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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석탄재 전수조사' 애먼 한국 시멘트만 잡는다?

시멘트업계 "사실상 수입 금지, 생산차질" 반발…환경부는 '묵묵부답'

2019.08.09(Fri) 20:04:49

[비즈한국] 정부가 수입 석탄재의 방사능과 중금속 검사를 전수조사로 바꾼다. 수입 석탄재 99.9%가 일본산이라서 사실상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반격으로 해석된다. 시멘트업계는 이번 조치를 사실상 ‘일본산 석탄재 수입 금지’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는 수입 석탄재에 대해 통관 시 환경안전관리 절차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지방환경청이 분기마다 통관현장에서 실시하던 방사능‧중금속 검사를 전수로 확대해 문제가 발견될 경우 상응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시멘트업계, 발전사와 협의체를 구성해 국내 매립돼 재활용되지 않는 석탄재를 활용하는 방안과 대체재 발굴을 함께 추진한다.  

일본산 석탄재는 대부분 국내에서 시멘트 제조에 사용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 6월까지 수입된 석탄재 1182만 7052톤 중 1182만 6746톤(99.9%)이 일본산이었다. 우리나라의 연간 석탄재 수입량은 130만여 톤(2018년 기준 126만 8000톤)이다.  

수입 석탄재 대부분은 시멘트 원료로 사용된다. 1990년대부터 시멘트업계는 천연 원료인 점토 대신 석탄재를 사용해왔다. 정부가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천연자원 광산의 개발을 규제했기 때문이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멘트 회사의 석탄재 사용 규모는 연간 315만 톤. 이 중 60%(187만 톤)가 국산, 40%(128만 톤)는 수입산이다. 쌍용양회, 삼표시멘트, 한라시멘트, 한일시멘트, 4개 시멘트업체는 2018년 수입된 석탄재 126만 8000톤 중 125만여 톤을 일본에서 들여왔다.

시멘트업계가 일본 석탄재를 수입하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국내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석탄재를 사용할 경우 육상 운송비용 등이 발생하는데 일본에서는 처리비용을 받으며 원료를 들여올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석탄재 폐기물을 매립할 경우 톤당 20만 원 상당의 부담금을 부과하는데, 일본 화력발전소는 매립 부담금을 지불하는 대신 잔여 석탄재를 국내 시멘트업체에 톤당 5만 원을 주면서 넘긴다. 

반면 국내 화력발전소는 시멘트업체에 물류비와 처리비로 톤당 최대 3만 원을 지급하는데, 국내 석탄재 폐기물 매립 부담금은 1만 원 수준이다. 국내 시멘트업체와 화력발전소가 상호 거래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

그간 시멘트업계는 수입신고와 통관 시 자체 검사결과를 환경청에 보고해 석탄재를 들여왔다. 환경청이 직접 통관현장을 방문해 방사능과 중금속 시료를 채취 분석한 것은 분기별 1회에 그쳤다. 수입신고 시 공인기관의 방사능검사성적서와 중금속성분분석서를, 이후 통관 시에는 자체 방사선량 간이 측정 결과를 지방환경청에 제출했다. 이들이 제출한 중금속 검사 결과와 방사선량 측정 결과가 관리기준치 미만일 경우 석탄재 수입이 가능했다.

환경청이 수입 석탄재의 방사능 및 중금속 검사를 시작한 2009년 이후 관리기준치를 초과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수입 석탄재 하역항(동해·삼척·옥계·평택)을 관할하는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분기에 한 번씩 수입 석탄재 하역항에서 시료를 채취해 중금속 및 방사능 검사를 해왔다. 중금속 분석은 환경청 측정분석과에, 방사능검사는 원자력안전연구원에 의뢰하는데 2009년 2월 이후 지금까지 방사능과 중금속이 기준치를 넘어간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시멘트업계는 이번 조치를 사실상 ‘일본산 석탄재 수입 금지’로 보고 있다. 방사능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석탄재가 굳어 사용가치를 잃는다는 것.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방사능검사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나 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하는데, 이곳에 의뢰된 검사만 한 달에 수백 건이다. 통상 검사기간이 한 달 정도 되는데 그만큼 하역이 지연되면 석탄재는 굳어 물성을 잃고, 사용가치가 없어진다”며 “현재 석탄재를 수입하는 모든 시멘트 업체가 하역 시 방사선 검사를 해 환경청에 결과를 보내고 있다. 방사능이 반감기를 거쳐 나오는 게 방사선인데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건 일본산 석탄제를 들이지 말라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환경부가 대안으로 국내 석탄재 폐기물을 제시하는데, 시멘트업체에 넘기는 것보다 매립비용이 싸기 때문에 화력발전사가 손해를 감수하며 석탄재를 팔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매립 부담금을 높이면 발전사는 크게 반발할 것”며 “점토 광산을 개발하는 것 역시 환경 파괴와 비용 부담을 수반한다. 결과적으로 일본산 석탄재 128만 톤으로 만들어지는 약 2000만여 톤의 시멘트 생산 길이 막히게 될 것이다. 이는 국내 시멘트 연간 생산량의 40%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비즈한국’은 석탄재 수급 우려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담당 과장·사무관에게 유·무선으로 며칠간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연락드리겠다”는 말 외에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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