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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밀레니얼 세대를 열광시킨 '어른들'

피크닉, 사운즈한남 등 만든 영포티, 뉴식스티…변화 못 받아들이면 나이 상관없이 '꼰대'

2019.06.10(Mon) 13:01:55

[비즈한국] 요즘 2030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핫플레이스는 모두 밀레니얼 세대가 만들었을까? 사실 4050대, 심지어 60대가 만든 경우가 꽤 있다. 가령 독립잡지, 독립출판, 독립서점, 복합문화공간 등은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복합문화공간에서 재미있는 전시를 보고, 물건을 사고, 커피를 마시며 논다. 독립서점에서 독립잡지와 독립출판물도 사고, 사람들과 어울린다.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이런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의 김범상 대표는 40대 중반이다. 이곳의 전시 기획도 그가 주도한다. 인기잡지가 된 ‘매거진 B’와 독립서점 스틸북스, 한남동의 핫플레이스 사운즈한남 등을 만든 조수용 카카오 대표도 40대 중반이다. 독립출판, 독립잡지 등 하위문화에 집중하는 프로파간다 출판사의 김광철 대표는 50대 중반이다. 서촌의 핫플레이스 통의동 보안여관의 최성우 대표는 60세를 코앞에 둔 50대 후반이다. 유명 독립서점인 최인아책방의 최인아 대표는 50대 후반이다. 

 

사운즈한남을 만든 조수용 카카오 대표는 40대 중반이다. 사진=이종현 기자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한남동의 핫플레이스 사운즈한남. 사진=사운즈한남 인스타그램


이곳들은 분명 4050대가 만든 공간과 콘텐츠지만, 2030대가 열광하고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외에도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를 만든 4050이 꽤 많다.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길 수 있다. 이들은 어떻게 자기보다 한참 어린 세대의 감성을 공략할 수 있었을까? 돈이 많아서일까? 아니다. 이들이 바로 영포티(Young Forty)와 뉴식스티(New Sixty)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X세대에서 진화한 영포티, 베이비붐 세대에서 진화한 뉴식스티, 이들은 한마디로 과거에 멈추지 않고 세상의 변화에 맞춰 진화한 사람들이다. 젊은 사람들만 트렌디하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변화에 관대한 사람은 나이와 무관하게 트렌디할 수 있다. 새로운 문화, 새로운 소비, 새로운 경험을 위해 시간과 돈, 노력을 계속 투자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트렌디하다. 우리 사회에는 좋은 안목을 갖고 잘 자란 어른이 필요하다.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는 더더욱 이런 어른들을 원한다. 그들이 어울리고, 그들이 영향을 받을 선배이자 롤모델이기 때문이다. 

 

나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는 트렌드에 둔감하고 세상 변화에 뒤처진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늙어간다는 것은 물리적 나이만이 아니라 과거에만 집착한다는 의미도 있다. ‘내가 왕년에’를 자주 얘기하는 사람들은 현재보다 과거를 살고 있는 사람이기 쉽다.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와 점점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세상은 계속 변한다. 

 

변화는 거부한다고 해서 멈춰지는 게 아니다. 변화 자체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변화는 거부할 게 아니라 인정하는 자세면 충분하다. 변화를 다 따라 가라는 게 아니다. 다만 그걸 따라 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공격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런 사람이 진짜 어른일 수 있다. X세대 중에서도 영포티, 베이비붐 세대 중에서도 뉴식스티는 나이가 들었지만 변화를 받아들인 사람들이다. 노인세대 중에서도 변화를 받아들인 새로운 노인들이 있다.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주목할 사람들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즐겨찾는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의 김범상 대표 역시 40대 중반이다. 사진=피크닉 인스타그램


나이와 지위가 높다고 다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가 꼰대가 된다. 그들은 시대적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나이 서열 중심의 수직적 위계라는 과거의 관성에 따라 살아간다. 꼰대가 무슨 대단히 사악하고 못된 사람들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변화와 도전하는 젊은 세대 때문에 불안해하고, 미래에 대한 위기감을 가진 것뿐이다. 불안하고 위기감에 사로잡히다 보니 믿을 건 자기가 쌓아놓은 지위와 나이뿐이고, 이걸 강조해가며 주도권을 유지하려 애쓴다. 

 

공부하지 않는 자, 꼰대가 된다. 솔직히 386 꼰대가 제일 무섭다. X세대 꼰대도 무섭다. 이들은 나름 자신은 젊은 척, 쿨한 척하면서 꼰대질을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20대 젊은 꼰대도 있다. 나이와 무관하다. 우린 트렌드에 둔감한 것도 나이 탓으로 돌리고, 꼰대가 되는 것도 나이 탓으로 돌리곤 하지만 나이가 모두를 그렇게 만들진 않는다.

 

세대차이, 세대갈등, 세대 간 단절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배웠고, 내가 경험한 것만이 옳다는 맹신을 버려야만 세대 차이와 갈등, 단절이 줄어들 수 있다. 나이는 많지만 새로운 것을 적극 받아들이고,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여러 세대를 다 포용하는 사람이 된다. 이런 사람들에게 기회는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멋진 스타일은 외모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대하는 태도,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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