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일주일 "관심만으로도 의미"라지만…

기존 근로감독관 중 167명 '전담' 지정, 기존 업무에 일 더 추가된 셈이라 '우려'도

2019.07.24(Wed) 15:01:56

[비즈한국] 아시아 최초로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뿌리 깊은 갑질 문화를 근절할 수 있는 움직임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행 초기인 만큼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전담 근로감독관을 둠으로써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안착에 힘쓰겠다고 밝혔는데, 전문가들은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후 22일까지 고용노동부로 접수된 괴롭힘 신고는 총 63건.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에는 평균 제보 건수가 1.7배가량 늘었다. 연출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이종현 기자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의미 있는 움직임…사례 쌓여야 효과 나타날 것 

 

고용부에 따르면 22일까지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총 63건이다.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과 관계자는 “신고 접수부터 시작해 사업장 지도까지 완료하는 데 보통 2~3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접수된 신고 내용을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일주일간의 평균 제보 건수가 1.7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법 시행 이전에는 평균 28.3%를 차지하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제보가 최근 일주일 내 61.8%로 증가했다.  

 

오진호 직장갑질 119 총괄 스태프는 “법 시행 이후 평일 평균 110건의 제보 중 괴롭힘 제보가 68건을 차지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민하던 사람들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관심을 갖고 나서는 모습”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시행은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송진원 트러스트원 컨설팅 대표노무사 역시 “법 시행 일주일이 지난 현재, 제보 및 신고 건수가 상당히 많아졌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직장 내 수직적 관계, 즉 권력을 이용한 갑질이 법 위반임을 인지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물론 가해자 처벌 규정이나 교육 의무 등이 빠져 있고,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등은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시행 초기임을 감안해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송진원 노무사는 “충분한 사례가 쌓여야 한다. 괴롭힘의 인과관계는 개인이 느낀 감정, 상황에 따른 여러 가지 수직적 역학관계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으로 명확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현재 상황별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모든 사례를 아우르기에는 부족하다. 충분한 사례가 쌓이고 이를 통해 다양한 상황별 기준을 구체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괴롭힘 전담 근로감독관을 배치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안착을 위해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한 집회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 괴롭힘 전담 근로감독관 배치 “지금도 업무 과중, 얼마나 신경 쓸지”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안착을 위해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근로감독관’ 제도다. 고용부는 17일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방노동관서에 총 167명의 전담 근로감독관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다만, 신규 선발이 아닌 기존 근로감독관의 일부를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근로감독관으로 지정했다.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과 관계자는 “관사별로 기본 2명을 선발하도록 했고 기관장 판단하에 최대 5명까지 전담 근로감독관을 두도록 했다. 현재 167명의 전담 근로감독관이 모두 배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는 전담 근로감독관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처리가 수월할 걸로 예상하지만 노동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167명의 인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오진호 총괄스태프는 “현재 근로감독관 1인이 떠안고 있는 사건이 100건이 넘는 걸로 알고 있다. 지방노동관서별로 괴롭힘 전담 근로감독관을 배치하기로는 했지만 업무가 과중하다 보니 이들이 괴롬힘 신고 처리를 얼마나 꼼꼼하게 신경 쓸지 의구심이 든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 6월 직장갑질 119가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노노모) 소속 노무사 61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근로감독관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5.4%를 차지했다. 근로감독관의 사건 처리가 느리고 관료적이며 합의를 종용한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는 근로감독관의 과다한 업무량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고용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활동 중인 근로감독관은 1616명으로 집계됐다. 1600여 명의 근로감독관이 전체 사업장의 관리를 담당해야 한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근로감독관 1인이 맡는 업무량이 너무 많다. 지난해 근로감독관을 통해 1인당 사업장이 1300개 수준이란 얘길 들었다. 근로감독관의 업무 과중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업무 과중이 심각하다 보니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근로감독관이 해당 업무만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기존의 근로감독관이 하던 업무에 괴롭힘 신고 처리 업무가 추가됐을 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전담이라고 해서 괴롭힘 관련 업무만 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업무도 함께 처리하지만 괴롭힘 관련 업무를 우선순위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점규 운영위원은 “체불 임금 관련 문제가 가장 많고, 대부분의 근로감독관이 이를 해결하느라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괴롭힘 사건 처리를 167명의 근로감독관이 모두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근로감독관의 충원이 절실하고, 여건상 어렵다면 명예근로감독관(노무사, 변호사 등) 제도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도 근로감독관의 업무 과중을 인지하지만 별다른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고용부 근로감독기획과 관계자는 “근로감독관 사이에서 업무 과중에 대한 불만이 있고, 그런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충원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현재 인원에 관한 부분은 협의 중인 단계”라고 전했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핫클릭]

· [단독] 최순실, 평창 '박근혜 아방궁' 터 팔았다
· [핫 CEO] 면세점 상승세 업고 광폭 행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100억 카카오뱅크 5% 특판예금 1초 만에 완판, 그게 가능해?
· 1조 원 쏟아부어도 청년창업은 제자리, 왜?
· 36개 공기업 남녀 평균임금 비교 '여성상위' 조폐공사 단 한 곳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