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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게임 같은 미래 전자전, 어디까지 왔나

각국 지상전 작전 공간 사이버 확장 실전 테스트 중…우리 군도 개념부터 다시 고민해야

2019.06.15(Sat) 09:21:56

[비즈한국] 2003년 2월 발매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C&C 제너럴(Command & Conquer Generals)’은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밀리터리 소재의 게임으로 마니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C&C 제너럴은 스텔스 헬기, 레이저 무기, 능동방어 시스템 등 실제로 등장한 최신 미래 무기를 예언했을 뿐만 아니라, 초강대국 중국의 등장, ISIS 이슬람 불법국가의 탄생 등을 예측해 화제가 됐다.

 

이 게임에서 특히 인상적으로 남은 무기는 중국이 운영하는 ‘해커부대’였다. 해커(Haker)와 특수 해커 흑수선(Black Lotus)은 노트북 가방을 들고 다니며 적군의 인터넷은행 계좌를 해킹해 군자금을 탈취하고 적의 탱크나 자동차를 멈추며 발전소를 세워 정전을 일으키고 적의 공장을 우리 것으로 뺏어올 수도 있었다.

 

이제 곧 이런 게임 속 모습이 진짜 전쟁에서 실제로 이루어질지 모른다. 세계 각국에서 지상전의 작전공간을 사이버스페이스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실험실을 넘어 실전 테스트로까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전파방해가 가능한 러시아의 크라수하 전자전 차량. 사진=러시아 국방부


지상전은 당연히 땅 위에서 전투가 벌어지지만, 역사 속 지상전은 점점 새로운 전투공간을 찾아내고 그것을 통해 승리를 이끌어냈다. 바다와 강을 건너감으로서 적의 배후를 공격하고 하늘을 통해 병력을 투입해 적이 의도하지 못한 곳에서 전투를 강요하는 것이 승리의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이버스페이스까지 확장된 미래의 지상전은 어떻게 전개될까?

 

우선 지상작전에서 전자전 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아주 치열하다. 전자전(Electronic Warfare)은 전파와 각종 신호를 사용해서 아군에게는 유리하게, 적군에게는 불리하게 전장 상황을 조성하는 전쟁을 의미한다. 흔히들 영화나 게임 속에서 전파방해(재밍, Jamming)로 적 미사일을 떨어트리거나 적의 레이더를 먹통으로 만드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전파방해 말고도 교란, 거부, 저하, 기만, 파괴, 보호, 정보수집 등 다양한 활동이 전자전으로 이루어진다.

 

지상전에서 전자전에 가장 열심인 곳은 바로 러시아다. 공군력의 열세로 유사 시 미국이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교전할 경우, 전자전 항공기의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크라수하-4(1L269 Krasukha-4)는 최신형 전자전 차량이다. 지상군의 안전을 위해서 적 공중위협을 전파방해로 물리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군을 공격하는 미사일, 적 대형 레이더에 방해전파를 쏴서 아군의 위치를 숨기거나 고장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적 조기경계경보기(AWACS)의 레이더에 허위표적을 만들고, 심지어는 저고도(Low Earth Orbit, LEO) 정찰위성에게 방해전파를 쏘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출력을 자랑한다.

 

레오나르도의 피닉스 포터블 전자전 시스템. 사진=Leonardo DRS


미국은 원격 전파방해 기능의 대부분을 공군과 해군의 전자전기가 담당, 러시아와 같은 강력한 출력의 전자전 차량을 운용하지는 않지만 테러와의 전쟁 이후 지상 전자전에 대해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저항세력들이 휴대폰, 혹은 전파를 이용한 급조폭발물(IED)을 사용해 공격을 하는 바람에,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EWTV(Electronic Warfare Tactical Vehicle)로 불리는 차세대 전자전 차량은 AN/VLQ-12CREW라는 전자전 장비를 장착하고 있는데, 휴대폰 등으로 작동하는 IED를 미리 폭파시키거나 폭파명령을 차단해 아군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미군은 여기서 더 나아가 EWTV에 적 드론 공격 대응, 적 전자전 공격에 대한 역습도 가능하도록 개량할 예정이다. 

