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6월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에 이어 지난 2일 신라젠의 항암제 ‘펙사벡’이 임상시험 도중 좌초했다. 이제 헬릭스미스의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3상 결과를 남겨두고 있다. 결국 제약업계에서 꼽는 ‘올해 주목할 3대 바이오신약’ 중 엔젠시스만 살아 남은 상황. 미국 임상3상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달 남짓. 그런데 ‘비즈한국’이 접촉한 유전자 치료제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임상3상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 임상3상이 ‘성공’ 아닌데…모두 임상3상에만 집중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는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는 신약이다. 유전자 치료제이기는 하지만 흔히 아는 유전자 치료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가 고장 난 유전자를 근본적으로 치료해주는 식으로 개발된다면, 엔젠시스는 통증 완화 목적이다.
이제껏 당뇨병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유전자 치료제는 없었기 때문에 헬릭스미스가 임상3상 관문을 넘기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상당하다.
특히 헬릭스미스는 원래부터 유전자 치료제에 관심이 많았다. 서울대 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한 김선영 대표가 1996년부터 이끌어온 서울대 학내 벤처다. 김선영 대표는 식약처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 허가를 내어 준 이력이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전자 치료제 임상시험을 허가받기도 했다.
이런 기대감에 힘입어 현재 헬릭스미스 엔젠시스의 임상3상을 두고 그 성패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주가도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20% 미만의 상승 폭을 보이며 7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일각에서는 엔젠시스의 결과가 좋게 나온다면 급격히 위축된 국내 바이오 시장이 다시 살아날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잖다. 헬릭스미스는 국내에서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임상을 진행했지만 생각보다 결과가 좋지 않아 일찌감치 미국으로 방향을 돌렸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의 안착을 꿈꾸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임상3상 결과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보통 임상3상이라는 관문을 넘으면 ‘성공’으로 단정 짓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3상은 그저 임상3상일 뿐이다. 시장에 나왔는데 인보사처럼 중도에 문제가 생기거나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결국 모두 실패한 약이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의약품 출시를 준비 중인 종근당 관계자도 “의약품의 실패와 성공을 임상 결과만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 시장에서 성공할지 확인해야…벌써 실패로 단정해서도 안돼
현재 다수의 언론과 투자자들은 임상3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지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엔젠시스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려면 오히려 출시된 이후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엔젠시스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은 크게 세 가지다. △엔젠시스의 효과가 아주 뛰어나거나 △기존에 시장에 출시된 약과 효과는 비슷하지만 가격이 저렴하거나 △엔젠시스를 이용하기가 아주 편리하거나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엔젠시스의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보는 시각도 분명히 있다. 엔젠시스가 출시된다면 당뇨병 합병증 환자들의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같은 효과를 지니는 마약성 진통제와 경쟁해야 하는데 가격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유전자 치료제를 꾸준히 연구해온 한 전문가는 “유전자 치료제는 약을 만드는 기술이 어렵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 그런데 마약성 진통제는 1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약의 효과가 아주 좋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령 중증 아토피피부염치료제 ‘듀피젠트프리필드주(듀피젠트)’는 한 팩당 100만 원에 달하지만 환자들 사이에서 획기적인 약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수요가 많다. 반면 엔젠시스는 벌써부터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효과가 크면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기술수출 계약 제의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데, 아직 그런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앞서의 전문가는 “대표적으로 성공한 유전자 치료제로 안과 질환 치료제인 ‘럭스터나(Luxturna)’와 척수근육위축증을 치료하는 ‘졸겐스마(Zolgensma)’ 등이 있다. 그런데 이 약들은 임상 도중에도 기존 약보다 효과가 뛰어나다는 반응이 많았다. 임상에 참여한 사람이 직접 글을 올리거나 해외 언론 보도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는 아직까지 그런 열광적인 반응이 전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상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헬릭스미스는 실패했다’고 단정 지어서도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제약사 혹은 바이오 업체는 여러 작용기전을 두고 신약 개발을 진행한다. 즉 후보군이 여러 개 있다는 말이다. 헬릭스미스 역시 엔젠시스에 대해 네 개의 적응증을 대상으로 개발 중이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약물이 여러 기전이나 적응증을 목표로 실시되고 있다면 해당 적응증에 대한 임상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다른 적응증에도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통증 감소 효과는 분명하다”며 “시장성에 대한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임상 결과가 나온 이후 컨설팅 기관과 조사를 실시하는 등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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