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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후추, 커피, 흑당…유행은 예측 가능할까

유행의 예측·창출·통제 어려워…변화의 흐름에 잘 적응하는 곳이 성공

2019.07.23(Tue) 15:35:03

[비즈한국] “다음 유행은 무엇인가요?” “다음 유행을 예측할 수 있나요?” 

 

가끔씩 이런 질문을 받는다. 상당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우선 해당 업에서도 아주 첨단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다음 유행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모든 예측이 그렇듯이 유행에 대한 예측도 매우 쉽게 틀린다. 두 번째로 유행의 발생 메커니즘은 그 크기와 지속가능성을 예상하기 어렵다. 이것이 쉽다면, 돈 버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아도 유행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며, 유행을 통제하고 다음으로 옮겨가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16세기 무역로 개척의 시대에 승자가 된 국가는 단연 포르투갈과 스페인이다.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예상치도 못하게 은광을 발견하고 개발해 부를 얻었다면, 무역로 개척이란 본연의 목적을 잘 달성한 곳은 포르투갈이었다. 포르투갈은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이어지는 무역로를 개척했고 이를 통해 후추 무역으로 부를 누렸다.

 

유행을 예측할 수 있다면 훌륭한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매우 어렵다. 요즘 최고의 유행 아이템인 흑당 음료를 마시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과거부터 인기가 높았던 후추는 당대 최고의 무역 아이템이었고, 들여오는 족족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최고의 유행품이었다. 그렇기에 후추를 노린 포르투갈의 개척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단지 무역로 유지에 필요한 인력을 감당하기엔 포르투갈의 인구가 너무 적었고, 후추 생산지가 너무 많아서 무역을 독점할 수 없었을 뿐이다.

 

이 빈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는 포르투갈이 장악한 인도 방면 항로를 피해 아프리카에서 지금의 인도네시아로 직행하는 무역로를 개척한다. 네덜란드가 통제한 말루쿠 제도는 후추뿐만 아니라 다양한 향신료가 생산되는 곳으로 ‘향료 제도’란 별칭으로 불렸다. 그 중에서도 말루쿠해 북쪽에 위치한 반다섬과 그 주변 부속 섬은 당시 유럽에서 매우 귀한 육두구와 메이스가 생산되는 유일한 지역이었다.

 

네덜란드는 이 지역의 통제를 통해 후추와 달리 고급 향신료 시장을 독점할 수 있음을 깨달았고, 공급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유럽에서 고급 향신료 유행이 오래 지속되도록 노력했다. 17~18세기 네덜란드의 전성기는 바로 이 향신료에서 비롯되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네덜란드가 이렇게 애를 쓰고 관리하고자 했어도 유행을 지속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다음 유행을 선도하는 데도 실패했다.

 

향료 다음으로 유행을 주도한 것은 기호식품 등과 같은 보편상품이었다. 커피, 차, 그리고 면화는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상품이었다. 이 보편상품의 유행에서 가장 득을 크게 본 승리자는 영국이었다. 네덜란드가 딱히 육두구에 대한 열광을 예측한 것이 아닌 것처럼 영국 또한 소비자들의 유행을 예측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 순간에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상품의 공급을 늘리고자 애썼고 그로 인해 큰 수익을 냈다.

 

유행을 예측할 수 있다면 훌륭한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다음 주 로또 당첨 번호를 미리 알 수 있다면 1등에 당첨될 수 있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매우 불확실하며 조건이 약간만 바뀌어도 크게 벗어나는 경우가 흔하다.

 

역사를 보아도 여러 기업들을 살펴보아도 유행이나 트렌드에서 큰 혜택을 본 곳들은 유행을 직접 창출하거나 예측하기보단 흐름에 잘 적응한 경우가 많다. 예측은 틀리기도 쉽고 틀렸을 때 큰 타격을 입지만, 변화에 대한 적응은 적어도 그 선택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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