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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리처럼 안 보이게…' 깊어지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금리인하 고민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안정화 위해 금리 인상…올해 경기하강과 IMF 권고 등 국내외 인하 압박

2019.06.07(Fri) 14:57:28

[비즈한국]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지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라는 정반대의 압박에 직면했다. 지난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한은에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했던 정부가 최근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1년도 안 된 시점에 기준금리를 놓고 입장을 바꾼 정부도 민망한 듯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언급하며 간접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 입장에서는 정부의 요구만 있다면 버틸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대외 환경도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도 무시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시기를 고심하기 시작했다. 다른 중앙은행들도 줄줄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장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생각에 잠긴 듯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압력에 시달렸다. 부동산 안정책을 잇달아 내놓던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을 시장에 넘치는 자금으로 봐서다. 낮은 기준금리 탓에 은행에서 대출받은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해 9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금리 인하가 빚내서 집을 사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고 가계부채 부작용을 낳았다”며 “이 문제(금리 인상)에 대해서 조금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됐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한은은 지난해 11월 3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지 6개월 만에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라는 정반대의 압박에 나섰다. 다만 지난해처럼 한은 독립성 훼손 논란을 일으킬 정도의 강도 높은 발언이 아니라 IMF 등 국제기구 보고서를 인용한 읍소에 가깝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2일 “부총리로서 금리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1분기 지표를 보고 시장에서 그러한 요구가 있다는 걸 파악하고 있다. IMF 조사단이 왔을 때 재정뿐 아니라 통화정책도 완화 기조로 가야 한다는 권고는 있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부 압력에 통화정책이 널뛰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아직은 버티는 모양새다. 지난 5월 31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인하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 내부의 압력이 만만치 않다. 당장 5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소수의견(조동철 금통위원)이 나왔다. 

 

소수의견은 금통위 회의 의견이 분열됐음을 알리는 신호이며 통화정책 방향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금통위 소수의견을 금리 변화의 신호등으로 인식하고 다음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2014년 7월과 9월에 정해방 전 금통위원이 기준인하 소수의견을 내고 한 달 후 기준금리가 인하됐었다.

 

미국 연준이나 다른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도 이 총재에게는 부담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압력에도 꿋꿋하게 버티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4일 시카고 정책 컨퍼런스 연설에서 미·중 무역분쟁을 언급하며 “미국의 경제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경기확장 국면이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에 기준금리를 줄줄이 인하하고 있다. 5월에는 뉴질랜드와 아이슬란드,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10개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6월 들어서도 호주가 4일 기준금리를 1.25%로 0.25%p 낮췄다. 

 

국내외에서 기준금리 인하 압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 총재 입장에서는 자칫 기준금리 인하가 그동안 안정시켜놨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기준금리 인상 폭이 낮았던 탓에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적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미 연준은 2016년 12월부터 8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서 0.50~0.75%였던 기준금리를 2.25~2.50%까지 올렸다. 반면 한은은 같은 기간 2차례 0.5%p 인상(1.50%→1.75%)하는 데 그쳤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한은이 내놓을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 카드가 많지 않은 상태인 셈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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