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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서울서 지척, '장항습지'에서 말똥게를 만나자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중 유일하게 개방…멸종위기생물 등 1300여 종 서식

2019.06.11(Tue) 15:35:35

[비즈한국]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원에 자리잡은 장항습지는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중 유일하게 일반인이 탐방할 수 있는 곳이다. 한강 하구는 우리나라 주요 강 중 유일하게 둑으로 막혀 있지 않아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汽水域)을 이룬다. 덕분에 장항습지를 비롯한 한강 하구 지역에는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42종을 포함해 모두 1300여 종의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한다. 

여전히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이 남아 있는 장항습지와 인근의 대덕생태공원,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 격전의 현장이었던 행주산성 역사공원으로 한강하구 평화와 생태 여행을 떠나보자. 

장항습지는 우리나라 최대의 버드나무 군락지이자 겨울 철새의 월동지이며, 말똥게 수억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구완회 제공


# 장항습지 버드나무와 말똥게의 ‘공생’​

한강 하구 장항습지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군사보호구역 안에 자리 잡은 탓이다. 예전에 군대 막사였다는 장항습지 탐방지원센터에서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어둡고 긴 통로를 거쳐 철조망까지 넘어야 겨우 탐방로 입구에 도착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안내판을 보며 설명이 이어진다. 

여의도와 비슷한 면적의 장항습지는 우리나라 최대의 버드나무 군락지이자 겨울 철새의 월동지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고라니와 너구리를 비롯해서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인 삵, 저어새, 흰꼬리수리, 붉은발말똥게 등이 서식한다고 한다. 

나무 데크를 따라 버드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생태 탐방이 시작된다. 모양이 제각각인 버드나무 아래는 크고 작은 구멍들이 무수히 뚫려 있다. 버드나무와 공생하는 말똥게의 집이다. 말똥게는 버드나무 잎을 먹으면서 천적으로부터도 보호를 받는다. 버드나무는 말똥게 구멍 덕분에 뿌리가 숨을 쉴 수 있다. 거기다 말똥게의 배설물은 좋은 비료가 된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말똥게와 버드나무가 ‘환상의 짝궁’이 되는 것이다. 1㎡당 평균 30여 마리가 서식하는 말똥게는 장항습지에만 수억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항습지에서 버드나무와 말똥게는 공생한다. 버드나무는 말똥게에게 집과 식량을 주고, 말똥게는 버드나무에게 비료를 제공하고 뿌리가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 사진=구완회 제공


장항습지는 ​군사보호구역에 있기 때문에 사전 방문 신청이 필수다. 사진=구완회 제공


군사보호구역에 위치한 장항습지는 사전 방문 신청이 필수다. 한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031-790-2852)로 전화를 걸어서 신청하면 된다. 적어도 일주일 전에 전화를 걸어 미리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신청은 4인 이상부터 가능하다. 예약 날짜에 방문하면 생태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는데, 해설은 매주 월~금요일 오후 1시, 3시 두 번 운영되며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 역사와 생태가 어우러진 행주산성 역사공원

장항습지에서 한강을 거슬러 8 km쯤 떨어진 행주산성은 한산대첩, 진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꼽히는 행주대첩이 벌어진 격전지다. 권율 장군이 고작 3000명의 군대로 3만의 일본군을 물리치는 대승을 거두었다. 

권율 장군 동상을 지나 행주대첩비가 있는 산성의 정상에 서면 한강 너머 파주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이 펼쳐진다. 여기서 행주치마란 말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행주산성 아래에 조성된 ‘행주산성 역사공원’은 평화와 생태가 만나는 또 다른 장소다. 장항습지와 마찬가지로 한강하구 군사보호지역이었다가 2012년 해제되면서 역사생태공원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살구나무가 많은 강변’으로 불리며 조선 시대 그림인 ‘행호관어도’에도 등장했다. 고양시에서는 이 그림을 토대로 강변의 옛 모습을 되살리는 한편, 버려진 군 초소를 활용해 전망대를 세우는 등 역사가 생태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했다. 

행주산성 아래에 조성된 행주산성 역사공원은 한강하구 군사보호지역이었다가 2012년 해제되면서 역사생태공원으로 거듭났다. 사진=구완회 제공


행주산성 역사공원과 이웃한 고양대덕생태공원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편하게 한강하구의 생태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장항습지와는 달리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누구나 아무 때나 생태공원을 둘러볼 수 있다. 공원 곳곳에 나무 데크로 생태탐방로를 만들어놓아 접근성을 높였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오솔길은 자전거를 타고 지날 수도 있다. 이곳에선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생태탐방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여기까지 둘러보는 동안 해가 지려고 한다면 가까운 일산 호수공원으로 가는 것은 어떨까. 거대한 호수를 중심으로 숲과 생태자연학습장, 산책로, 자전거길 등이 조성된 호수공원은 일몰 또한 아름답다. 해가 지기 전까지 넓은 호수공원을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전거다. 공원 입구에 무인 자전거 대여소를 이용하면 손쉽게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

행주산성 역사공원과 이웃한 고양대덕생태공원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생태탐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장항습지
위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536-90
문의: 031-790-2852(한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행주산성
위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로 15번길 89
문의: 031-8075-4642
운영시간: 하절기(3~10월) 9시~18시, 동절기(11~2월) 9시~17시, 월요일 휴무

행주산성 역사공원
위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산성로 93-38
문의: 031-8075-4642(행주산성)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고양대덕생태공원
위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 792
문의: 031-909-9000(고양시 문화관광)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일산 호수공원
위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로 595
문의: 031-8075-4347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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