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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레지스트 수출허가, 외교가도 헷갈리는 아베의 속셈

"경제적 확산 원치 않는다" vs "한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장기화" 분분

2019.08.12(Mon) 16:06:01

[비즈한국] 일본 외교계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수출 규제 품목 중 한 가지,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한국 수출을 허가한 것이다. 일본이 수출을 허가한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회로를 선폭 10nm(1nm=10억분의 1m) 이하로 미세하게 그려낼 수 있는 극자외선(EUV)용 레지스트다. 한 품목뿐이었지만 예상보다 빠른 수출 허가 조치였다. 일본은 비공식 루트를 통해 ‘갈등 확대를 원치 않는다’는 이야기를 우리 측에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품목 가운데 하나인 포토레지스트 수출 허가를 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8일. 일본 매체들이 보도한 데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 같은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지 36일 만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모두 발언에서 “(일본이) 3대 수출규제 품목의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허가를 내 준 국내 수입 기업은 삼성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토레지스트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들에게 필수적인 자재다. 당초 예상보다 빠른 허가였다. 일본의 개별허가 심사기간이 통상 90일인 탓에, 정부와 업계는 수출 허가까지 최소 두 달 이상 소비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없이 우리 정부는 12일 한국의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일본을 결국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연례적으로 해오던 수출통제 체제 개선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상응 조치 차원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현행 전략물자수출입고시 상 백색국가인 ‘가’ 지역을 ‘가의1’과 ‘가의2’로 세분화한다”고 밝힌 뒤 “기존 백색국가는 가의1로 분류하고, 이번에 백색국가에서 빠진 일본은 가의2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신설되는 가의2 지역은 원칙적으로 ‘나’ 지역 수준의 수출 통제를 적용받게 된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첨언이다. 산업부는 “개별허가 신청 서류의 일부와 전략물자 중개 허가 심사는 면제해 주는 등 ‘나’ 지역보다는 다소 우대할 계획”이라며 일본과의 대화를 위한 여지를 열어뒀다.

외교계는 이번 일본 측의 수출 허가를 시점으로, 일본 측의 반응이 달라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외교계 관계자는 “일본이 ‘애초 수출 규제는 명목적인 사안이었다’고 얘기하더라”고 언급했는데, 실제 일본 측 외교 관계자 역시 “일본 정부는 명목상으로 화이트리스트에서만 한국을 제외하고, 실제로 수출을 규제할 계획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일본 기업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 보여주기 식 규제 정책이었다는 얘기인데, 그는 심지어 “WTO에 가면 수출 규제는 일본이 명분이 없는 게 명백해서 질 텐데, 어떻게 실제로 규제를 하겠느냐”며 “다른 품목들 역시 허가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등 반일 정서 확대도 한몫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가 수출관리를 엄격히 한 배경에는 징용공 문제에서 대응을 연기한 한국에 대한 불신감이 있다”면서도 “한국 측은 일본의 일방적 조치라고 비난하고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도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지자체와 스포츠 교류에서도 중단이 이어져 일본 정부 관계자가 “예상 이상으로 소동이 커졌다”며 ‘오산’이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더 이상 악화되기보다는, 한일 모두 신중하게 대화를 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서의 일본 외교계 관계자는 “당장 수출규제 철회 등 근본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일본도 갈등이 경제적인 영역까지 확산되기를 원치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일본이 원하는 목표는 ‘완벽한 배상 문제 종결’인데, 한국 정부와 이를 놓고 괴리가 크기 때문에 쉽사리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며 “한쪽 정부가 대승적으로 양보하지 않으면, 정부가 나서 서로 자극하지 않는 지금 같은 분위기가 한동안 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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