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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상가 건물주, 임대료 인하보다 '면제' 택하는 이유

임대료 급상승에 공실도 늘어나지만 건물 시세하락 우려에 일정기간 무상임대 고육책

2019.06.07(Fri) 11:13:46

[비즈한국] 서울 강남은 한국을 대표하는 부촌이다. 교육특구이자 교통요지로 돈과 사람이 몰린다. 그런데 최근 강남의 상업용 부동산이 심상찮다. 2000년대 최고 상권으로 꼽히던 압구정 로데오거리에는 텅 빈 상가만 즐비하고, 논현동·역삼동 일대는 1~3층에 ‘임대’ 현수막을 건 빌딩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명품 숍들은 하나둘 청담동을 떠나고 있고, 전국 최고 상권으로 꼽히는 강남역 사거리와 가로수길도 공실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빌딩 투자 열풍이 일며 중국 자금까지 빨아들이던 2014~2015년과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당시에는 근린생활시설을 지을 수 있는 미개발 3종 일반주거지역을 찾는 움직임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메인 거리에 임대 현수막을 달아 놓은 빈 점포들. 사진=비즈한국DB


한국감정원의 올 1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강남대로의 오피스 공실률은 15.9%에 달해 서울시 전체 평균 1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형 상가의 경우 논현역 주변 공실률이 13.5%로 높았고,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신사역 인근이 18.2%나 됐다. 오피스·상가 6~7개 중 1개는 현재 비어있다는 뜻이다. 

 

건물주들의 ‘배짱 임대료’가 강남지역 상업용 부동산 임대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청담역 인근 대형 건물 1층의 월세가 4~5년 전 7000만 원 하던 것이 지난해 하반기에는 1억 원대 중반으로 두 배가량 상승했다. 시세가 비슷한 강남역 인근 상가 임대료도 지난 4~5년 새 100% 상승한 곳이 수두룩하다.

 

이처럼 임대료가 급등한 것은 이 지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의 상승 때문이다. 2012년을 전후해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 시장이 바닥으로 고꾸라지자 부동산 투자 수요가 빌딩·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으로 옮겨 붙었다. 마침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글로벌 히트를 쳤고, 동남아시아에서 한류 열풍이 일며 강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났다. 이에 갤러리아백화점부터 청담사거리로 이어지는 명품거리 상가 가격은 3.3㎡당 1억 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마침 재벌가들도 청담동을 중심으로 강남 부동산 투자에 나선다는 소식이 퍼지며 ‘꼬마빌딩’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투자 붐이 일었다. 상가 시세가 오른 만큼 임대료 역시 천정부지 상승했다. 또 2017~2018년 주택 가격 급등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도 뛸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점도 임대료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에 비싼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들은 강남을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다. 임대료를 낮췄다가 자칫 건물 시세가 하락할까봐서다. 예컨대 상가 보증금이 1억 원, 월세가 1000만 원이라면 이 상가의 5년 가치는 7억 원이다. 월세를 200만 원 깎으면 상가의 가치는 5억 8000만 원으로 쪼그라든다. 

 

이 때문에 명목상 상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정 기간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상가들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상가 가치를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고 무상 임대 기간을 주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올 1분기 1.86%로 떨어지는 등 하락하고 있지만, 빌딩·상가 가격은 굳건한 이유다. 

 

강남 자영업자들의 수익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자 권리금을 받기도 어려워졌다. 지난해 5월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무권리’ 임대 물건들. 사진=비즈한국DB


강남 지역 상가의 주요 임차인이던 독립법인대리점(GA) 등 금융업이나, 의류·화장품 등의 플래그숍 등이 광화문·시청 인근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영향을 줬다. 특히 이들 업종은 은행 지점처럼 온라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청담동 명품거리를 보면 최근 분위기를 쉽게 알 수 있다. 에르메네질도제냐·지방시·마이클코어스·브룩스브라더스·제롬드레이퓌스·보기밀라노 등 명품 브랜드들이 청담동에서 플래그숍을 철수한 것. 대개 명품 브랜드들은 적자를 보더라도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고급 매장을 운영한다. 이들 브랜드는 청담동 매장을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청담동 명품거리의 대로변 매장 월 임대료는 1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사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료가 워낙 많이 올라 성수동이나 마포, 판교 등지로 옮기려는 임차인이 적지 않다”며 “강남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임대료가 낮은 새로운 상권을 발굴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 자영업자들의 수익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자 권리금을 받기도 어려워졌다. 장사가 안 되니 다음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지불한 권리금 생각에 적지를 보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영업을 이어가는 상인들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권리금은 영업이익에 비례해 나온다. 강남 상가의 권리금이 사라지는 것은 그만큼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라며 “젊은 층의 구매력 감소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 강남 상권 침체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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