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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Lab] 그 많던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은 왜 사라졌을까

고객 니즈 고려 없이 유행 따라 우후죽순…시장, 기술, 데이터 3박자 갖춰야 성공

2019.06.20(Thu) 09:54:57

[비즈한국] 2015년 인간을 이긴 알파고의 충격적인 승리 이후 많은 스타트업이 ‘인공지능 기술 기반 기업’을 표방하며 등장했다. ‘인공지능 기술로 ○○을 혁신하겠다’는 문장에서 ○○ 자리에 아무 단어나 넣어도 될 정도로, 인공지능 스타트업은 우후죽순 생겨났고 투자 역시 쉽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유행’을 넘어 시장 안착에 성공한 인공지능 스타트업은 그리 많지 않다. 인공지능 기술만 있으면 쉽게 안착할 줄 알았던 인공지능 스타트업들, 그 많던 스타트업들은 도대체 왜 사라졌을까.

 

첫째, 시장의 니즈(Needs)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제품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존재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로 제품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고객이 ‘필요 없다’고 하면 팔리지 않을 것이요, 반대로 고객의 니즈만 충족할 수 있다면 기반 기술이 무엇이든 고객은 그 제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제품은 철저히 시장의 니즈에 기반을 두고 기획되고 개발돼야 한다.

 

​‘유행’을 넘어 시장 안착에 성공한 인공지능 스타트업은 그리 많지 않다. 인공지능 기업이 갖춰야 할 3요소가 있다. 시장, 기술, 데이터다.

 

하지만 많은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이 시장의 니즈가 아닌 현재의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다 실패했다. “고객이 뭘 원하지?”가 아니라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로는 뭘 할 수 있지?”로부터 제품이 출발하다 보니 정작 고객이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 많은 제품들이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인공지능 제품들은 대부분 ‘흥미’로웠지만 꼭 ‘필요’한 제품은 아닌 경우가 많았기에 결국 고객의 지갑을 여는 데 실패했다.

 

둘째, 기술이 부족했다. 모든 스타트업 제품이 고객의 니즈를 무시해 ‘제품-시장 맞춤(product-market fit)’에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객의 기대 수준을 맞추는 일은 시장이 아닌 기술의 문제였다. 많은 사람들은 ‘알아서 척척’ 행동하는 인공지능 제품을 바랐지만 실제 인공지능은 오류투성이었고, 그 오류들로 인한 ‘결정적인 불편함’은 제품을 ‘못 쓰는 제품’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음성인식 키보드의 경우 현재의 기술로는 오타가 잦고 오타 수정 역시 쉽지 않은데, 이는 시장의 니즈는 예측했지만 기술이 부족해 시장 개척에 실패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데이터가 부족했다. 품질 좋은 인공지능 제품을 만드는 데는 기술 못지않게 데이터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다. 모든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이 데이터의 문제에 봉착한다. 하지만 그들이 충분한 자금과 노동력으로 이미지넷(ImageNet) 수준의 데이터를 쌓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적은 양의 데이터로도 만족할 만한 성능의 제품을 개발하려면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관한 치밀한 전략이 미리 세워져 있어야 하는데, 많은 스타트업들이 데이터 수집 전략 부재와 데이터의 양적·질적 빈곤으로 인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시장, 기술, 데이터의 3박자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시작부터 3박자를 고루 갖춘 스타트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을 아는 전문가와 기술을 아는 전문가가 있고 그리고 실제 데이터의 흐름을 쥐고 있는 기업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꿈을 꾸기에 결국 성공적인 인공지능 제품 개발에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시장의 전문가는 “인공지능으로 ○○을 만들 겁니다”라고 외치지만 결국 인공지능을 몰라 실패하고, 기술의 전문가는 결국 ○○이란 도메인의 벽을 넘지 못해 실패한다. 데이터의 흐름을 쥐고 있는 거대 기업 역시 시장과 기술에 대응하는 기민한 행보를 보이지 못해 결국 혁신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무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시장, 기술, 데이터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인공지능 기업이 탄생하려면 시장의 전문가와 기술의 전문가, 그리고 데이터를 가진 기업이 만나야 한다. 그래야 시장을 파악하지 못해 실패하는 확률, 기술이 부족해 실패하는 확률, 그리고 데이터가 부족해 실패하는 확률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더 많은 데이터와 더 큰 모델을 사용할수록 더 높은 성능을 보여주는 딥러닝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전체 파이를 키우는 이질적 그룹과의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오픈 그라운드로 나와 함께 큰 꿈을 꿀 때 비로소 우리는 성공적인 인공지능 기업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엄태웅은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했다. LIG 넥스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거쳐 현재는 캐나다 워털루대학(University of Waterloo)에서 딥러닝을 연구 중이다. 최근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기술을 연구, 교육, 전달하는 연구실 ART Lab(AI & Robotics Tech Lab)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장의 문제를 AI 기술과 연결하는 미션에 힘 쏟고 있다.

엄태웅 ART Lab 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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