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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애플 음성비서 '시리'가 당신의 대화를 녹음한다

통화 내용 직원이 직접 듣고 기능 끌 수도 없어…애플 "식별률 높이려면 휴먼 터치 필요"

2019.08.05(Mon) 14:34:35

[비즈한국] 저는 IT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IT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덜한 편입니다. 그런 저도 스마트폰을 하다 보면 가끔 오싹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스마트폰에서 전혀 검색하지 않았던,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관심을 표현했던 정보와 딱 맞는 상품이나 정보를 SNS나 유튜브 등의 서비스가 추천할 때입니다. ‘내 정보를 IT 회사가 보고 있나’ 하는 음모론을 외치고 싶은 기분이 들 때도 있죠.

 

애플은 인공지능 음성 비서 ‘시리(Siri)’​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의 사적인 대화를 직원이 직접 들었다. 사진=애플 홈페이지

 

최근 이런 음모론의 일부가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7월 ‘가디언’​에서 애플 서비스의 뒷모습을 폭로한 건데요, 애플은 인공지능 음성 비서(AI Voice-assistant) ‘시리(Siri)’​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의 사적인 대화를 직원이 직접 듣고 확인했습니다. 여기에는 의사와의 미팅 등 의료정보, 가족 간 대화나 연인의 성관계 등 사적인 대화까지 모두 포함됐습니다.

 

시리 사생활 침해 스캔들을 다룬 뉴스 영상.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애플은 “‘​헤이 시리(Hey Siri)’라는 호출 명령어의 식별율을 높이기 위해 ‘휴먼 터치’​가 필요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불특정 인물의 목소리만 확인했고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지요. 사람이 검토한 녹음 파일은 전체의 1% 미만이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해명에도 여론이 돌아서지 않자, 애플은 조치를 취했습니다. 인공지능 음성 비서가 녹음한 목소리 파일을 당분간 사람이 검토하지 않기로 한 거지요. 아마존 또한 녹음 내용을 직원이 검토하지 않도록 정책을 바꿨습니다. 사생활 침해 논란에 정면으로 대응한 겁니다.

 

유독 보이스 어시스턴트 시장에서 애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의 ‘구글 어시트턴트’와는 달리 애플은 목소리 녹음 기능을 끌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리를 사용하면 모든 소리가 녹음됩니다. 보안이 강점으로 꼽혔던 애플의 신뢰성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 지점입니다. 애플은 향후 업데이트에서 녹음 중단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시리가 모든 걸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

 

모든 게 데이터화 되는 세상입니다. 많은 데이터를 IT 회사에 주면, 이를 분석해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내놓습니다. IT 회사는 사용자의 구매 데이터, 이동 데이터, 개인 취향 데이터 등으로 사용자 취향에 맞는 상품, 콘텐츠, 서비스 등을 주선합니다. 지금까지는 꽤 수지가 맞는 거래였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그 외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건강, 금융정보, 상품 구매 정보, 취향 등을 입력하고 있습니다.

 

IT 서비스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녹화하고 이를 분석해서 사용한다면 뭔가 개운치는 않을 듯합니다. 시리는 이미 의사와의 대화, 변호사와의 대화, 가족과의 대화, 연인끼리의 사과 등 사적이고, 어디에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 않는 내용을 녹음했고, 이를 타인에게 보여줬습니다. 어찌 보면 ‘디스토피아(dystopia·역유토피아)’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편리해진 세상 같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그 데이터를 우리가 ‘주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감시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개인 정보를 IT 회사가 관리하는 시대의 한 자화상, 시리 녹음 논란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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