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글로벌

'CPTPP 외통수'로 한국 밟고 입지 강화? 아베 뜻대로 될까

일본 주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하려면 징용배상 철회, 안하면 적성국 압박 가능성

2019.07.26(Fri) 18:34:20

[비즈한국] 올 것이 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 한국 수출 규제에 더해 8월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화이트 리스트 배제는 일본이 더 이상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우호국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일본 내부에서도 경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일본 정부가 경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초강수를 두는 진짜 이유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일본 학자들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에서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아베 신조 총리의 셈법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경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초강수를 두는 진짜 이유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다. 지난 21일 총선 직후 당선자들의 이름에 빨간 장미 마크를 붙이는 아베 총리. 사진=EPA/연합뉴스


일본이 한국을 압박하는 표면적 이유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미쓰비시중공업 등의 한국 내 자산을 동결하려 하자, 일본 국내에서는 외국 정부가 자국 민간 기업 자산을 몰수하려 한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아베 총리가 이런 여론을 21일 참의원 선거를 위해 이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야권이 붕괴돼 군소정당이 난립하는 현재 일본의 정치 지형을 볼 때 한국 이슈가 없었어도 자민당이 무난히 승리했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와 관련해 지한파인 한 일본인 교수는 “일본의 한국 압박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동북아 균형자 역할 강화 등 ‘강한 일본’을 정책 슬로건을 내건 아베 총리의 밑그림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매개로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자처하는 한국을 밀어내고 미·중 관계의 키맨 역할을 하려한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가 단순히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국제정세의 큰 흐름에 따른 행동이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지난해 미국이 전략물자 수출 관리 규정을 정하는 한편 일본 등 동맹국을 여기 끌어들였다. 중국의 기술 발전을 막는 것이 목적”이라며 “미국과 안보 전략을 공유하고 있는 일본은 자국의 전략 자산이 한국을 통해 북한·중국 등지로 흘러들어갔음을 선전함으로써 국제적 피아식별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과 중국 봉쇄 전략,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세계적 조류로 확산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무역기구(WTO) 등 기존 국제기구는 미국 등의 반발에 붕괴될 조짐이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과 일본이 주축이 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경제권역별로 헤쳐 모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USMCA는 회원국이 중국 등 비시장경제국가와 거래할 경우 파기되는 등 최근 협정은 배타성을 밑바닥에 깔고 있다. 이에 중국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어느 협정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올 초 CPTPP 가입을 검토했으나, 일본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일본은 한국을 미·일의 전략 물자를 북·중으로 유통한 나라로 지목함으로써 한국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러시아가 한반도 영공에 정찰기를 띄우고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쏘는 등의 군사 도발은 한국에 대한 북·중·러의 러브콜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을 압박함으로써 일본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입지 강화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의 경제보복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대형 욱일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한국을 압박함으로써 일본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입지 강화다. ‘잃어버린 20년’을 거친 뒤 일본은 경제 후퇴와 더불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축소됐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지위를 중국에 내줬고, 국제회의 협상장에서의 입김도 약해졌다. 이에 국제적 갈등 관계가 커지는 점을 이용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동북아 균형을 지키는 중재자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일본이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한 것도 이 일환이다. 일본은 그간 해외 문제에는 간섭하지 않았으나 올 들어 미국과 이란 간 관계를 개선하겠다며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남북 관계 개선을 두고 미국과 직접 외교를 펼치는 일이 많아졌다. 일본의 역할론이 점차 떨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견제에 나선 측면도 있다. 

 

때마침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을 봉합하고 이란 문제로 전선을 옮기며 시기적으로도 일본이 행동에 나서기 좋아졌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외교·군사 활동을 펼칠 때 ‘1과 2분의 1’ 전략을 취한다. 전선이 두 개라면 하나는 동맹국과 공동으로 관리하고, 나머지 하나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까지는 2전선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세계화로 관리할 지역이 넓어지고 냉전 이후 평화체제가 시작되며 홀로 두 개의 전선을 관리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이에 미국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인 이란에 집중하는 한편, 동북아는 일본이 활동하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은 한국의 CPTPP 가입 조건으로 징용배상권 문제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이 CPTPP에 들어가려면 입장을 번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만약에 이 협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일본을 한국을 적성국으로 몰아 외교적 압박을 할 것이다. 미국을 엎고 동북아에서 자국 중심 외교를 펼치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신동빈 '좋은 일 하는 기업' 강조, 롯데 CSR의 현주소
· 3분기 '재정절벽' 가능성, 추경은요?
· [멋진신세계] '최고는 일제밖에 없다고?' 대체 가능한 전자제품 리스트
· 30대재벌, 그'집'이 알고싶다 ③ CJ·두산·부영·LS·대림·미래에셋·현백·효성·한투·영풍
· '급감 vs 만석' 분분, 일본 여행 안 가기 효과의 진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