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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애니·뮤지컬·실사, 영화 '라이온 킹' 음악 비교

'팝'적이고 '백인 음악'스러운 노래에서 진짜 흑인 음악으로

2019.07.29(Mon) 15:28:03

[비즈한국] 디즈니에서 또 뮤지컬 영화를 내놨습니다. 이번에는 ‘라이온 킹’의 실사영화 리메이크입니다. 이전에 나왔던 실사영화 리메이크 ‘알라딘’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해 이번 작품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졌는데요. 

 

일단 관객평은 알라딘보다는 미묘한 듯합니다. 지나치게 리얼한 화면이 오히려 적절하게 변형된 애니메이션보다 보기 좋지 않다는 평도 있고, 알라딘에 비해 재해석이 적어 지루했다는 평도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흥행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말이죠.

 

알라딘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 변화가 적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꿀 여지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라이온 킹 음악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유독 큰 사랑을 받아왔기에, 넣고 뺄 음악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오늘은 다양한 버전의 라이온 킹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영화 ‘라이온 킹’ 스틸컷. 사진=디즈니


처음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기획은 간단했습니다. 엘튼 존(Elton John)의 음악이 흐르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새끼 사자가 삼촌의 음모로 아버지 살인 누명을 쓰고 도망갔다 돌아와서 복수하는 이야기였죠. 이미 초기부터 ‘엘튼 존의 음악’이 핵심이었던 셈입니다.

 

라이온 킹 전에 디즈니와 함께 알라딘을 만든 작곡가 알란 멘켄(Alan Menken)과 작사가 팀 라이스(Tim Rice). 라이온 킹에서 디즈니는 일정 관계로 팀 라이스하고만 재계약합니다. 처음에 팀 라이스는 아프리카 음악을 만드는 적임자로 아바를 추천했지만, 이들이 다른 뮤지컬 제작 중인 관계로 엘튼 존이 대타로 투입됐습니다.

 

1994년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 나온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이트(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엘튼 존과 팀 라이스는 다섯 곡을 작곡했습니다.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 ‘아이 저스트 캔트 웨이트 투 비 킹(I Just Can’​t Wait to Be King)’, ‘비 프리페어드(Be Prepared)’,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이트(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지금까지 라이온 킹을 상징한 명곡이죠. 이 중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이트는 엘튼 존이 직접 불러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의 사운드트랙은 지금까지 가장 주목받는 영화 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Hans Zimmer)가 맡았습니다. 라이온 킹 사운드트랙은 1000만 장이 판매돼 역사상 가장 성공한 애니메이션 음악 앨범이 됐죠.

 

너무나도 큰 음악의 성공에 고무된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이 나온 지 3년 뒤인 1997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발표합니다. 이전에 라이온 킹은 음악은 아프리카 음악임에도 주연배우 대다수가 백인이었습니다. 음악의 작곡가와 작사가도 백인이었죠. 뮤지컬에서는 파격적으로 모든 배우를 흑인으로 기용해 아프리카 분위기를 극도로 끌어올렸습니다. 무대 세트도 아프리카 느낌을 최대한 살렸지요.

 

브로드웨이 뮤지컬 버전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

 

뮤지컬 버전에서는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많은 곡을 추가했습니다. 영화와 달리 끊임없이 노래가 흘러나와야 하니까요. 신하인 새 ‘자주’가 왕에게 아프리카의 대소사를 보고하는 ‘더 모닝 리포트(The Morning Report)’, 그리고 심바의 삼촌 ‘스카’가 심바의 옛 친구 ‘날라’를 유혹하는 ‘더 매드니스 오브 더 킹 스카(The Madness of King Scar)’ 등이 추가되었지요. 

 

보컬도 달라졌습니다. 기존에는 팝 음악에 아프리카 리듬을 더하는 수준이었다면,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는 진짜 흑인 뮤지컬 배우가 직접 보컬 역량을 뽐냈습니다. 라이온 킹 뮤지컬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수여하는 연극상 토니 어워즈(Tony Awards)에서 ‘올해의 뮤지컬 상’을 받는 한편 역사상 가장 많은 수입을 거둔 뮤지컬에도 이름을 올립니다.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거대한 성공을 거둔 뮤지컬이 됐습니다.

 

그리고 2019년, 아이들은 여전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보고, 브로드웨이에서 절찬리에 라이온 킹 뮤지컬이 올라오는 시점에 실사 영화가 나왔습니다. 디즈니 뮤지컬 음악도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때 음악적으로 무엇을 새로 보여줄 수 있을까요?

 

디즈니는 중도를 택했습니다. 영화는 기존의 매력적인 음악을 최대한 변형 없이 보여줍니다. 영화 몇몇 장면에서 뮤지컬에만 있던 ‘모닝 리포트(Morning Report)’를 넣거나,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를 여성이 부르는 등 뮤지컬에 있던 느낌을 조금 살린 게 전부지요. 워낙 넣어야 할 명곡이 많아 신곡은 비욘세의 ‘스피리트(Spirit)’ 한 곡 정도만 추가했습니다. (비욘세는 영화 라이온 킹에서 영감을 받아 아프리카 뮤지션들과 협업해 따로 ‘더 기프트(The Gift)’라는 앨범을 내기도 했습니다. 영화 ‘블랙팬서’와 비슷한 마케팅 전략입니다.)

 

2019년 영화 ‘라이온 킹’에 나온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재해석이 부족한 대신 영화는 스케일과 스타로 승부했습니다. 현재 가장 뜨거운 래퍼이자 배우인 차일디쉬 감비노(Childish Gambino)를 심바에, 최고의 디바 비욘세를 날라에 기용해 압도적인 스타 파워로 노래를 리메이크 한 거지요. 스타 가수가 다시 부르는 라이온 킹의 명곡은 대단합니다.

 

다만 신선함을 주기엔 한계가 있었던 듯합니다. 신곡 ‘스피리트(Spirit)’는 다른 곡과 유기적으로 연결됐다고 보기 어렵고, 알라딘의 ‘스피치리스(Speechless)’와는 달리 극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근본적으로 라이온 킹은 너무 완성도가 높고, 너무 많은 곡이 나왔던 뮤지컬이라 역설적으로 재발견하거나 재해석할 ‘여지’가 부족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대단해서 바꿀 여지가 없어서 아쉬웠다는 말은 그만큼 원작의 힘이 굉장했다는 뜻도 되겠지요. 아쉬운 이야기를 했지만 이번 영화에선 음악이 새롭게 재해석돼 충분한 매력이 있습니다. 

 

가장 팝적이고 ‘백인 음악스러운’ 애니메이션 노래, 흑인 뮤지컬 배우를 고용해 아프리카 음악의 특성이 강조된 뮤지컬, 그리고 흑인 스타 가수를 기용한 영화까지.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3개 버전의 라이온 킹을 비교해보는 일 또한 즐길 거리가 될 겁니다. 서로 다른 매력의 애니메이션, 뮤지컬, 그리고 영화 라이온 킹의 음악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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