드에서 프로모션 한 안다르 t데이가 모든 연령대의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사진=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안내 페이지

 

# 건당 프로모션 집행 비용 4000만 원 전후 책정

 

그렇다면 이렇게 한 번 광고를 집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 ‘비즈한국’은 토스, OK캐시백, 캐시슬라이드 3사의 퀴즈 광고 제안서를 전부 입수해 비교해봤다.

 

제안서에 나온 프로모션 비용은 토스 행운퀴즈의 경우 기본 4000만 원, 오후 시간 독점 운영 시는 6000만 원이 소요된다. 여기에는 참가자들에게 지급되는 3000만 원가량의 리워드 비용이 포함된다.

 

OK캐시백 O퀴즈는 오전 3500만 원, 오후 3500만 원이며 하루 종일 단독 운영할 경우에는 5500만 원을 제안하고 있다. 역시 참가자에게 리워드로 제공되는 1000만 원이 포함된 비용이다. 캐시슬라이드 역시 4000만 원으로 다른 업체와 비슷한 비용을 받고 있다.

 

3사 제안서 모두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차지와 기사 작성에 의한 바이럴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토스의 경우 제안서를 통해 퀴즈 노출이 평균 50만 건에 이르며, 정답 응답자만 해도 10만 명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검색 건당 가치를 200원으로 책정할 때 1억 원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토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행운퀴즈는 서포트 모금 등 송금의 맥락을 확장해온 토스가 2019년 2월 선보인 서비스”라며 “참가자 규모는 진행되는 행운퀴즈마다 상이하지만 건당 최소 수만 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업체들이 급상승 검색어 순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 효과 역시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온라인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효율이 높은 프로모션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집행하려면 최소 한 달 전에 구좌를 예약해야 가능했다”면서 “지금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업체들이 많아지고, 그날 이슈에 따라서는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 들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끝물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안내 문구를 살펴보면 네이버와 특정 검색어를 특정해서 검색을 유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토스 행운퀴즈 화면 캡처

 

# 네이버 “아직 어뷰징으로 단정 짓기는 곤란…상황 예의주시”

 

네이버는 지난해 10월부터 ‘실시간 검색어’에서 ‘급상승 검색어’로 서비스 명칭을 변경했다. 집계 주기를 5분에서 10분으로 늘리는 등 소폭 변화가 있었다. 평소 검색되지 않는 키워드에 가중치를 두고, 연령대와 시간별로 자세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네이버 이용 비율이 압도적인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검색어 순위 서비스는 대중의 현재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검색어 순위 서비스에 대한 많은 불만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네이버가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불과 몇만 명의 집중적인 이벤트 참여로 인해 급상승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점은, 이러한 서비스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네이버가 이를 일부러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실제로 퀴즈 프로모션 과정에서 네이버도 적지만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브랜드 검색 서비스의 경우 비용은 쿼리 방식으로 책정된다. 평소 검색량이 적은 키워드는 광고비가 저렴하고, 많은 키워드는 비싸지는 방식이다. 월 50만 원부터 시작하며 다른 검색어 광고에 비해 비용은 저렴한 편이다. 보통 퀴즈 이벤트에 사용되는 키워드는 새롭게 조합한 이벤트 명칭을 사용하기 때문에 50만 원만 내면 된다.

 

물론 수익 자체는 네이버 광고 매출을 감안할 때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용자 유입이 대거 이뤄진다는 점은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인터넷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최근 네이버가 유튜브가 급성장하면서 위기의식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안다”면서 “급상승 검색어는 네이버가 직접 개입을 상당히 꺼려하는 서비스인 데다 어찌 됐든 이용자 유입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굳이 차단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이들 업체가 자동으로 반복되는 프로그램이나 혹은 완성 검색어가 포함된 링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를 어뷰징으로 보는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도 “광고 키워드이기는 하지만 누군가에게 정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당장 차단할 계획은 없지만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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