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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도 '쪼개기 계약'? 서울 A대학 시끄러운 사연

계약기간 6개월로 단축하면서 연차·퇴직금 부담 줄어…학생들 "비용 아끼려" 학교 측 "개편 과정"

2019.08.23(Fri) 18:13:16

[비즈한국] 대학교 ‘조교’​는 대학 졸업생이나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선망의 아르바이트다. 조교는 통상 1년 단위로 계약하며 정규직은 아니지만 근로기준법에 따라 교직원처럼 연차, 퇴직금을 모두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 대학교가 조교의 계약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줄였다. 이른바 ‘쪼개기 계약’이다.

 

2018년 5월 29일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다. 개정 전에는 1년 중 80% 이상을 근무해야 연차 휴가로 15일이 발생했다. 1년 미만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60조 3항에 따라 1개월 만근 시에 2년 차에 지급되는 연차 15일에서 1일씩 차감해 휴가를 사용했다. 가령 근로자가 1년 차에 4일을 연차로 사용했다면, 2년 차에 쓸 수 있는 연차는 11일만 남게 되는 구조다.

 

1년 미만 근로자의 연차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 1년 3개월째다. 그동안  2년 차 연차를 당겨 쓰던 신입 근로자들이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다. 하지만 휴가 지급일을 줄이려고 근무 기간을 쪼개서 계약을 하는 행위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2년 동안 연차 휴가를 15일밖에 쓰지 못하는 신입 근로자들에게 큰 힘이 됐다. 1년 미만 근로자도 1개월 만근 시 유급휴가 1일을 받을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 제60조 3항을 삭제했다. 

 

김갑주 노무법인 리즌 대표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1년 차 근로자는 입사 첫해에 바로 11일을 쉴 수 있고, 1년 만근 시 발생하는 연차 15일도 다음해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며 “1년만 계약한 단기 근로자의 경우에는 이걸 합쳐 계약기간 1년 안에 26일을 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단기 근로자의 경우 연차일수가 갑자기 늘어난 데다가, 1년을 만근할지 안할지 미리 가늠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근로자는 휴가를 계약 기간 내에 다 쓰지 못하고, 고용주는 남은 연차를 수당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이런 문제가 빈번히 생기는 곳이 대학교다. 대학교는 통상 조교 채용 시 1년 단위로 단기 계약을 맺는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A 대학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조교 계약 시 근로 기간은 1년이지만, 1년 만근한다는 가정하에 2년 차 연차도 모두 사용해달라고 권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바쁜 부서에 배치된 조교들은 휴가를 다 소진하지 못할 때가 많다. 미소진한 연차는 수당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최근 A 대학이 올해 하반기부터 조교 계약기간을 개편한 것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신규로 계약한 조교들의 근로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다. 고용주로선 2년 차 휴가 15일을 절약할 수 있다. 조교에게 퇴직금을 줄 필요도 없다. 

 

그러다 보니 조교들 사이에서 “학교 측이 조교의 휴가를 줄이려고 쪼개기 계약을 한 것 아니냐”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A 대학에서 근무 중인 B 조교는 “쪼개기 계약 관련 소문을 들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 부사수로 들어온 조교의 계약 기간이 7개월이라는 걸 듣고 놀랐다. 하반기에 계약한 조교라도 기존에는 근로 기간이 통상 1년이었기 때문이다. 학교 측에서 퇴직금, 연차 수당 등을 아끼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여기다 A 대학은 올해 하반기 조교 채용 과정에서 근로 기간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하반기에 채용된 C 씨는 “2017년에 조교로 일한 적 있다. 하반기에 계약했고 근무 기간은 1년이었다. 이번에 다시 조교를 지원했는데, 출근 날짜만 적혀있을 뿐 계약 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 당연히 1년 근무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계약 당일 7개월만 근무한다는 말을 들었다. 뭔가 속은 것 같아 기분이 나빴지만 취업준비생이라 대안이 없었다. 이후 다른 과 조교 채용 게시글을 보니 근무 기간이 6개월로 명시돼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에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조교들의 휴가를 줄이려고 근로 기간을 단축한 건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개편을 진행하면서 조교 정원을 줄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6개월만 계약한 조교가 등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한 학생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학교의 해명과 상관없이 피해는 조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조교 대부분이 취업준비생인 까닭이다. 또 다른 조교 D 씨는 “취업뿐만 아니라 취업 준비도 어려운 시대다. 취업 준비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며 “밖에선 쪼개기 고용으로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해야 한다. 그나마 조교가 돈 벌며 취업 준비할 수 있는 직업인데, 이마저도 이젠 불안정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같은 조교인데 누구는 27일을 쉬고, 누구는 5일만 쉰다. 게다가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 조교가 대단한 자리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권리는 보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쪼개기 계약은 앞으로 더 횡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A 대학은 내년 상반기 조교 채용도 근로 기간을 6개월로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재원 메이데이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학교 측에선 부인하고 있지만, 이는 연차를 줄이고,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계약을 쪼갰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6개월 단위로 계약해도 해당 근로자가 재계약을 한다면 기존 1년 차와 똑같은 대우를 해주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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