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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위험·중수익' 통념 깨진 DLS, 어디까지 알고 있니?

어떻게 -100% 수익률이…안정적 시장에선 안정적 수익, 불안정한 시장에선 고위험 상품

2019.08.19(Mon) 17:37:46

[비즈한국] 최악의 수익률 마이너스(-) 100%. 최근 금융사들이 판매한 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파생결합증권) 상품의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심을 모은다. 1억 원의 정기예금을 찾은 뒤 금융사 직원의 권유로 DLS 상품에 들었다가 원금 1억 원을 모두 날릴 처지에 놓인 고객 사연도 전해진다. 은행 예금 금리보다 조금 높으면서 주식보다 리스크가 적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알려진 DLS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 옵션과 스톡옵션

 

DLS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옵션’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흔히 기업 임원이 ‘스톡옵션’으로 수백억 원을 벌었다는 뉴스를 접한다. 스타트업 등 벤처기업에서 당장은 돈이 없지만 미래 성장성을 바탕으로 고급 인재를 영입할 때 스톡옵션을 조건으로 내건다. 

 

독일의 국채 금리 하락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사진은 독일 주식시장 그래프(오른쪽)와 도이체방크 로고. 사진=연합뉴스


이를테면 지금 주가가 1000원이라고 할 때 3년 뒤 지금의 주가인 1000원으로 주식 1주를 살 수 있는 스톡옵션 1만 주를 부여했다고 가정하자. 3년 뒤 회사가 성장해 주가가 5만 원이 되었다. 이 사람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1만 주를 주당 1000원에 살 수 있다. 시가 5억 원어치의 주식을 1000만 원에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업이 신통치 않아 3년 뒤 주가가 500원으로 하락했다면 어떨까? 스톡옵션으로 주식을 산다면 주식 1만 주를 1000만 원에 사자마자 500만 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이 경우 이 사람은 주식을 안 사면 그만이다. 굳이 하락한 주식을 비싸게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행사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어서 ‘옵션’이라 부른다. 손실을 볼 경우엔 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버리면 된다. 스톡옵션이란 스톡(Stock·주식)을 살 수 있는 옵션을 뜻한다. 

 

# 옵션의 원래 목적은 ‘리스크 헤지’

 

흔히 ‘파생상품’이라고 하면 선물·옵션을 떠올린다. 그 중 옵션은 원래 리스크 헤지(Risk Hedge·위험 분산) 목적으로 개발됐다. 예를 들어, ‘콜옵션’은 현재 주가 1000원인 주식을 3개월 뒤 1000원에 살 권리를 말한다(가격·기간은 예시). 3개월 뒤 주가가 1500원으로 올랐다면 옵션을 행사해 1000원에 살 수 있다. 수익률은 50%다. 반대로 주가가 500원으로 하락했다면 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버리면 된다.

 

만약 그 옵션의 가격이 10원이고 주가가 3개월 뒤 500원이 올랐다면 투자자는 10원으로 490원을 벌었으니 수익률은 4900%다. 이렇게 극단적인 사례는 드물겠지만, 옵션 투자가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투기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는 이유다. 반대로 옵션을 행사하지 않게 되면 옵션 구매액은 전액(100%) 손실이 된다.

 

‘풋옵션’이란 지금 갖고 있는 1000원짜리 주식을 3개월 뒤 1000원에 팔 권리를 말한다(가격·기간은 예시임). 3개월 뒤 주가가 500원으로 내렸더라도 옵션을 행사하면 1000원에 팔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1500원으로 올랐다면 옵션을 버리고 1500원에 팔면 된다. 지금 갖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급격하게 변동되지 않도록 옵션을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유다.

 

# 옵션 판매자는 복권 판매자? 

 

옵션을 사는 투자자의 최대 손실액은 옵션 가격에 한정된다. 옵션 행사를 포기하면 구매한 옵션이 모두 휴지조각이 될 뿐이다. 반대로 파는 쪽을 생각해 보자. 앞서의 콜옵션 예시처럼 1000원인 주식이 3개월 뒤 1500원이 되었는데, 옵션 보유자에게 1000원에 판다면 500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콜옵션을 10원에 팔았는데 500원을 돌려줘야 하니 490원의 손해다. 손실률은 4900%다. 콜옵션 구매자가 4900% 이익을 본 만큼, 콜옵션 판매자는 4900%의 손해를 본다.

 

이렇게 바보 같은 짓을 옵션 판매자가 왜 하는 것일까. 앞서의 예시처럼 극단적인 주가 변동은 극히 드물고 대개는 옵션을 팔아서 돈을 벌기 때문이다. 이는 복권판매자와 마찬가지다. 복권을 산 사람 대부분에게 복권은 휴지조각이 되겠지만, 복권을 판 사람은 돈을 번다. 다만 복권은 복권 판매액 중 일정 비율을 당첨금으로 주므로 판매자가 항상 돈을 벌지만, 옵션 판매자의 손실률은 이론상 무한대다. 

 

안정적인 시장에서는 옵션 판매자가 안정적으로 돈을 벌지만, 2001년 9·11 테러 사태나 2008년 리먼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 때는 변동성이 커지면서 옵션 판매자가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이런 이유로 2008년 리먼 사태 때 많은 금융사가 천문학적인 손실을 안고 파산했다.

 

다른 예로 자동차보험을 들 수 있다. 개인은 자동차보험료 100만 원을 내고 사고를 대비하지만 대부분은 사고 없이 계약기간을 종료한다. 자동차보험사는 일부 사고차에 보상하고 남은 금액을 이익으로 취한다. 그런데 한 테러 단체가 자동차를 해킹해 전국 모든 차들이 사고를 낸다면 보험사는 파산할 것이다.

 

# DLS와 KIKO의 차이는?

 

DLS를 이해하기에 앞서 ELS(Equity Linked Securities·주가연계증권)를 먼저 알아야 한다. 두 상품은 동일한 상품구조를 가지는데, 주가에 연계하면 ELS, 그 외 지수에 연계하면 DLS로 칭한다는 것이 유일한 차이다. DLS에 주로 연계되는 지수는 금리·환율·원자재(금·은·원유) 등이다. 최근 문제가 된 DLS는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발행하는 국채의 금리에 연계된 상품이다.

 

주의할 사항은 ELS·DLS는 ‘보험 가입자’의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험 판매자’의 이익을 보는 상품이란 점이다. 이는 2008년 문제가 된 KIKO(Knock In Knock Out·키코) 사태와 유사하다. 금융사는 KIKO를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헤지하는 상품’으로 판매했다. 리스크 헤지 상품이라면 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이 상품은 환율이 특정 구간을 넘지 않으면 수익을 보는 ‘투자상품’이었다.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변동하면서 투자한 기업에 큰 손실을 안겼고 일부는 파산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최근 문제가 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계된 우리은행 DLS의 경우 금리 –0.3%보다 낮아지면 그 차이의 333배 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하고, -0.6%보다 낮아지면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한다. KIKO는 옵션 판매자의 손해를 대부분 가입 기업에 전가하는 직접적 파생상품이었다. 그러나 ELS·DLS 상품의 경우 개인 가입자의 손해는 투자한 원금에 한정된다. 그 이상의 손실은 금융사가 부담한다. 다만 실손보험사가 재보험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듯, ELS·DLS의 막대한 손실은 금융사 여럿이 나눠 갖는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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