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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자가 점유율'이 말해주지 않는 것

자가 점유율 낮은 강남과 1기 신도시, '미래가치' 따라 달리 해석해야

2019.07.29(Mon) 17:48:40

[비즈한국] 독자로부터 자가 점유율과 투자 적격 여부 관련 질문을 받았다. 요지는 이렇다.

 

Q. 서울을 ‘자가 점유율이 40%대로 타 지자체 대비 매우 낮아 투자자의 관심이 많은 도시’라 언급한 걸 봤다. 서울은 자가 점유율이 낮은 만큼 임차 세대(전세·월세)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도시가 된다. 아파트 시세가 높아 자가가 아닌 전월세로 거주하는 세대가 많다. 결국 실거주 수요자(전월세 거주자)가 많은 시장이니 투자자 비중은 적을 거라 생각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이 어떠한가. 

 

예리하면서 명쾌한 질문이다. 자가 점유율의 의미를 정리해보자. 자가 점유율에서도 입지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입지에 따라 자가 점유율의 의미가 다르다. 크게 보면 서울과 비서울이 다르고, 작게 보면 강남과 비강남이 차이가 난다. 

 

통계 수치를 제시하진 않겠다. 왜냐하면 통계 수치로는 입지별 자가 점유율 분석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같은 통계 수치라도 실제 거주 세대를 만나 개별 이야기를 모두 들어봐야 한다.

 

자가 점유율이 낮다고 해서 투자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준공 25년 차 이상의 아파트 단지가 많은 두 개 지역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곳은 강남구 대치동, 다른 한 곳은 1기 신도시 중 하나다. 두 단지 모두 자가 점유율은 35%로 낮다. 65%는 임차 세대다. 두 단지의 자가 점유율이 낮은 이유가 동일할까? 

 

수치만 봐서는 차이점을 구분하기 어렵다. 여기에 전세가율을 추가해보자. 대치동 단지는 전세가율이 45%다. 1기 신도시 단지는 80%다. 전세가율은 큰 차이가 있다. 

 

자가 점유율이 50%가 안 되는 단지는 투자자가 많은 단지이자, 실수요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질문을 보낸 독자는 서울 실거주를 원하는 사람이 많지만 아파트 시세가 너무 높아 자가 점유율이 낮다고 이야기했다. 표면적 의미만 따져보면 맞다. 하지만 그 표면적 의미만으로는 완벽한 해석이 어렵다. 

 

앞서 가정한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크지 않을 정도로 아파트 시세가 낮지만 자가 점유율이 낮다. 이유는 투자자의 심리에서 찾을 수 있다. 각각의 단지에 왜 투자를 했을까를 생각해보자. 

 

월세든 전세든 세입자를 둔 주택을 소유한다는 건 투자 목적이다. 투자란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다. 전세라면 시세 차익이, 월세라면 월세 수익이 주목적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대부분의 아파트는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한다. 매수 가격보다 매도 시점의 가격이 상승하길 기대한다. 준공 25년이 넘은 대치동 단지의 10년 후 가치와 1기 신도시 단지의 10년 후 가치를 비교했을 때 어떤 아파트에 투자를 해야 할까?

 

자가 점유율이 낮다는 건 두 가지 상반된 의미가 있다. 첫째, 단기적 거주 목적일 뿐 중장기 거주는 하고 싶지 않다는 것. 즉 미래가치가 불분명해 자기가 거주하고 싶진 않다는 의미다. 둘째는 반대다. 내가 당장 거주하기에는 적당치 않지만 미래가치는 거의 확실하다고 바라볼 수도 있다.

 

서울은 두 번째 의미에 해당되는 지역이 상대적으로 많고, 비서울은 첫 번째 의미에 해당되는 지역이 많다. 강남은 두 번째 의미에 해당되는 지역이, 비강남은 첫 번째 의미에 해당되는 지역이 많다.

 

자가 점유율은 미래가치에 따라 달리 해석해야 한다. 자가 점유율이 낮고(전·​월세 비중이 높고)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높으면, 실수요는 많지만 매입할 만큼 미래가치가 높지 않다는 뜻이다. 자가 점유율이 낮고 전세가율이 낮으면, 실수요도 많고 미래가치도 높다는 뜻이다. 

 

특히 신축이 아니라 기존 아파트의 자가 점유율​이 낮은 곳은 확정된 미래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낡아서 거주 편의성이 낮지만 매매가는 높이 형성된 경우다. 자가 점유율​에는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 등이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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