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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취소는 시작일 뿐, 추락하는 '인보사' 날개가 없다

코오롱생명과학 행정소송 택했지만 '부활' 어려워…환자소송, 연구개발비 환수 등 '첩첩산중'

2019.07.03(Wed) 16:08:41

[비즈한국]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가 결국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9일자로 취소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인보사는 국내 최초 유전자 치료제라는 점에서 대내외적으로 높은 주목을 받은 제29호 국산 신약이다. 

 

식약처가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를 확정한 결정적 이유는 인보사 허가 당시와 세포의 성분이 달랐기 때문이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원료의약품의 변경 등록이나 변경 보고를 하지 않은 경우 의약품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통은 식약처가 허가 취소 처분을 내리기 전 제약사가 자진해서 의약품 허가 취하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인보사가 유일하다.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라 자진 취하를 하기는 어려웠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식약처가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를 최종 결정하면서 국내 최초 유전자 치료제는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됐다. 충북 오송의 식약처 본부. 사진=연합뉴스


#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를 살리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행정소송을 통해 품목허가 취소 결정을 아예 뒤집거나, 품목허가 재신청을 하는 방법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가처분신청을 통해 인보사 허가 취소를 우선적으로 중단하고 행정소송을 하는 방법을 택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행정소송 제기를 통해 품목허가 취소 처분이 과연 적법한지 법원의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 결정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앞서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허가를 받을 때 제약사에서 유래성분, 독성, 임상시험 등에 대한 9가지 정도의 자료를 제출한다. 지금은 유래성분에 대한 설명이 허위로 드러나 허가가 취소됐다. 소송에 들어가면 법원에서 다른 자료들의 허위 여부까지 검토하며 품목허가 취소 사유가 상당한지를 판단한다”며 “지금까지 식약처 조사를 통해 제출한 자료 상당부분이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기에 품목허가 취소가 그대로 유지될 듯하다”고 의견을 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품목허가 재신청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약사법에 따라 품목허가가 취소된 의약품의 경우 향후 1년간 해당 의약품과 동일 성분으로 품목허가 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포 성분이 다른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려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임상시험부터 다시 거쳐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소 3~4년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산 넘어 산’ 코오롱생명과학…제약사 자격 없다 성토

 

품목허가 취소는 시작에 불과하다. 코오롱생명과학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직 많이 남았다. 우선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의 공동소송이 진행 중이다. 다만 인보사 품목허가 최종 취소 결정이 승패를 좌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담당하는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오늘 내일 중으로 환자 516명이 2차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며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가 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은 있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주장하는 정신적·신체적 피해가 인보사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넘어야 할 관문은 아직 많이 남았다. 경기도 과천의 코오롱 본사. 사진=박은숙 기자


미국에서의 인보사 임상시험 재개도 또 다른 숙제다. 지난 5월 인보사의 주성분이 다르다는 것이 알려지며 미국 임상3상이 중단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 재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보사를 허가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의 한 약학대학 교수는 “우리나라의 인보사 허가 취소와 FDA 임상 재개는 별개 문제다. 미국이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판단하면 임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하려 하고 있다. 소송가액이 수조 원에 달할 텐데 그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임상시험을 재개하려 할까”라고 반문했다.​

 

정부가 코오롱생명과학에 지원한 연구개발(R&D)비 환수작업에 돌입한 상황도 코오롱생명과학에게는 적잖은 부담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오롱생명과학 주도로 진행되는 장기추적조사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5월 800억 원을 투입해 인보사를 투여한 모든 환자에게 15년간 장기추적을 하겠다고 밝혔다(관련기사 "15년간 전수 추적"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약속'의 허점).

 

이를 두고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지난 5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어떻게 해서든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며 “​검사를 하면 우리 약으로 암이 걸렸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의료기관에서 감정을 해도 밝혀내기 어려운 부분인데 이런 기술이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

 

한편 전문가들은 몇 달간 지속된 ‘인보사 사태’를 볼 때 코오롱생명과학은 아예 제약사로서 자격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제약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세포의 성분이 다르다는 점을 몰랐다는 변명은 실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말과 동일하다”​며 “세포의 성분이 달라 국민의 위해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면 제약사가 나서서 해당 의약품을 포기하고 임상시험을 처음부터 다시 거치겠다고 말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은 “고의성이 없었고 약의 안전성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해서 내놓고 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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