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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임대료 감면이 '당근'이 될 수 없는 이유

상권 하락이 일시적일 때 효과…경쟁 심할수록 더 적극적인 대처 필요

2019.07.09(Tue) 17:37:43

[비즈한국] 한 번 오른 상가 건물의 임대료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임대료는 건물 가격과 연결돼 있다. 상업용 건물의 가격은 기대되는 임대료 수익이 영향을 미치기에 임대료를 인하하는 것은 건물의 가격 하락과 연결되는 행동이다. 그리고 하나의 명목 임대료를 인하할 경우 관련된 다른 계약들 또한 영향을 받기에 임대료는 섣불리 내리기 어렵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나치게 경직된 임대료 상한선이다. 현재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매년 올릴 수 있는 임대료 상한을 5%로 정해두었다. 이 때문에 임대료의 인하를 결정하고 그 낙폭이 크다면 향후 10년간은 초기에 계약한 임대료에 따라 임대료 총수익이 결정된다. 임대료 인하로 상권이 살아나는 것을 가정할 경우, 지역 임대인들이 공동으로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인하한다면 끝까지 내리지 않고 버티는 쪽이 가장 큰 이득을 보게 된다. 협력하지 않는 쪽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이런 구조로 인해 소수라도 협력을 하지 않는다면 공동 대응은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명목 임대료를 낮추는 대신 일정 기간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상가들이 늘었다. 지난해 5월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무권리’ 임대 상가들. 사진=비즈한국DB

 

이런 이유로 인해 임대료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 하방경직성을 띤다. 물론 이것은 명목 임대료의 이야기다. 실제로는 임대인들이 몇 개월치 임대료를 감면하는 등 실질적인 임대료를 조정하기도 한다. 명목 임대료는 손대기 쉽지 않지만, 실질 임대료는 여러 가지 다른 조건을 활용해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 임대료를 조정하는 방식을 취하면 명목 임대료를 조정하지 않고도 임대료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명목 임대료를 조정할 때 발생하는 신호(시그널)로서의 측면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명목 임대료의 고정 상황에서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명목 임대료 자체가 시그널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임차인이 있으나 대부분은 한자리에서 오래 영업하는 것을 가정하고 임차 계약을 맺기 마련이다. 따라서 감면 등을 통한 실질 임대료의 하락은 임차인을 유인하는 역할을 하지만 명목 임대료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장기 영업을 가정하는 임차인에게 여전히 제1 고려대상은 명목 임대료가 될 수밖에 없다. 즉, 초기에 임대료 감면 등으로 혜택을 제시해도 임차인들은 그 이후의 임대료가 수익을 내기에 적절한 수준인지를 고려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실질 임대료의 조정은 그 지역의 하락이 일시적일 때 양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임차인 입장에선 수익이 잘 나지 않는 초기에 고정 비용의 상당 부분을 절감하며 가게를 운영하다가 이후 지역과 경기가 살아나면 임대료가 원상 복귀되어도 그것을 충분히 감당할 만큼 상권의 수혜를 입을 수 있기에 임차인과 임대인 양쪽에게 모두 득이 되는 선택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의 하락이 일시적이지 않다고 예상될수록,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임차인의 시점에서는 실질 임대료 하락이라는 당근은 그 매력도가 떨어진다.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과 신사동 일대가 예전만 못하다 해도 타 지역에서 잘되던 레스토랑이나 점포들이 이곳으로 종종 이전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압구정동과 신사동 일대는 비록 그 고점에 비해서는 다소 하락했지만, 상권의 펀더멘털이 다른 지역보다는 좋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에서는 실질 임대료 하락이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펀더멘털이 약하거나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 예상되는 지역은 임차인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진입을 주저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실질 임대료 인하는 다소 소극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엔 실질 임대료 인하와 더불어 지역 차원에서 유동인구를 늘리고 활기를 불어넣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 또한 좋은 방안이 된다. 서울 신촌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대학가란 입지조건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획으로 상권의 새 방향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가 된다.

 

이제는 상권 간에도 경쟁이 벌어지는 시대이다. 실질 임대료 인하는 소극적인 대처 방식이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과거보다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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