 

미군은 사단급 무인기인 MQ-1C 그레이 이글(Grey Eagle)에 SilentCROW라는 전자전 장비를 추가하기도 했다. 이로써 공군과 해군의 전자전 비행기의 지원을 기다릴 필요 없이, 사단이 직접 전자전 비행기를 운용할 수 있게 됐다.

 

더군다나 기술의 발달은 이제 전자전 및 사이버전 장비의 소형화와 경량화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지금까지 언급한 전자전 장비들은 대형 비행기, 무인기, 차량 정도였지만 이제 개인이 가방처럼 메고 다닐 수 있는 ‘포터블 전자전’, 혹은 ‘포터블 사이버전’ 장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인드라(Indra), 영국 쳄링(Chemring), 이스라엘 엠씨택(MCTECH), 이탈리아 레오나르도(Leonardo) 등이 현재 제작 중인 포터블 전자전 장비는 배낭 정도의 크기로, 포터블 재머의 경우 휴대폰, 무전기, 전자 신관 등의 작동을 멈춰 IED 공격을 방해하거나, 적의 무전을 도청하고 교란시키며, 전파를 사용하는 적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차량이 지나가지 못하는 산악지형을 넘어,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적 비행기나 항공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임 속 흑수선 해커처럼 사이버 전쟁을 할 수 있는 장비도 이미 등장했다. 미국 정보기관 NSA의 초 극비 장비로 알려진 나이트스탠드(NightStand)는 사람이 들고 다닐 수 있는 본격적인 사이버전 무기다. 8km 이상 떨어진 적 기지나 민간인의 와이파이(wi-fi) 네트워크 보안을 뚫고 침투해 MS 윈도우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삽입, 마음대로 조종하거나 파괴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고 알려진다.

 

NSA의 비밀 사이버전 무기 ‘나이트 스탠드’. 사진=위키리크스


현재 이런 장비들은 특수 정보요원이나 최고급 해커들만이 사용하고 있지만, 기술의 발전은 가까운 미래에 병사들이 전자전, 사이버전 장비를 입고 작전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세상. 그리고 적들이 이러한 무기로 무장하게 되는 세상이 올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지상작전에서 사이버전으로 확장될 경우 우리 지상군은 어떤 위협에 노출될까?

 

가장 위험한 것은 바로 드론봇 전투체계와 지휘통신 시스템, 그리고 지대공 무기들이다. 특히 드론봇의 경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이동통신, 위성통신 등 다양한 통신기술을 사용하고, 특히 위성항법시스템(GPS)의 정확도가 임무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적이 재머를 사용해서 드론을 추락시키거나, GPS 재머로 아군 차량을 엉뚱한 곳으로 기동시키고, 전파 방해로 워리어 플랫폼 부대와 지휘부, 혹은 전차와 장갑차간의 통신을 단절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육군과 국방과학연구소는 드론봇 전투체계와 통신 네트워크를 지키기 위한 사이버전, 전자전 연구를 계속해왔다. 지상전에서 사이버 방호를 위한 여러 기술들이 그것인데, 크게 전파방해를 이겨내는 법과 함께 사이버공간에서 적의 공격을 자동으로 감지하여 적이 해킹과 사이버 공격을 할 때 최대한 빨리 알아내는 여러 해킹방지 기술들이 그것이다.

 

다만 이런 사이버전쟁은 컴퓨터 앞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총알과 포탄이 오가고 적과 접촉하는 직접 교전 중에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즉 미래의 지상전투와 전사들은 적을 소총과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동시에 내가 전파를 발산하는 것을 숨기고 적이 무선을 변조하거나 내 드론에 악성코드를 심어놨는지 동시에 살피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땅과 사이버공간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하이브리드 전투, 다영역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단순한 해킹 방지뿐만 아니라 사이버전 승리를 위한 부대 전술과 작전개념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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