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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막혔는데 당첨 기준은 비현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배신

맞벌이 실수령액 월 648만 원 넘으면 안 돼…전문가 "물가 상승분, 만혼 추세 반영해야"

2019.06.27(Thu) 17:04:27

[비즈한국]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무주택 신혼부부가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일반 공급과의 청약 경쟁 없이 별도 분양받을 수 있는 제도다. ‘청약 경쟁 없이 별도 분양’이라는 말만 들으면 신혼부부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큰 듯 여겨지지만 특별공급 혜택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6월 초 분양을 앞둔 서울의 한 아파트에 신혼부부 특별공급 관련 상담을 의뢰했다. 상담사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쟁률도 매우 높아 당첨이 쉽지 않다. 자녀가 없는 경우라면 당첨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소득 기준을 맞추는 게 까다롭고, 소득이 맞다 해도 지역 내 신혼부부가 1순위다. 경기도 등 타 지역 거주 중이라면 당첨 확률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 기준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 둘이 합쳐 연봉 7600만 원 이상이면 ‘우선공급’ 신청 불가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혼인 신고일 기준 7년 이내, 세대원 전원 무주택자,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 가입 등이 필수다. 여기에 부부 합산 소득 기준 또한 꼼꼼히 살펴야 한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 75%를 차지하는 ‘우선공급’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 평균소득의 100%(맞벌이 120%) 이하일 경우에만 신청 가능하다. 2018년 3인 이하 가구당 평균소득은 세전 540만 1814원(맞벌이 648만 2177원)이다. 연봉으로 계산할 경우 외벌이는 약 6500만 원, 맞벌이는 약 7600만 원 이상이면 신혼부부 우선공급 신청이 불가하다. 

 

소득이 좀 더 많다면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의 25%인 ‘일반공급’으로 신청해야 한다. 소득 기준은 우선공급보다 다소 완화된 120%(맞벌이 130%)다. 하지만 공급 물량이 많지 않아 당첨 확률이 높지 않다.  

 

일부 신혼부부는 특별공급의 소득 기준에 불만을 표한다. 특히 맞벌이 소득 기준이 까다로워 신청 자격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혼 2년 차인 엄 아무개 씨는 “부부 연봉이 8000만 원을 넘지만 실수령액은 적어 월 500만 원 초반대다. 연봉 조건이 높다는 이유로 신혼부부 청약은 넣을 수도 없다. 결혼 2년 차인데 집 마련하는 게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결혼 4년차 최 아무개 씨도 “신혼부부 청약은 조건이 안 돼 한 번도 넣지 못했다. 4년간 일반 청약은 당첨되지도 않았고, 아이도 생겨 집 장만이 시급해져 결국 경기도의 아파트 분양권을 매매했다”면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나마 경기도로 이사해 아파트를 살 수 있었지, 서울에서는 꿈도 꿀 수 없다”고 토로했다. 

 

만혼이 늘고 있는 만큼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 만혼 늘어나는 추세, 현실적 신혼부부 평균 소득 조사 필요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중 직원 평균급여를 모두 공개한 27개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인당 평균 연봉은 9115만 7000원으로 집계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64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졸 신입사원 초임연봉은 평균 3233만 원이다. 대기업은 3576만 원, 중견기업은 3377만 원, 중소기업은 2747만 원 등으로 나타났다.

 

신입사원 평균 연령(남성 29.2세, 여성 27.9세)과 평균 초혼 연령(남성 33.2세, 여성 30.4세)을 고려하면 보통 입사 3~4년 후 결혼한다고 예상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부부 합산 소득이 7600만 원을 넘기기는 어렵지 않다. 

 

최근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부부 합산 연봉 7600만 원의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 보인다. 한국노총이 1월 발표한 ‘2019년 한국노총 표준생계비 산출 결과’에 따르면 2인 가구의 표준생계비는 월 394만 6115원으로 산출됐다. 한 달 생활비가 400만 원 가까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부부 합산 연봉이 7600만 원이라도 실제 수령액은 550만 원가량임을 감안하면 생활비를 제외한 금액을 저축해 부부가 서울 및 수도권에 집을 마련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결혼 3년차 이 아무개 씨는 “연봉은 개인의 노력이고 자산은 부모에게 상속받은 재산 아닌가. 연봉으로 나타난 숫자만 보고 집 장만 기회를 결정한다는 정책에 허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직방의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정부는 기준 소득 이상의 가구는 특별공급이 아니더라도 집을 구입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은 부채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내 집 마련을 하게끔 하려는 방향인데 이를 위해서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기준에 대한 재설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만혼도 늘고 있는 만큼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신혼부부 평균 소득 파악에 연구 용역을 수행해 현실적 소득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상향 조정을 검토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특별공급은 저출산 극복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출산율 재고를 위해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등을 위한 특별공급이 확대되었다. 저소득층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집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마련된 정책인 만큼 더 많은 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 공급은 통상 사회배려자 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저출산 극복이 문제가 되는 만큼 신혼부부도 배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특별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 제한에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주택 공급규칙에 따라 정해진 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변경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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