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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숨은 리스크 '공유지의 비극'을 아십니까

공유 재화 사유화나 함부로 사용 '사용자 예측' 막기 어려워…"자생력 검증받아야" 지적도

2019.06.14(Fri) 17:23:04

[비즈한국] “지하주차장이었어요. 누군가 자기 외제차와 똑같은 차종의 공유차량을 나란히 세워두고, 차량 부품 중 소모품을 교체하고 있더라고요. 그 뒤론 혹시 몰라서 공유차량을 빌리기가 꺼려져요.” 서울에 사는 김 아무개 씨(31)는 자신의 목격담을 전했다. 낡은 자신의 차량 부품을 공유차량의 비교적 새 부품과 바꿔치기했다는 말이다.

 

최근 공유숙박, 공유주방, 공유차량, 심지어 공유전동킥보드까지, 다양한 공유경제 모델을 선보이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 예측’이 공유경제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사용자가 공공재 성격이 강한 ‘공유 재화’를 사유화하거나 함부로 다루는 등의 행태를 보이기 때문. 하지만 각 공유경제 스타트업은 이를 미연에 막을 방도가 없어 난감하다. 이를 ‘공유지의 비극’​이라 한다.

 

‘사용자 예측’이 공유경제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 남구의 한 인도에 방치된 오포(ofo) 자전거. 지난해 11월 글로벌 1위 공유자전거 서비스 기업 오포가 국내 최초로 진출했던 부산에서 1년도 안 돼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진=연합뉴스


공유경제의 대표 격이자 공유차량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쏘카 또한 사용자의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쏘카 관계자는 “최근엔 공유경제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돼 쏘카를 이용하는 고객도 차량을 깔끔하게 쓴다”면서도 “예전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가기도 했다. 최근에도 차량 블랙박스라든지, 시트와 같은 부품을 가져가 적발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공유차량의 핵심 부품까지도 바꿔치기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 대구에서 18년째 차량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는 최 아무개 씨는 “핵심 부품 교체는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5년 이상의 정비 능력과 리프트 등의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쉽진 않고 잘못하면 차량에 위험하다”며 “과거 장기렌터카를 상대로 그런 범죄가 저질러졌던 적은 있다”고 답했다.

 

전국 공유차량 1만 2000여 대를 보유한 쏘카는 주 1회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정기 점검하는 것은 물론 상시 점검까지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사용자가 차량에 저지르는 모든 불법 행위를 적발하기엔 벅차다는 입장이다.

 

쏘카 관계자는 “엔진에 일련번호는 있지만 그것을 교체한다고 하더라도 경보가 울리거나 본사에 알림이 오는 정도의 기술은 다른 업체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정기 점검을 하지만 모든 부품을 살펴보기엔 한계가 있다”며 “아직 부품을 교체하는 사례는 확인된 바 없다. 그럴 수 있는 가능성만 가지고 대비해야 한다면, 교통사고 가능성이 있으니 차를 팔면 안 되는 것과 같다. 쏘카는 주기적,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있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사용자가 출퇴근 시간에 쓰기 위해 개인 사무실에 가지고 들어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각 공유경제 스타트업은 이를 미연에 막을 방도가 없어 난감한 상태다. 사진=올룰루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최근 유행하는 전동킥보드를 공유해주는 스타트업도 ‘사용자 예측’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사용자가 ‘라스트 마일’을 줄여주는 전동킥보드를 사유화하는 사례가 있다. 출근 시간에 빌려 타고 사용이 끝나면 자신의 직장 내에 들여놔 다른 사용자가 쓰지 못하게 한 뒤, 퇴근 시간에 다시 이용하는 방식이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킥고잉’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올룰로는 강남구, 송파구, 마포구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룰로 관계자는 “도난·분실 위험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오후 8시 서비스가 끝나면 전량을 회수해 점검·충전한 뒤 다시 새벽에 내보내는 방식으로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며 “아직은 테스트 단계다. 앞으론 관리 인력을 더 늘려 오후에도 전동킥보드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이 공유지의 비극을 완벽하게 막을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쏘카 관계자는 “위법한 행위가 적발될 시 사용자의 이용을 금지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답했고 올룰로 관계자의 대답도 그와 같았다.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인 ​신호정 ​스타트업 스테이션 센터장은 중국의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오포’의 예를 들어 공유지의 비극을 설명했다. 오포는 중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공유자전거 스타트업으로 총 2300만 대의 자전거를 보유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서비스 정지 상태다. 오포도 공유자전거를 강에 빠뜨리거나 바퀴를 탈취하는 등의 사용자 리스크로 애를 먹어왔다.

  

신호정 교수는 “‘사용자 예측’으로 인한 리스크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중국과 프랑스 스타트업의 예로 증명됐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크게 봤을 때 사업에 아주 치명적인 부분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사실 공유경제 모델 자체가 검증되지 않았다. 공유경제 모델은 수익성이 검증되기엔 아주 짧은 기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가치가 과장된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호정 교수는 공유경제의 환상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현재 공유경제는 비투지(B2G, Business To Government) 산업이다.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채로 ‘그린 산업’으로 포장돼 사실상 세금으로 충당되는 면이 있다”며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의 공유자전거 서비스인 ‘따릉이’다. 한 대당 평균 130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 매년 적자다. 공유경제 스타트업은 법 테두리 안에서 자생력을 검증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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