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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여름밤을 가르는 상큼한 맛, 지바노프와 써니싸이드업

자신의 이야기를 유려한 비트 위에…라이브에서 더욱 빛나

2019.06.11(Tue) 09:38:41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사진=지바노프 유튜브 캡처


매번 약속시간에 두 시간씩 늦는 친구의 궁뎅이처럼 불타는 태양은 아주 오랫동안 자라섬 하늘에서 뭉개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태양이 산 뒤로 넘어가자 자신의 순서를 기다려온 차가운 공기가 빠르게 밀려왔다. 그리고 새콤한 목소리가 초여름밤을 가르며 상큼하게 다가왔다.

 

jeebanoff(지바노프) - We (OUI) (feat. sogumm)

 

여름은 덥고 끈적거린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캐러멜이나 초콜릿은 상상만 해도 너무 덥다. 때문에 포르르 가벼운 질감의 무스크림, 무스크림 중에서도 상큼한 과일향을 잘 살린 무스크림으로 만들어진 쁘띠가토를 미리 찾아놔야 한다. 자주 놀러 가는 동네마다 하나씩 찾아두면 유용하다.

 

쎄쎄종의 써니싸이드업. 사진=이덕 제공

 

예리하고 매끄러운 지바노프의 목소리는 자꾸 다음 곡을 찾아 듣게 하는 매력이 있다. 지바노프는 자신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노래를 찾아 부르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에 실어 보낸다. ‘삼선동 사거리’는 음악을 만들며 힘들었던 시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힘들지만 음악을 하는 자신을 믿는다고 계속 되뇐다.

 

jeebanoff - 삼선동 사거리

 

쎄쎄종의 ‘써니사이드업’은 흘러내리는 달걀 반숙에서 영감을 얻은 귀여운 쁘띠가토다. 흘러내리는 노른자 역할은 망고 소스가, 흰자는 코코넛 무스, 그 밑에 다시 노란색은 패션프루트 크림이다. 가장 밑에 바삭한 부분은 버터 향이 가득한 사블레브루통. 그리고 안쪽 어딘가에 폭신한 코코넛 다쿠아즈가 숨어 있다. 

 

설명을 급하게 하는 이유는 빨리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이 칼럼을 읽는 사람의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 액정화면마다 이 ‘써니사이드업’이 솟아났으면 좋겠다. 좀 더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현재에 이 글을 쓰는 것이 안타깝다.

 

jeebanoff(지바노프) - B.T.N (Better Than Now)

 

‘B.T.N’은 가장 먼저 소개한 ‘We’보다 앞서 발표한 ‘We’의 다음 이야기다. 권태기를 의심하더니(We), 그 의심은 현실이 되어 관계는 끝이 나고야 만다. 권태기는 둔감했던 서로가 만들어낸 결과일까, 그렇게 될 운명이었을까, 아니면 모든 관계 끝에 찾아오는 필연일까. 노래가 되어버린 권태기. 지바노프는 유려한 비트 위에 권태기를 얹어놓았다. 

 

울적한 노래는 덥다. 더워도 좋은 노래를 피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써니싸이드업’이 필요하다. 여기선 열대과일 축제가 열렸다. 양과자의 신이 열대지방을 순회하며 수거한 열대과일로 짠! 쁘띠가토를 만들었다. 여기에 쎄쎄종이 추천하는 망고향 차를 곁들이면 때린 곳 또 때린 것과 같이 망고 향이 증폭된다. 

 

써니싸이드업의 단면. 사진=이덕 제공


녹음기술이 발전하고 스튜디오에서만 만들 수 있는 사운드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지바노프의 음악은 꼭 공연으로 보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타닥타닥 튀어오르는 드럼, 횡경막을 밀어내는 베이스, 그리고 무엇보다 상큼한 지바노프의 목소리가 라이브에서 더욱 선명하다.

 

지바노프 - Timid

 

서늘한 여름밤에 지바노프의 공연을 본 것은 행운이었다. 좋은 것이 있으면 나눠야지. 지바노프 공연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양손으로 꼭 잡기를. 그리고 여름에는 ‘써니싸이드업’을 꼭 한 번은 먹어 보길.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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