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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유튜버들의 족쇄 '겸업금지' 뽀개기

회사와 마찰 사례 표면화로 주목…'겸업금지'는 회사에 직접적 피해 있어야 징계 가능

2019.06.19(Wed) 11:28:22

[비즈한국] 유튜브 활동을 중단했던 직장인 유튜버 ‘돌디’가 ‘전업 유튜버’로 돌아왔다. 부동산, 재테크 관련 영상을 업로드 하던 대기업 직장인인 그는 쉬운 설명의 콘텐츠로 단기간에 18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았다. 올해 2월 돌디는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활동 정지를 선언했다. “회사와의 마찰이 있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을 취미로 시작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유튜브에 ‘직장인’을 검색하면 ‘브이로그’ ‘쇼핑하울’ 등 수많은 영상이 뜬다. 하지만 직장인 유튜버들이 무서워하는 게 있다. 사규에 적혀 있는 ‘겸업(겸직)금지’ 조항이다.

 

유튜버 ‘돌디’가 올해 2월 활동 정지를 선언하며 올린 영상. 사진=유튜브 ‘돌디’ 채널 캡처


지난 5일 돌디는 컴백 후 첫 영상에서 “회사가 유튜브 활동을 하는 걸 알고 여러 방법으로 못살게 굴었다. 퇴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협박하거나, 특정 영상을 내리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게 했다. 유튜브 활동을 접고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려 했으나 이미 요주의 인물로 찍혀서 회사 생활이 지옥 같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튜브 활동 때문에 회사로부터 압박을 받은 직장인 사례가 적지 않다. 유튜버 ‘이과장’은 중소기업 현실에 대해 적나라하게 밝히는 내용의 콘텐츠를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유튜브 활동 5개월 만에 회사에서 알게 되면서 자진 퇴사를 선택했다. 구독자 120만 명이 넘는 인기 먹방 유튜버 ‘나름TV’도 처음엔 직장을 다니며 유튜브 활동을 병행했다. 하지만 방송에서 “상사의 압박에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 ‘알아서 조심’하는 직장인 유튜버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장인 유튜버들은 ‘알아서’ 조심한다. ‘일상 브이로그’를 찍어 올리는 직장인 유튜버 A 씨(여·22)는 “책상 구석에 카메라를 놓고 얼굴은 나오지 않게 영상을 찍는다”며 “회사와 관련해 부정적인 내용이나 민감한 내용을 영상에 담지 않지만, 혹시라도 회사가 문제를 제기할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유튜버 B 씨(여·27)는 “공단·공사 직원과 공무원은 수익을 창출하는 겸업 자체가 금지지만, 예외 조항으로 본인의 창작활동에 관해서 일부 허용된다. 그래도 회사에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겸업금지 조항으로 개인의 창작 활동을 막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개인의 영역으로 놔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B 씨의 말처럼 ‘겸업금지’ 조항은 회사에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 않는 이상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다. 공무원을 제외하면 근로자의 겸업을 막는 법적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겸직은 사생활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전면적,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건 부당하다’는 2001년 판례도 있다.

 

한은경 노무사는 “헌법에서는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유튜브 활동은 사생활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기업 질서나 노무 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업까지 금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겸업만 가지고 징계를 내릴 순 없다. 하지만 겸업으로 인해 회사 근로시간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징계가 가능하다”며 “아직 유튜버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없기 때문에 회사들도 조심스러울 것이다. 회사의 취업규칙보다 헌법이 우선이기 때문에 ‘직업의 자유’를 우선해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 “수익이 나도 괜찮나요?” “근무시간만 피하면”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도 사내 겸업금지 조항과 유튜버 활동에 대한 질문이 여럿 올라와 있다. 대부분 ‘수익’에 관련된 내용이다. ‘회사 월급 외에 소득이 생기는 건 다 겸업이라던데, 유튜버도 해고 사유가 될까요?’ ‘겸업금지는 어디까지인가요? 유튜브 방송을 금지하는 회사도 있네요’ 등의 글이다.

 

‘직장인 유튜버 활동’에 대한 현직 노무사들의 법적 해석 관련 영상도 있다. 사진=유튜브 ‘임놈&권놈 노동법의정석TV’ 채널 캡처


한은경 노무사는 “수익에 대해서는 회사가 건드릴 수 없다. 회사가 제재할 수 있는 건 약속한 근무시간에 대한 것뿐”이라며 “유튜브뿐만 아니라 근무시간 외 직원의 겸직(투잡) 행위가 회사의 기업 질서나 노무 제공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이상 취업규칙에 겸업금지가 해고 사유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영업비밀을 침해하거나 회사 명예를 실추시킬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 사적인 겸직으로 기업 질서나 노무 제공에 지장을 준 경우는 징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시대착오적 조항​근로자도 유의해야

 

A 씨는 아침 출근길마다 한 손엔 가방, 다른 한 손엔 카메라를 든다. 출근길 패션을 설명하는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를 찍기 위해서다.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가는 15분 동안 오늘의 패션을 설명하고는 카메라를 끈다. 퇴근길에 다시 카메라를 켜서 퇴근 후 일상을 찍는다. 귀가해서는 그날 찍은 영상 조각들을 모아 편집한 후 유튜브에 업로드한다. A 씨는 유튜버 활동이 “따분한 일상의 활력소가 됐다”고 설명한다.  

 

유튜브에 ‘직장인’을 검색하면 많은 영상이 뜬다. 영상에는 일상, 패션, 다이어트 팁 등이 담긴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A 씨는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근무시간이 줄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는 시대다. 미래를 대비해 나의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수익이 날 정도는 아니지만 차차 유튜브 채널을 키워가고 싶다”며 “이제는 회사도 겸업금지라는 시대착오적 조항으로 눈치를 줄 게 아니라 유튜브 활동을 하나의 취미생활로 인정하고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경 노무사는 “미리 조심할 필요도 있다”며 “회사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인사노무관리가 필요하지만, 근로자도 콘텐츠 내용에 회사를 비방하거나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보현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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