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광화문 약진·강남역 부진' 빅데이터로 본 상권 공식의 변화

광화문 인근 2013년 20위권에서 2017년 1위…최신식 상권 거듭나는 '마용성' 눈여겨봐야

2019.08.23(Fri) 16:23:51

[비즈한국]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난다. 건물주들은 서울 강남·강북 할 것 없이 공실이 늘었다며 아우성이고,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된다며 한숨 쉬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통계만 보면 서울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큰 변함이 없고, 국내 주요 상권들의 매출은 되레 늘었다. 

 

건물주·자영업자 할 것 없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온라인 마켓 사용자 증가와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인상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작용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의 분화와 특정 상권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빅데이터 상권 분석서비스 ‘지오비전’에 따르면 2017년 전국 최고 상권은 서울 광화문 인근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화문 인근 피맛골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고성준 기자


SK텔레콤 빅데이터 상권 분석서비스 ‘지오비전’에 따르면 2017년 전국 최고 상권은 서울 광화문 인근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 매출 5조 8355억 원에 달했다. 광화문은 2013년만 해도 연 매출 7411억 원에 불과해 20위에 그쳤다. 광화문을 비롯해 2013년 20위 밖에 있던 시청역(5위)·회현역(11위)·명동역(15위) 등 서울 강북 중심지역의 상권이 크게 성장했다.

 

이에 비해 다년간 1위를 지키던 강남역 남쪽은 2013년 매출 3조 5289억 원에서 2017년 8249억 원으로 줄어들며 13위로 떨어졌다. 이 기간 강남역 북쪽은 2위에서 4위로 내려왔고, 3위이던 압구정역은 19위로 미끄러졌다. 부진했던 서울 중심가 매출이 급등한 것은 지난 4~5년 새 도심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된 것과 무관치 않다.

 

2010년을 전후해 피맛골·명동성당 일대·서소문 등 도심 현대화 사업이 벌어지면서 고층빌딩이 대거 들어서는 한편 녹지 조성, 관광자원 개발 등이 병행됐다. 신축 빌딩에 대기업들도 속속 입주하며 미래에셋대우·대신증권 등 증권사들과 외국계 금융·컨설팅 회사, 대형 건설사 등이 본사 사옥을 도심지로 옮겼다. 최근 공실률이 상승했지만, 이는 신축 오피스 빌딩이 대거 늘어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다. 

 

이 지역에 고소득 직장인들이 늘고 관광자원이 개발되면서 관광객 방문도 증가했다. 사무실 밀집 지역이면서 관광지이기 때문에 주말 상권도 활발하다. 그러나 강북도 강북 나름이다. 2000년대 초까지 전국 최고 상권으로 불리던 종로·혜화동 노후 상권은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홍대와 이태원도 상권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최근 주택시장이 신축 아파트로 쏠리는 것처럼 상권도 새로 개발된 지역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서울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선 지역의 역세권을 중심으로 최신식 상권이 붐을 이루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구시가지다. 지난 5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커피숍 오픈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최근 가장 특징적 변화는 과거 도심·강남으로 양분됐던 서울 상권이 지역별로 ‘대장’이 생기며 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선 지역의 역세권을 중심으로 최신식 상권이 붐을 이루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구시가지다. 

 

이들 지역은 교통이 편리하지만 낙후지역으로 그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1970~1980년대 이후 주거 단지 현대화가 처음 이뤄지면서 재평가를 받아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이와 맞물려 지하철 등 교통편 확장과 역세권 대규모 상가 개발이 이뤄지며 상권이 크게 성장했다.

 

지하철 5호선과 6호선·경의중앙선·공항철도 환승역인 공덕역의 경우 마곡지구와 상암동, 일산 등 서울 서쪽 택지의 목 역할을 하고 있어 최근 직장인들의 인기 방문 지역이다. 마포 일대에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들어서면서 여의도 상권도 수혜를 입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여의도는 그간 워킹타임이나 주말에는 장사가 잘 안 됐지만, 최근에는 낮 시간이나 주말에 전업주부 및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며 상권이 개선되고 있다. 여의도 파크원이 완공되면 서울 강북서 지역의 핵심 상권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건축 단지가 많은 왕십리 일대도 5호선과 2호선·분당선·경의중앙선 등의 환승역으로서 접근성이 좋아 목 좋은 상권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밖에 서울스퀘어가 들어선 영등포와 위례·감일·고덕신도시와 가까운 천호역 일대, 남양주·구리시로 빠지는 청량리 일대도 대규모 택지 개발과 함께 상권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아파트 재건축 시 여러 단지의 상가 부지를 하나로 모아 지하철역 인근에 대규모로 짓는 게 보편화돼 대형 상권이 들어서고 있다. 주요 권역마다 대규모 상권이 생기고 교통도 편리해져 굳이 강남을 찾지 않는 상황이 됐다. 서울 상권의 구조적 변화가 나타난 셈이다. 

 

이런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 주택시장 잡기에 나서며 건설사들이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서울 성수동과 상봉터미널 등 낙후 지역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벌어지고 있어 상권 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긴급체크] 지소미아 결국 종료, 일본과 '전면전' 돌입?
· '별도기준 210억→연결기준 1036억' 삼양인터내셔날 내부거래의 비밀
· [골목의 전쟁] 인스타 대박 아이템도 대기시간 너무 길면 '쪽박'
· [골목의 전쟁] 백종원이 "주인의식 가진 직원은 없다"고 한 까닭
· [골목의 전쟁] 기계식 시계, 슈퍼카…실용성 없는 것들이 비싼 까닭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