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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우리는 호텔에 '애프터눈 티' 마시러 간다

전 세계에 차 문화 확산…특급호텔 애프터눈 티 세트, 티 클래스 등 인기

2019.08.19(Mon) 09:40:03

[비즈한국] 술 마시는 자리가 술자리라면 차 마시는 자리는 ‘찻자리’다. 중국, 영국처럼 우리나라도 처음 차 문화가 들어왔을 때는 왕실과 귀족 중심의 상류층 문화였다. 그러다가 지식인들의 문화로 이어졌는데, 우리도 선비 문화와 차 문화가 연결되었다. 여연 스님의 글에 따르면, 찻자리는 다석(茶席), 다연(茶筵), 명석(茗席), 명연(茗筵)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으며 초대장을 받은 이들만 참석 가능하고 손님의 격에 따라 앉는 자리도 달랐다. 선비들은 좋은 찻자리에 초대받는 걸 영광으로 여겼다. 

 

얼마 전부터 차(茶)가 힙해졌고 취향 과시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년째 차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freepik.com

 

함께 차를 나누며 어울리는 사이는 좀 더 특별한 사이다. 그렇다고 수다 떨 필요는 없다. 좋은 차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주고받아도 되고, 혼자 조용히 음미하며 마셔도 된다. 과거엔 진지하고 특별한 자리였던 찻자리가 이젠 아주 편안해지고 캐주얼해졌다. 찻집에서도 유료 찻자리를 상시로 만들면서 낯선 사람들이 차를 사이에 두고 어울리게 해준다. 회당 몇만 원의 금액이지만 빨리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찻자리가 멋진 경험으로 보인다는 건 찻자리의 저변이 확대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얼마 전부터 차(茶)가 힙해졌고 취향 과시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취향의 아이콘은 커피와 와인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 이 두 가지는 중요한 기호품이자 취향을 드러내는 도구였다. 이제 그 자리를 차가 잇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뜨는 차 문화는 고급 차 문화다. 차를 만들고 마시는 과정 하나하나를 경험한다. 그리고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어울리는 게 핵심이다.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년째 차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사실, 차는 세계사를 바꿔놓았다. 중국의 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 아편 전쟁도 차에서 비롯되었다. 중국 차를 막대하게 수입하던 영국이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아편이었다. 영국과 미국의 차 무역 갈등으로 생긴 보스턴 차 사건은 미국 독립전쟁의 발단이 되었다. 

 

그동안 커피에 밀려 차는 비주류 문화로 인식되었었다. 여전히 커피 시장이 훨씬 크지만, 차가 최근 서서히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커피보다 더 클래식하고, 더 여유롭고 느린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해낼 수 있는 것이 차 문화이기 때문이다. 더 빨라진 시대, 느린 것에 관심이 커진다. 킨포크, 휘게, 미니멀라이프와 슬로라이프 모두와 잘 어울리는 게 차다. 좋은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어울리는 문화다.

 

요즘, 브런치 먹으러 가자는 말을 대신하는 말이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먹으러 가잔 말이다. 애프터눈 티는 19세기 영국 귀족들의 문화다. 점심식사와 저녁식사 사이 차와 함께 가벼운 먹거리를 먹었던 것에서 시작되었는데, 홍콩과 싱가포르 등 영국 문화의 영향이 있는 지역 호텔에는 애프터눈 티가 필수적으로 있다. 이런 곳에 여행 가서 경험한 사람들도 꽤 있다.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 특급호텔들에서도 애프터눈 티가 확산 중이다. JW 메리어트 서울 '더 라운지'의 '그린 애프터눈 티 세트'. 사진=JW 메리어트 서울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 특급호텔들에서도 애프터눈 티가 확산 중이다. 작은 사치에도 부합하는 데다 ‘인스타그래머블’ 하다. 덕분에 애프터눈 티 문화는 꽤 자리 잡았다. 브런치라는 말이 모든 국민이 다 아는 일상어가 된 것처럼, 애프터눈 티도 그렇게 되고 있는 것이다. 차 문화를 배우는 티 클래스(Tea class)도 확산 중이다. 

 

커피 클래스, 도예 클래스, 베이킹 클래스, 와인 클래스, 티 클래스의 공통점이 있다. 제대로 공부하려 들면 수년을 쏟아도, 아니 평생 공부해도 끝이 없지만, 몇 시간 잠시 배우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아는 척하기에 좋다. 결정적으로 이런 클래스를 다녔다는 그 경험만으로도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다. 차 문화가 세련된 문화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티 클래스의 인기도 계속되고 있다. 막연히 어렵게만 여기고, 고급문화라며 낯설어했던 차 문화가 점점 일상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술자리는 익숙하지만 찻자리는 낯선 사람들이 아직 많다. 마실수록 취하는 술자리와 반대로, 마실수록 정신이 더 맑아지는 찻자리는 사람과 어울리는 새로운 태도다. 한국의 기업 조직 문화도, 한국의 정치 문화도 너무 술자리에 익숙하고 관대하다. 술도 차 마시듯 마셔보면 어떨까? 아니면 아예 술자리 대신 찻자리를 자주 가져보면 어떨까? 찻자리가 트렌드다! 아니 더 확산되는 트렌드면 좋겠다.​ 
 

필자 김용섭은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이다. 저서로는 ‘라이프 트렌드 2013: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부터 시작해 ‘라이프 트렌드 2019: 젠더 뉴트럴’까지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와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실력보다 안목이다’ 등 다수가 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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